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이에른 뮌헨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하메스 로드리게스, 프랑크 리베리, 토마스 뮐러로 이어지는 공격 사각편대의 맹활약에 힘입어 6-0 역사적인 대승을 거두었다.
바이에른이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7/18 시즌 분데스리가 28라운드 홈경기에서 도르트문트를 6-0을 완파했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원정에서 치욕적인 대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
바이에른은 이 경기에서 아르투로 비달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4-2-3-1이 아닌 토마스 뮐러와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동시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하비 마르티네스가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에 위치해 포백을 보호하는 가운데 하피냐가 로테이션 차원에서 요슈아 킴미히를 대신해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게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Kicker이에 맞서 도르트문트는 에이스 마르코 로이스와 주전 수비수 외메르 토프락의 공백을 '신성'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만 19세)와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바젤에서 영입한 만 22세 젊은 수비수 마누엘 아칸지로 메웠다. 게다가 마흐무드 다후드의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너로 율리안 바이글이 아닌 곤살로 카스트로를 선발 출전시킨 4-2-3-1 포메이션으로 바이에른 원정에 임했다.
Kicker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의 경기는 '데어 클라시커(Der Klassiker: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라이벌전 명칭인 '엘 클라시코'의 독일어 표현)'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빅매치다. 물론 데어 클라시커라는 표현 자체가 2012/13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생긴 신조어로 전통의 라이벌이라고까지는 보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의 맞대결은 매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는 빅매치다.
그러하기에 페터 슈퇴거 도르트문트 감독은 바이에른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바이에른은 그들이 최고의 팀이라는 걸 표방하고 있고, 이 요건을 충족시켰다. 우리는 우리가 2번째로 강한 팀이라는 걸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이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의 계획은 그들이 우리를 상대로 우승 트로피를 드는 걸 저지하는 것이다"라며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도르트문트 에이스 로이스가 빠지는 만큼 바이에른의 승리가 유력하긴 했으나 라이벌전답게 팽팽한 혈전을 기대케 했다. 게다가 바이에른은 사실상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지은 반면 도르트문트는 현재 분데스리가 3위(승점 48점)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이내 진입을 놓고 2위 샬케(승점 52점), 4위 RB 라이프치히(승점 46점), 5위 바이엘 레버쿠젠(승점 45점, 골득실 +12), 6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승점 45점, 골득실 +8)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기에 동기부여 면에선 도르트문트가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6-0, 바이에른의 역사적인 대승이었다.
바이에른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간 레반도프스키가 뮐러의 스루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바이에른은 13분경 하메스의 전진 패스를 받은 왼쪽 측면 수비수 다비드 알라바가 리턴 패스 형태로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온 하메스가 왼발 슬라이딩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다시 10분 뒤(23분), 카스트로의 볼 터치 실수를 하메스가 가로챈 걸 레반도프스키가 잡아선 드리블로 몰고 가다 패스를 연결한 걸 하메스가 정교하게 왼발 크로스로 올렸고, 이를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간 뮐러가 가볍게 논스톱 슈팅으로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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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하고 23분 만에 무려 3실점을 허용하자 슈퇴거 감독은 3번째 바이에른 골 장면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카스트로를 빼고 바이글을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올라갈대로 올라간 바이에른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바이에른 중앙 수비수 마츠 훔멜스의 가로채기에서 시작한 역습 과정에서 레반도프스키의 패스를 받은 리베리가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로 도르트문트 오른쪽 측면 수비수 우카시 피슈첵을 제치고선 시도한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 맞고 다시 리베리 맞고 흐른 걸 레반도프스키가 슬라이딩으로 몸을 날려 골을 성공시켰다.
어수선한 틈을 타 전반 종료 직전 바이글의 횡패스를 가로챈 리베리가 하메스에게 내주면서 곧바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고, 하메스의 리턴 패스를 받아 골키퍼 키를 넘기는 센스 있는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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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을 5-0으로 마무리한 바이에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알라바를 빼고 킴미히를 투입하는 여유를 보였다. 게다가 주중 세비야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원정 경기에 대비해 의도적으로 경기 템포를 늦추면서 체력 안배에 나섰다. 후반 20분엔 하메스 대신 티아고 알칸타라가, 다시 4분 뒤엔 리베리 대신 제바스티안 루디가 차례대로 교체 출전했다.
이대로 경기는 5-0으로 끝나는 듯싶었다.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이미 전의를 잃은 지 오래였고, 바이에른 선수들도 무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뮐러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측면을 파고 든 킴미히의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레반도프스키가 가볍게 밀어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와 함께 6-0 스코어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전반에만 5골을 넣은 건 데어 클라시커 역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6골 차는 데어 클라시커 역사상 2번째로 많은 골 차이에 해당한다. 데어 클라시커 역대 최다 점수 차 경기는 1971/72 시즌 16라운드로, 당시 홈팀 바이에른이 11-1로 10골 차 대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의 라이벌이 아니었다. 당시 바이에른의 대항마는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였다.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의 라이벌로 떠오르기 시작한 1994/95 시즌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이는 역대 최다 점수 차 경기다.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은 모든 선수들이 다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바이에른에서 가장 실력적인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는 하피냐조차도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했다. 특히 수비 쪽에서 前 도르트문트 주장 훔멜스는 가히 철벽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수비력과 뛰어난 후방 빌드업을 자랑했다.
하지만 역시나 바이에른이 많은 골을 양산한 만큼 공격 쪽의 선수들이 더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성격의 경기였다. 레반도프스키와 하메스, 리베리, 그리고 뮐러가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6골을 합작해냈다. 아름다운 현악 4중주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단연 해트트릭을 달성한 레반도프스키였다. 레반도프스키는 4회의 슈팅을 모두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고, 연계플레이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이상적인 원톱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실질적으로 경기력 측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선수로 뽑히는 건 하메스이다. 하메스는 64분을 소화하면서 풀타임을 뛴 동료 선수들보다 더 많은 볼터치 횟수(88회)를 자랑했다. 패스 정확도는 91%였고, 1골 2도움을 올리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리베리의 나이를 잊은 활약상도 단연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번 시즌 들어 급격히 노쇠화 기미를 보이면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바이에른과의 재계약도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리베리는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하는 드리블 돌파와 센스 있는 슈팅을 선보였다. 패스 성공률은 무려 98.1%에 달했다. 특히 전반 종료 직전 레반도프스키의 골 장면에서 펼쳐보인 화려한 터닝 동작에 이은 드리블 돌파는 이 경기 리베리 활약상 중에서도 단연 백미였다. 1골 1도움은 그의 공헌도에 상응하는 보너스와도 같았다.
뮐러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특유의 폭넓으면서도 분주한 움직임으로 공격에 있어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면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뮐러이다.
레반도프스키는 이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넣으면서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고 공식 대회에서 145골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레반도프스키는 전설적인 공격수 디터 회네스와 함께 바이에른 역대 공식 대회 최다 골 공동 5위에 진입했다.
게다가 레반도프스키와 뮐러는 동시에 바이에른 소속으로 분데스리가에서만 103골을 넣으며 디터 회네스(102골)을 넘어 구단 역대 분데스리가 최다 골 공동 4위에 올라섰다. 이래저래 선수 개개인적으로도 대기록들을 수립한 바이에른이다.
# 바이에른 역대 분데스리가 최다 골 TOP 5
1위 게르트 뮐러: 365골
2위 칼-하인츠 루메니게: 162골
3위 롤란드 볼프르트: 119골
4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103골
4위 토마스 뮐러: 103골
# 바이에른 역대 공식 대회 최다 골 TOP 5
1위 게르트 뮐러: 508골
2위 칼-하인츠 루메니게: 217골
3위 토마스 뮐러: 172골
4위 롤란드 볼파르트: 155골
5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145골
5위 디터 회네스: 145골
AFP/Get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