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S, 태국 거쳐 K리그 누빈 미국계 공격수
▲"애초에 K리그 진출 염두하고 MLS 떠났다"
▲사드가 밝힌 레바논이 손흥민 상대하는 방법
[골닷컴] 한만성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초반 흐름을 좌우할 2차전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벤투호의 상대는 그동안 한국 축구를 집요하게 괴롭힌 레바논이다.
사실 레바논은 한국과의 역대전적에서 1승 3무 10패로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한국은 레바논을 만난 대다수 경기에서 진땀승을 거뒀다. 한국이 레바논을 상대한 14경기 중 여덟 경기는 한 골 승부, 혹은 무승부로 끝났다. 심지어 한국은 2011년 11월 베이루트 원정에서 레바논에 1-2 충격패를 당한 후 조광래 감독이 경질되는 홍역을 치렀으며 지난 6월 2차 예선에서는 홈에서 선제골을 헌납하며 어려움을 겪은 끝에 가까스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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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약 10년 사이에 A매치에서 여덟 차례나 한국과 격돌한 레바논에는 유독 한국 축구를 잘 아는 공격수가 있다. 그는 바로 손흥민이 벤투호에서 맡는 역할과 비슷한 포지션을 레바논 대표팀에서 소화하는 공격수 수니 사드(29)다. 미국과 레바논 이중국적을 보유한 사드는 스포르팅 캔자스 시티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후 북미프로축구 MLS 우승, US 오픈컵(미국 컵대회) 우승 2회를 차지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후 그는 2015년 태국 무대로 진출해 파타야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하며 주가를 높였다. 당시 파나야 유나이티드의 공격진을 이끈 선수는 사드와 주니오다. 시간이 흘러 작년 사드는 안산 그리너스에서 활약했고, 주니오는 울산에서 K리그1 득점왕과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 MLS 우승 차지한 사드, 한국을 목표로 아시아로 떠나다
사드의 K리그 도전기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단 1년 만에 끝났지만, 놀라운 점은 그가 6년 전 태국 진출을 선언한 시점부터 한국 무대에서 활약할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지난 6일(한국시각) 레바논 대표팀과 PCR 테스트를 받은 후 '골닷컴 코리아'와 가진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작년 K리그 무대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과거 미국 청소년 대표팀에서 활약한 그는 레바논 성인 대표팀을 택한 후 아시아 최고 무대를 늘 선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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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태국으로 가기 전부터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눴다. 아시아로 가기로 하며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최고의 리그까지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태국이 한국으로 가는 루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전부터 한국은 늘 뛰어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내가 생각한 K리그는 매우 경쟁력 있는 곳이었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 리그와 달리, K리그의 경쟁력과 그곳에서 내가 쌓을 수 있는 경험을 생각해볼 때 한국은 돈을 벌러 가는 곳이 아닌 선수로서 발전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비록 K리그2 구단이긴 했지만, 안산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순간 그곳으로 뛰어갈 준비를 했다(웃음). 물론 K리그2보다는 K리그1이 더 기술적이고 점유율 기반 축구를 구사했지만, 어찌 됐든 한국은 늘 내가 꿈꾸던 무대였다."
사드는 태국에서 활약한 파타야 유나이티드 시절 김학철 감독을 만났고, 미국 인디 일레븐 시절에는 서울 이랜드 초대 사령탑 마틴 레니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그는 안산에서 더 오랜 기간 뛰지 못한 점이 여전히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무르며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내가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내가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당시 안산은 역습 위주의 축구를 구사했는데, 팀 성적을 보면 잘 알겠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해내지는 못했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 팀에 있었지만, 우리는 감독이 요구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구현하지 못했다. 김길식 감독을 폄하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모든 감독에게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더욱이 나는 한국에서 훌륭한 경험을 쌓았다. 한국 대표팀을 상대할 이번 경기에서도 안산 시절 경험을 살릴 것이다. 지난 6월 한국 원정에서 역전패를 당했지만, 내가 선제골을 넣으며 우리도 그들을 상대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드가 본 한국 대표팀의 손흥민 "그를 상대하는 건 어렵지만 단순하다"
지난 2010년대부터 한국과 여덟 번이나 맞대결을 펼친 레바논은 손흥민을 다섯 번이나 상대해본 팀이다. 손흥민은 지난 6월 레바논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이날 페널티 킥으로 뽑아낸 결승골을 제외하면 다섯 차례나 맞붙어본 레바논을 상대로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는 아직 득점을 기록한 적이 없다. 실제로 레바논은 번번이 밀집 수비를 바탕으로 손흥민을 집중견제하며 한국을 만난 대다수 경기 양상을 치열하게 끌고 갔다. 이처럼 사드는 토트넘의 손흥민이 아닌 한국 대표팀의 손흥민을 상대 선수로서 지켜본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TV로 본 토트넘의 손흥민과 직접 맞붙어본 한국의 손흥민으로부터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심리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TV로 본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손흥민은 당연히 수많은 부분에서 엄청난 능력을 보유한 선수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 중 한 명이다. 심지어 나는 그가 토트넘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선수라고 본다. 스포트라이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리 케인의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토트넘에는 케인, 손흥민 외에도 능력 있는 선수가 많다. 단, 한국 또한 손흥민을 제외해도 능력 있는 선수가 많은 팀이다. 그러나 내가 본 한국 대표팀의 손흥민은 존재를 부인할 수 없는 메인 맨(main man)이며 팀의 모든 공격 작업이 그를 통해 진행된다. 우리가 그를 막는 게 절대 쉽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를 상대하는 방법과 멘탈리티는 오히려 꽤 단순하다. 절대 공간을 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한국을 상대할 때, 늘 경기장을 살피며 손흥민의 위치를 파악한다. 매 순간 손흥민의 위치를 파악하며 '어떻게 하면 저 위치에 있는 손흥민이 공을 잡았을 때 최대한 빨리 압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이 우리를 상대할 때, 그가 공을 잡는 순간부터 수비수 두세 명이 따라붙는다. 이 때문에 그가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일 수 있다. 내 생각에도 그가 가끔은 무리한 플레이를 시도할 때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주장, 슈퍼스타라는 책임감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 건 한국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경기력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손흥민은 여전히 잘하지만, 토트넘에서 뛸 때와 달리 공간을 누리지 못할 뿐이다."
이번에도 레바논은 한국을 상대로 조직적인 수비로 맞서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라크가 3주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한국전에 나섰듯이, 레바논도 지난달 초부터 터키와 도하에 각각 10일씩 캠프를 차린 후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레바논은 지난 6월 2차 예선을 마친 후 자국인 자말 타하 감독과 결별한 후 체코 리그 우승 경험을 자랑하는 이반 하세크 감독을 선임했다. 이후 레바논은 3주간 이어진 전지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린 상태로 한국을 상대하게 됐다.
"나를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은 뒤늦게 팀에 합류했지만, 레바논 리그에서 활약 중인 동료들은 일찌감치 팀 훈련과 체력 훈련으로 몸상태를 올렸다. 어차피 해외파 선수들은 적응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러나 레바논 리그 소속 선수들에게는 전지훈련이 꼭 필요했다. 이 덕분에 지난주 UAE 원정에서 긍정적인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 한국전에서도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한국전을 항상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경기다. 이번에는 장거리 이동과 시차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다. UAE 원정을 마친 후 경기장을 떠나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러나 정말 더운 두바이를 거쳐 한국에 오니 날씨가 너무 좋게 느껴진다. 우리에게는 비교적 시원한 한국의 날씨가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세크 감독의 축구에 적응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레바논은 외국인 감독을 이미 많이 경험해봤다. 오히려 지난 6월 한국에 왔을 때 우리를 이끌었던 감독이 흔치 않은 레바논 출신 지도자였다. 게다가 나처럼 외국에서만 생활한 선수에게는 특히 전술적 인지 능력을 중시하는 하세크 감독의 스타일이 꽤 익숙하다. 그는 선수들을 잘 이해해주는 감독이다. (2019년까지 레바논을 이끈) 미오드라그 라둘로비치 감독과 비교하면 그는 훨씬 차분하고, 이해심이 깊다."
AFC# 사드가 생각하는 중동 팀들의 '침대 축구'란?
국내에서는 한국이 레바논을 상대로 늘 어려운 경기를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흔히 언급되는 '침대 축구'가 꼽힌다. 침대 축구는 지난주 이라크전을 득점없이 0-0으로 마친 후 주장 손흥민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 축구가 발전할 수 없다"며 불쾌한 소감을 밝혀 또 논란이 됐다. 레바논 역시 과거 여러 차례 한국을 상대로 교묘하게 시간을 끄는 장면을 연출한 팀이다.
그러나 사드는 레바논이 한국을 상대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원동력을 '침대 축구'로만 설명하는 건 부당한 평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 한국 선수들은 레바논을 상대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우리 선수들의 '시간끌기'나 운동장에 드러눕는 상황을 언급할 것 같다. 그러나 레바논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실을 보면 레바논 선수들의 기술적 능력과 우리가 한국을 상대로 구사하는 변칙적인 수비 전술이 효과를 내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레바논 선수들도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합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는 능력이 있다. 특히 우리는 신체적으로 강하다. 레바논 선수들은 신체적 내구성이 탄탄하다. 우리는 한국 같은 팀을 만났을 때 수비를 펼치며 뒷공간을 걸어잠그는 방법을 알고 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선제골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
"만약 한국이 우리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는다면, 경기의 양상은 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우리를 상대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아마 우리의 수비력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선수들이 각자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대로 한국을 상대하는 건 늘 높은 벽을 만나는 기분이다. 그러나 불가능이란 없는 게 축구다. 우리가 오로지 손흥민에게 공간을 주지 않는 데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경기에는 남태희가 출전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공간이 발생하는 즉시 돌파하는 선수다. 지난 6월 경기에서도 남태희가 투입된 후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한국의 좌우 풀백 또한 늘 누가 나와도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계속 크로스를 올리며 우리를 어렵게 한다."
사드는 레바논이 한국을 상대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국내 팬들이 이를 이해하기 더 쉽게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은 경기에서 선보인 경기력을 언급했다. 키 포인트는 '전술적 규율(tactical discipline)'이다.
"우리는 한국의 경기 방식을 매우 존중한다. 한국은 유럽에서 뛰는 매우, 매우 수준 높은 선수가 많은 팀이다. 그들의 전반적인 경쟁력, 그리고 팀으로서 공을 움직이는 속도는 우리가 늘 경계해야 한다. 한국을 만나면 항상 이에 대해 드레싱 룸에서 대화를 나눈다. 한국에 온 후 이번 팀 훈련에서도 그랬으며 경기 중에도 계속 이런 점이 언급될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다. 아니, 스케일을 넓히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팀 중 하나로 꼽아도 될 것 같다.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긴 팀 아닌가. 그 경기에서는 한국이 훌륭한 전술적 규율을 보여줬다. 이라크가 지난주 한국을 상대로 이런 경기를 잘 했다고 본다. 한국은 우리를 상대할 때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당연히 그들은 늘 어려운 상대다."
"해외에서 활약 중인 우리 선수들은 대표팀에 합류하면 늘 레바논 리그 소속 선수들이 한국 같은 팀을 상대할 때 사로잡히는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고,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전에서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의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국전은 늘 어렵지만, 지난 6월에는 내가 선제골을 넣은 후 우리가 그들을 잘 막아내며 리드를 잡은 채 전반전을 마치기도 했다. 만약 후반전을 시작하며 우리가 5백 포메이션을 가동해 리드를 끝까지 지키는 데 더 집중했다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번 한국 원정은 무관중으로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없었다면 아무리 원정이라도 무관중 경기를 하는 기분이 이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무관중 경기에 익숙하다. 한국 원정이 무관중으로 열리는 점은 우리에게 더 유리할 것이다. 한국의 12번째 선수(관중)까지 상대해야 하는 경기는 당연히 무관중 경기보다 어렵다. 관중이 없는 경기는 사실상 연습 경기의 분위기로 진행된다. 우리가 그동안 팀 훈련을 하며 전술적으로 어떻게 한국을 막아내고, 역습을 펼치고, 그들의 약점을 공략할지 연구한 방법을 실전에서 구현하는 데 더 적합한 환경이 될 것이다. 관중석이 비어 있다는 건 이런 부분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UAE 원정이 유관중으로 열렸지만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AFC# "미국, 한국, 태국, 중동 축구의 차이점은..."
미국, 태국, 레바논을 거쳐 한국에서 활약한 사드는 현재 우리에게는 생소한 요르단 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지난 2018/19 시즌 레바논 구단 알 안사르에서 사드를 시도한 쿠웨이트 출신 압둘라흐 아부 제마 감독이 2020 시즌을 끝으로 K리그를 떠난 그를 요르단 리그의 강호 알 웨흐다트로 영입했다. 주로 투톱 공격진의 한 축, 혹은 스리톱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는 사드는 이처럼 미국, 태국, 레바논, 한국, 요르단 리그에서 활약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쌓았다.
"미국과 한국 축구는 신체적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미국 축구보다는 더 멈추지 않고 상대를 물고늘어진다. 한국 대표팀에도 이런 성향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멈추지 않고 뛴다. 아마 신체적 능력, 운동 신경은 신체적 내구성이 더 좋은 미국 선수들이 더 우수한 거 같긴 하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 축구는 주심의 성향도 타 국가와는 다른 편이다. 단, 기술적으로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더 좋다. 발밑으로 공이 들어왔을 때 볼을 더 잘 차는 건 한국 선수들이다. 태국도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태국 축구는 한국 축구처럼 빠르지는 않다. 그들은 기술적이지만, 민첩성이 한국 선수들보다 떨어진다. 이 때문에 태국은 볼을 더 점유하며 경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레바논, 요르단 등 아랍국가 출신 선수들은 선천적으로 탁월한 개인 기량을 보유한 선수들이 많다. 공을 가지고 노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경합 상황에서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아랍 선수들은 전술적 규율이 한국,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한국이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중동 5개국과 한 조에 편성되며 떠오른 화두는 장거리 원정이다. 한국의 이달 일정은 홈 2연전으로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내달부터는 유럽, 중동, 북미 등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귀국 후 단 1~2일 팀 훈련 후 홈 경기를 치른 뒤, 중동으로 날아가 3~4일 사이에 두 번째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사드 또한 그동안 미국, 태국 등에서 활약하면서도 레바논 대표팀에 차출되며 비슷한 고충을 겪어야 했다.
"미국 캔자스 시티에서 활약한 시절 레바논 대표팀에서 활약하게 된 초기에는 단 한번도 100% 몸상태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었다. 장거리 이동은 그만큼 어렵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다리가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이고, 몸은 처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조금은 괜찮아졌다. 대표팀 경기에 대비해 몸을 준비시키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했기 때문이다. 생활 습관부터 고쳤고, 식습관에도 더 신경을 썼다. 시차 적응을 하면서도 숙면을 취하기 위해 멜라토닌도 복용했다. 개인적으로는 대표팀 일정 중에는 낮잠을 안 자는 습관을 들인 점이 도움이 됐다. 어렸을 때는 소속팀에서 온 힘을 쏟은 후에도 대표팀 훈련까지 100%로 소화했다. 선수라면 당연히 훈련도 실전처럼 해야 한다. 그러나 몸의 요구를 들어줄 때도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는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 첫날부터 마치 그날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뛰곤 했다. 그러나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도에 대처해야 할 때는 100%로 뛰어선 안 된다. 나이를 먹으며 몸의 요구를 들어주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AFC# K리거 출신 사드 "한국은 내게 소중한 추억을 쌓게 해준 고마운 나라"
안산을 떠난 후 약 1년 만에 레바논 대표팀의 공격수로 돌아온 사드는 여전히 K리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있다. 최근 레바논 언론은 자국 대표팀이 한국에 도착한 후 까다로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따르는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사드는 이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그는 입국 후 공항에서 거친 절차 등이 길어지며 이를 힘들어한 선수들의 푸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훈련이나 숙박 시설 등은 훌륭한 수준이라며 논란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 레바논 매체가 한국에서 우리가 받은 대우에 대해 잘못된 주장을 했다가 발표한 공식 사과문을 봤다. 나 또한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방역 지침이 기대 이상으로 까다롭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단, 몇몇 레바논 선수들의 유일한 불만은 도착 후 공항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것뿐이다. 더 신속하게 절차가 진행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경기를 며칠 앞두고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파악됐다면 자가항공기나 전세기가 준비됐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러나 이 외 우리를 향한 한국의 대우나 주어진 숙박시설은 완벽한 수준이다. 호텔도 정말 좋고, 음식도 훌륭하다. 훈련장 잔디도 좋다. 대한축구협회가 우리를 괴롭히려고 했다거나 의도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다시 오게 돼 너무 좋다. 우리 팀에서 한국어를 아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한국인 스태프나 호텔 직원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다. 다시 돌아오니 한국에 대한 향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안산 시절 몇몇 동료들과 여전히 연락하고 지낸다. (이)준희와 특히 친하게 지냈다. 몇번 이태원으로 놀러간 적도 있다. 내 에이전트의 파트너도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쌓은 경험은 대단했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다. 모든 게 잘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고, 정말 깨끗하다. 시즌 도중 한국으로 온 내 아내도 이곳을 사랑했다. 아내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한국으로 다시 오니 마치 내 고향 미시건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레바논을 상대하는 한국에는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수의 압박을 이겨내고 연결하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주무기인 사드가 주요 경계 대상 중 한 명이다. 사드는 한국이 오늘 경기뿐만이 아니라 1월 레바논 원정, 그리고 이후에도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 등에서 계속 맞서야 할 상대다. 사드는 한국의 골문을 노려야 할 오늘밤 경기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면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던 K리그 시절 쌓은 경험을 평생 고맙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아버지가 레바논인, 어머니는 폴란드와 알바니아 혈통인 미국인이다. 그러나 축구 덕분에 상상도 하지 못한 수많은 곳에서 많은 추억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지금 내 나이가 29세인데, 최소 5년은 더 뛰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프로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많은 곳을 다니며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축구 덕분에 세상을 배웠다. 빈곤율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레바논에서 뛰며 전기, 물 등 기본적인 것도 없이 사는 사람들을 봤다. 태국에서는 드레싱 룸이 없는 경기장에서 뛴 적도 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는 모든 게 정리정돈된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여정을 경험하게 해줬다는 데 큰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가족이 나를 보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한국을 상대로 겸손한 자세로 경기에 나설 것이다. 나는 우리 아버지, 우리 가족, 그리고 내 고향을 위해 뛸 것이다."
인터뷰/글=한만성
사진=Getty, 한국프로축구연맹, AF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