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범수 에디터 = 뜨거웠던 네 차례의 8강 혈투를 한눈에 돌아본다.
Final 4,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네 팀이 정해졌다. 주인공은 프랑스, 벨기에, 잉글랜드, 크로아티아었다. 프랑스는 카바니가 결장한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벨기에는 '거함' 브라질을 꺾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난적 스웨덴을 꺾었으며, 승부차기 혈투 끝에 크로아티아가 개최국 러시아를 꺾고 4강에 올랐다.
선수들은 눈물을 머금고 경기를 뛰었다. 히메네스는 경기 중 눈물을 흘렸으며, 승부차기에 나선 선수들 역시 간절함의 눈물이 눈에 고였다. 이렇게 간절하고 뜨거웠던 네 차례의 8강 혈투를 한눈에 돌아본다.
1. 우루과이 vs 프랑스
경기 결과: 우루과이 0-2 프랑스
득점자 (우루과이): -
득점자 (프랑스): 바란 (40'), 그리즈만 (61')
공식 Man of the Match: 앙트완 그리즈만 (프랑스)
- 너무도 큰 카바니의 빈자리
카바니는 이번 월드컵에서 세 골을 넣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6강 포르투갈과의 대결에서는 멀티골을 넣으며, 팀의 8강을 이끌었다. 그러나, 경기 이후 비보가 전해졌다. 카바니가 부상으로 8강전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들렸다.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대결을 앞두고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뉴스는 카바니의 부상정도였다. 우루과이는 카바니의 부상 정도가 심하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반전은 없었다. 카바니는 경기에 결장했고, 카바니를 대신하여 스투아니가 경기에 나섰다.
초반 분위기는 우루과이가 주도했다. 우루과이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프랑스를 위협했다. 기존의다이아몬드 4-4-2를 전술을 바탕으로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나, 공격의 방점을 찍을 선수가 없었다. 수아레즈는 상대 수비수에 집중 견제를 받았고, 카바니를 대신하여 경기에 나선 스투아니는 졸전을 펼쳤다.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대가는 컸다. 잠시 주춤했던 프랑스는 이내 경기력을 회복했다. 측면의 음바페에게 공을 전달했고, 음바페는 레프트백 락살트를 상대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고딘과 히메네스는 여전히 벽과 같이 느껴졌다.
선제골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에서 프리킥 키커로 나선 그리즈만은 크로스를 올렸고, 바란이 헤더 득점으로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벽을 허물었다.
타베레스 감독은 이른 시점에 스투아니 대신 막시 고메즈를 넣었다. 그러나, 흐름을 바꾸기에는 무리였다. 우루과이는 흔들렸고, 무너졌다. 믿었던 무슬레라 골키퍼의 실책으로 자멸했다. 무슬레라 골키퍼는 정면으로 오는 그리즈만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다. 엄연한 실책이었다.
이후 우루과이의 기세는 완전히 꺾였고, 프랑스를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히메네스는 무기력한 경기가 이어지자 안타까운 마음에 경기 도중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이 날 경기의 주인공은 그리즈만이었다. 16강의 히어로 음바페는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오래동안 침묵했던 그리즈만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강을 이끌었다. 프랑스는 그리즈만의 활약 덕분에 다가오는 벨기에와의 4강을 더욱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2. 브라질 vs 벨기에
경기 결과: 브라질 1-2 벨기에
득점자 (브라질): 헤나투 아우구스토 (76')
득점자 (프랑스): 페르난지뉴 (13' O.G), 데 브라이너 (31')
공식 Man of the Match: 케빈 데 브라이너 (벨기에)
-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한 마르티네즈의 승리
축구 감독이라면 누구나 전술적 고집을 갖고 있다. 이 고집은 승리 할 때에 뚝심이 되며, 패할 때에 고집이 된다. 마르티네즈는 이번 대회에서 데 브라이너를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한 쓰리백 전술을 선보였다.
공격적 역량이 뛰어난 데 브라이너의 수비 부담이 가중되고, 중원이 엷어진다는 우려를 자아냈지만, 마르티네즈 감독은 이 전술을 강행했다. 이 전술은 파나마와 튀니지를 상대로 통했다. 벨기에는 두 팀을 압도하며, 16강을 조기에 확정지었다.
문제는 일본전이었다. 중원에서의 패스 플레이에 능한 일본을 상대로 벨기에의 중원은 수적 열위에 처했다. 데 브라이너는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였고, 비첼 홀로 쓰리백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 번의 실점은 명백한 전술 실패였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전술의 실패를 인정하고, 펠라이니를 중원에 배치하고, 데 브라이너를 공격으로 올렸다. 이 변화는 성공적이었고, 대역전극의 비결이었다.
벨기에는 강팀 브라질을 상대로 변화를 주었던 이 전술을 활용했다. 부진했던 카라스코 대신 샤들리가 경기에 나섰고, 데 브라이너는 공격 지역으로 올라갔으며, 그 빈자리를 펠라이니가 메웠다. 자신의 고집을 꺾고, 변화를 받아들였다.
두 팀은 초반부터 공수를 오가는 눈이 즐거운 경기를 펼쳤다. 골을 넣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수비적 부담으 떨쳐낸 데 브라이너는 달고 있던 모래 주머니를 털어내듯 브라질의 진영을 휘저었다. 득점은 이른 시간에 나왔다. 불운하게도 코너킥 상황에서 페르난지뉴가 헤더 자책골을 넣었다.
벨기에의 기세는 더욱 올랐다. 브라질이 공격을 이어나갔으나, 역습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실점을 허용했다. 루카쿠는 역습 상황에서 기민했고, 데 브라이너에게 공을 전달했다. 데 브라이너는 자신에게 열린 공간을 활용하여 중거리 골을 넣었다.
열세에 놓인 브라질은 더욱 더 공세를 높였다. 마르셀루는 풀백이 아닌 측면 미드필더 처럼 경기했다. 그러나 쿠르트와의 선방과 수비수들의 활약으로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헤나투 아우그스토의 헤더 득점이 나왔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벨기에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았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대회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벨기에가 우승 후보 프랑스를 꺾고,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3. 잉글랜드 vs 스웨덴
경기 결과: 잉글랜드 2-0 스웨덴
득점자 (잉글랜드): 해리 맥과이어 (30'), 델레 알리 (59')
득점자 (스웨덴): -
공식 Man of the Match: 조던 픽포드 (잉글랜드)
- '원 팀 잉글랜드'를 만든 사우스게이트 감독
잉글랜드가 난적 스웨덴을 꺾고, 감격적인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피터 쉴튼, 게스코인, 리네커 등을 앞세운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만이다.
잉글랜드는 이후 많은 기대 속에 월드컵을 치렀다. 오웬, 베컴, 램파드, 제라드, 스콜스, 시어러, 존 테리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등장했지만 구슬을 꿰지 못했다.
이번 잉글랜드 대표팀은 근래 치른 월드컵에서 가장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50경기 이상의 대표팀 경기를 소화한 선수는 수비수 케이힐뿐이었다. 주전 수비수 해리 맥과이어와 트리피어, 골키퍼 픽포드는 대회 전에 A매치 10 경기도 소화하지 않았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명성이 아닌 실력을 택했고, 자신의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를 중용했다. 측면 수비수 워커를 쓰리백의 스토퍼로 기용했고, 다소 투박하지만 많이 뛰는 린가드를 적극 활용했다. 픽포드 골키퍼는 만점 활약으로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번 대회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자랑한 스웨덴은 잉글랜드를 상대로 잘 버텼다. 그러나, 세트피스 실점은 막을 수가 없었다. 공격에 가담한 레스터 시티의 수비수 해리 맥과이어가 영의 크로스를 이어받아 득점에 성공했다.
실점한 스웨덴은 라인을 올렸다. 공격수 베리는 위협적인 슈팅을 가져갔지만, 픽포드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반면, 잉글랜드는 다시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린가드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알리는 헤더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스웨덴은 구이데티, 폰투스 얀손 등을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주었지만, 잉글랜드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픽포드의 활약이 빼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스웨덴은 만회골을 넣지 못하고 패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의 자원들을 하나로 꿰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많은 토트넘 선수들을 뼈대로 새롭게 살을 붙였다. 선수들의 A매치 기록, 팀의 이름값은 중요하지 않았다. 각 포지션에서 자신의 축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았고,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분위기가 뜨겁다. 'Football is coming home (축구가 종가로 돌아온다)' 라는 노래 제목처럼 잉글랜드는 다시 한 번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순간을 꿈꾼다.
4. 러시아 vs 크로아티아
경기 결과: 러시아 2 (3:4) 2 크로아티아
득점자 (러시아): 체리셰프 (31'), 마리오 페르난데스 (115')
득점자 (크로아티아): 크라마리치 (39'), 도마고이 비다 (101')
공식 Man of the Match: 루카 모드리치 (크로아티아)
- 120분의 명승부 속 승부차기 승리 거둔 크로아티아
장군멍군의 승부였다. 러시아가 앞서자 크로아티아가 쫓아갔고, 크로아티아가 앞서니 러시아가 쫓아왔다. 비등한 전력 속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결국 승부차기였다. 120분 혈투 속에서도 승부는 나오지 않았고, 승부차기로 4강 진출 팀이 가려졌다.
두 팀은 팽팽했다. 모드리치, 라키티치가 이끄는 중원과 골로빈, 쿠자예프 등을 내세운 두 팀의 중원 대결은 긴장감이 넘쳤다. 팽팽한 긴장감은 전반 31분 체리셰프의 득점이 나오기 전까지 이어졌다. 체리셰프는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수비수들이 손 쓸 틈 없는 빠른 박자의 슈팅을 가져갔고, 수바시치가 막을 수 없는 골문 구석으로 멋진 중거리 득점에 성공했다.
크로아티아는 실점 이후 공세를 높였다. 동점골을 넣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반 39분 만주키치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크라마리치가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전에는 양 팀이 밸런스를 갖춘 채 기회를 엿봤다. 그러나, 골문을 열리지 않았다. 페리시치의 슈팅은 골대 안쪽을 맞았지만 골문을 외면했다.
균형을 깬 팀은 크로아티아였다. 크로아티아는 코너킥 상황에서 도마고이 비다의 헤더로 득점에 성공했다. 4강에 한 발 다가간 순간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종료 5분을 남기고 얻은 천금같은 프리킥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자고예프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마리오 페르난데스가 헤더로 연결시켰고, 골문을 흔들었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스몰로프가 파넨카킥을 시도했지만 잘못 찼다. 공은 중앙으로 가지 않고 수바시치의 손을 향했다. 이후 크로아티아의 코바치치가 실축하며 승부는 원점이 되었다. 코바치치의 슈팅은 아킨페프 골키퍼에 막혔다.
승부처는 마리오 페르난데스의 차례였다.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차기로 이끈 마리오 페르난데스는 공에 발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슈팅이 골문 밖을 벗어나는 실축을 했다. 이후의 키커들은 모두 득점에 성공했고, 결국 크로아티아가 승리했다.
120분간의 혈투는 명승부였다. 두 팀은 8강에 오를 자격이 있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했다. 어느 팀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백중세였다. 운명의 승부차기가 크로아티아를 4강으로 이끌었다.
크로아티아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만에 4강에 올랐다. 수케르, 보반, 빌리치 등이 이끌던 크로아티아는 20년 전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선보였다. 이제 그 계보를 라키티치, 모드리치, 수바시치 등이 이어받았다. 이들은 4강을 넘어 사상 첫 결승을 꿈꾸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역사적인 도전이 이어진다.
4강 경기 일정
7월 11일 03:00 - 프랑스 vs 벨기에
7월 12일 03:00 - 크로아티아 vs 잉글랜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