황인범, 코로나19 극복 기원 "선수들이 국민 응원한다"

마지막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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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탄 도스 산토스, 치차리토 상대한 황인범
▲밴쿠버, 원정에서 LA 갤럭시 1-0으로 잡았다
▲황인범, 경기 후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우려 드러내
▲"국민들이 힘든 때일수록 선수들이 책임감 가져야"

[골닷컴,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 한만성 기자 = 북미 프로축구 MLS 명문 LA 갤럭시 원정을 승리로 이끈 밴쿠버 화이트캡스 미드필더 황인범(23)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고국의 팬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황인범의 소속팀 밴쿠버는 8일(한국시각) LA 갤럭시를 상대한 2020 MLS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74분 터진 토산 리케츠가 터뜨린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밴쿠버는 지난 1일 홈 개막전에서 스포르팅 KC에 1-3 완패를 당했으나 첫 원정 경기에서 강팀 LA 갤럭시를 꺾으며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황인범은 지난 개막전에 이어 이번에도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밴쿠버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됐다.

경기가 끝난 후 드레싱 룸에서 기자와 만난 황인범은 지난 개막전 패배 후 갤럭시전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한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저희 홈 개막전에 팬분들이 많이 와주셨는데, 많이 죄송하더라고요. 저희가 준비한 걸 다 해보고 졌다면 죄송한 마음이 덜 들었겠지만, 아무런 힘도 못 쓰고 홈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죄송했어요. 그런데 걱정을 하면서도 그만큼 다음 경기 준비를 많이 했고요. 감독님께서도 '이번 경기에 많은 팬들이 올 거다. 치차리토가 갤럭시의 첫 홈 경기에 출전하니까 많은 분들이 오실 거다'라고 하셨는데, 저희도 각오를 확실히 하면서 준비했죠."

또한, 황인범은 이날 약 2만7000명을 수용하는 갤럭시의 홈구장 디그니티 헬스 스포츠 파크에서 만원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은 상대와 격돌하는 게 오히려 경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원정이든 홈이든 많은 팬분들이 와주신 곳에서 경기를 하는 게 훨씬 더 경기력에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집중도 더 잘 되고. 어웨이든 홈이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팀, 나를 응원해준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면 많은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매 경기 이런 경기력, 끝까지 투쟁하는 모습을 팬들한테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고요. 우리팀이 올 시즌 스타트가 작년보다 훨씬 좋은 만큼 차근차근 시즌을 치러나가야죠."

Vancouver Whitecaps

[그림]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LA 갤럭시 원정 선발 라인업

# 치차리토, 조나탄 도스 산토스, 크리스티안 파본, 인수아 등 스타 플레이어 즐비한 갤럭시

황인범은 지난 1일 개막전에서는 사실상 수비형 미드필더에 더 가까운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LA 갤럭시 원정에서는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으며 수비 진영보다 공격 진영에서 경기에 관여하는 빈도가 훨씬 더 높았다. 갤럭시에는 최전방 공격수 치차리토 외에도 바르셀로나, 비야레알 등 스페인 라 리가에서 활약한 중앙 미드필더 조나탄 도스 산토스가 버티고 있다.

특히 황인범은 이날 공격 진영의 오른쪽 측면 부근에서 적극적으로 상대와 부딪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LA 갤럭시의 왼쪽 측면에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윙어 크리스티안 파본(24)과 과거 리버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슈투트가르트에서 활약한 레프트백 에밀리아노 인수아(31)가 배치됐다. 황인범은 이 두 선수가 전진할 수 없도록 공격 진영 오른쪽에서 밴쿠버의 공격을 풀어주고, 수비 시에는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역할을 맡았다.

"감독님이랑도 첫 경기 끝나고 대화를 했어요. 저도 그날 경기를 하면서 팀 전술을 따라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어쩔 수 없기는 했지만. 저희가 '투 볼란테'를 세워놓고 저랑 러스티(러셀 타이버트)가 같이 뛰었는데, 저희 둘 다 스타일이 사실 정적인 스타일이라기보다는 계속해서 공격 쪽으로 움직여주고 스타일이라 한 명이 전진하면 다른 한 명이 뒤에서 수비를 지켜줘야 하는 상황이 많았거든요.그날은  제가 수비 위치를 지키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그날 저도 경기를 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은 이게 아닌데'라는 아쉬운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첫 경기가 끝나자마자 감독님께서 '나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네가 조금 더 공격적으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우리팀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오늘은 러스티가 대부분 지켜주는 역할을 해주기로 팀이 약속을 한 상태였고요. 제가 더 공격적으로 나가면서 저도 더 재밌게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사실 이날 경기에서 밴쿠버는 1-0으로 앞선 89분 페널티 킥을 얻어내며 두 골 차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 대표팀 간판 공격수이자 밴쿠버가 올겨울 큰 공을 들인 끝에 영입한 루카스 카발리니가 페널티 킥을 실축하며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황인범은 지난 시즌 밴쿠버에서 페널티 키커로 나서 득점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그에게 팀이 페널티 킥을 얻는 순간 키커로 나서고 싶은 욕심은 없었냐고 물었다.

"올 시즌에도 페널티 키커 명단에 제 이름이 올라가 있어요. 루카스(카발리니)가 첫 번째였고 제가 두 번째였는데 다음 경기부터는 저한테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만, 만약 카발리니 선수가 원한다면 저는 얼마든지 양보하고 싶어요. 저는 골 욕심을 내는 선수는 아니라서요. 루카스가 오늘 PK를 놓쳤지만 능력이 좋은 선수고, 골을 못 넣는다고 하더라도 저희 팀에 너무 많은 도움이 되는 선수라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Hwang Inbeom heatmap

[그림] 왼쪽은 1일 스포르팅 KC전 황인범의 히트맵. 오른쪽은 8일 LA 갤럭시전 황인범의 히트맵.

# "대표팀, 나는 무조건 간다는 보장이 된 곳이 아니다"

만약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황인범은 곧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 소집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며 이달은 물론 6월 월드컵 예선 일정마저 연기됐다.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황인범에게 코로나19의 확산은 안타깝지만, 월드컵 예선 일정이 연기되며 실전 감각을 조금 더 끌어올린 후 대표팀에 합류할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대표팀 명단에 제가 포함되는 건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대표팀은 매번 제가 간다는 보장이 없는 곳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항상 대표팀이라는 곳은 무게감이 있고, 중요하고, 소중한 자리니까 언제가 됐든 국가대표가 될 기회가 있다면 그걸 바라보면서 준비해야 하는 게 당연하죠. 지금 나라가 힘든 시기니까 국민들께 힘이 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팬분들 앞에서 좋은 경기력,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게 된 건 아쉽지만, 조금 더 몸을 끌어 올려서 준비한다면 또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심각해지며 K리그 일정이 연기됐다. 당분간 국내에서 축구 경기를 보는 건 어려워진 셈이다. 황인범은 이럴 때일수록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환경에서 활약 중인 해외파들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경기력으로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국민들이 지금 정말 힘든 상황인데, 저를 포함해서 모든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경기에 뛸 수 있는 환경이라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국민들께 힘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더 중요한 건 국민들께서도 최대한 관리를 잘 하셔서, 그리고 하루빨리 안전이 보장돼서 확진자가 더는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외국에 있는 선수들의 좋은 모습을 통해서 국민들께 조금이라도 힘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한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K리그를 항상 응원하는 마음이 있어요. 처음 해외에 나온 작년부터 시간이 되는 한 K리그 경기는 꼭 챙겨보거든요. 지금도 리그 일정은 연기됐지만,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를 정말 잘 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상황이 힘들지만, 선수들이 모든 국민들과 축구 팬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이겨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Vancouver Whitecaps

# 인터뷰 도중 나타난 '베스트 프렌드' 알리 아드난

인터뷰 도중 황인범의 팀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인 알리 아드난(26)이 등장했다. 지난 7일 <이라크 최초의 유럽 빅리거, 알리 아드난 이야기 [한만성의 주간 MLS]> 칼럼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아드난은 이날도 어김없이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는 한국식 인사를 건넸다.

이날 드리블 돌파에 이은 컷백으로 결승골을 도운 아드난은 황인범을 가리키며 "경기도 잘 못한 선수를 왜 인터뷰하지?"라며 장난을 걸어왔다. 이어 그는 황인범에게 다음날 훈련 일정을 물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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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을 지켜보던 기자가 사진을 찍겠다고 말하자 황인범과 아드난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갑자기 '손가락 하트'를 들어올린 후 유유히 드레싱 룸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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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Vancouver Whitecaps FC, SofaScore, 한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