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전주] 서호정 기자 = 후반 1분 제주 유나이티드의 골망이 흔들리자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우승에 대한 확신으로 들썩거렸다. 골이 들어가도 무표정한 최강희 감독도 그 순간만큼은 활짝 기뻐했다. 김신욱의 머리를 맞고 온 공을 이재성이 침착하고 정교한 왼발 슛으로 골을 만들었다. 이후 이승기와 이동국이 추가골이 나오며 전북 현대는 통산 5번째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6라운드. 전북은 제주를 3-0으로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 2위 제주와 승점 4점 차였던 전북은 이날 승리하면 7점 차로 벌려 남은 2경기와 관계 없이 정상에 서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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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중요성만큼 양팀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우승으로 가는 문을 연 것은 이재성이었다. 전북과 이재성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였다. 팀 입장에서는 경기력의 무게 중심이 확실히 이동국에서 이재성으로 넘어 왔다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올 시즌 부상으로 힘든 출발을 했던 이재성은 올 시즌 팀에 가장 간절했던 승리를 안기는 골을 만들며 해피 엔딩을 썼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당한 미세 골절 부상을 당했던 이재성은 5월부터 경기에 나섰다. 2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바로 골을 넣으며 빠른 경기력 회복을 보였다. 프로 데뷔 후 가장 적은 경기에 나섰지만 7골 9도움으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우승을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35라운드 강원전에서는 도움 해트트릭, 36라운드 제주전에서는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입단 첫해부터 만능 플레이로 K리그 최강팀 전북의 주전을 차지, 무서운 신인이 된 이재성은 2년차부터는 국가대표에까지 오르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프로 1년차와 2년차에는 전북의 K리그 클래식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3년차이던 지난 시즌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축이 되며 매해 우승을 경험하는 ‘골든보이’가 됐다.
프로 4년차에는 팀의 확고한 중심으로 올라섰다. 여름에 파트너였던 김보경이 J리그로 떠난 뒤에는 중원에서 홀로서기를 했고, 팀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전북의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이재성이 뛰면 1군, 뛰지 않으면 1.5군이라는 얘기를 한다. 전북은 스쿼드가 탄탄한 팀이지만 이재성만큼은 대체불가능이다”라며 그의 특별한 가치를 인정했다.
생애 첫 MVP 경쟁에 도전할 자격도 증명했다. 일반적으로는 골잡이, 혹은 주장이 맡지만 과거 이동국이나 지난해의 권순태만큼의 존재감은 없었다. 전북은 3명의 공격수(이동국, 에두, 김신욱)가 출전 시간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썼다. 수비수는 전통적으로 MVP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다. 2010년 우승을 하고도 MVP를 받지 못한 아디(서울)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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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MVP는 3명의 최종 후보를 놓고 언론사 투표로 선정한다. 우승팀이라고 해도 추천 선수는 1명에 불과하다. 즉, 최강희 감독을 비롯한 전북 코칭스태프의 결정이 사실상 MVP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장 신형민, 팀의 레전드 최철순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재성이 유력한 후보로 가고 있다.
역대 K리그 시상식에서 우승팀에서 MVP가 나오지 않은 경우는 3번에 불과하다. 1999년 안정환(당시 부산)과 2010년 김은중(당시 제주)은 준우승 팀에서 나온 MVP였다. 2016년에는 정조국(현 강원, 당시 광주)이 화려한 부활을 알리며 팀이 리그 8위에 그쳤음에도 MVP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