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페이스’ 봉동이장, 211승 신기록 앞에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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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을 보고 달린 최강희 감독이 선수들로부터 리그 7연승과 감독 개인 최다승을 선물 받았다. 경기 내내 돌부처 같던 그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었다.

[골닷컴, 춘천] 서호정 기자 =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K리그의 새 역사를 썼다. 그가 이끄는 전북 현대는 25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9라운드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리그 7연승을 달렸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하면 시즌 9연승이다. 

장기 연승이지만 2014년에 9연승을 달린 적도 있는 전북에겐 놀랄 기록은 아니다. 다만 이날 승리의 특별한 의미는 리더인 최강희 감독에게 있었다. K리그에서만 211승을 달성, 감독 개인 최다승 신기록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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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라운드 제주전 승리로 최강희 감독은 개인 통산 K리그 210승 고지에 도달했다. 김정남 전 감독이 갖고 있던 감독 개인 최다승과 타이였다. 최강희 감독은 종전 기록 보유자인 김정남 감독 재임 기간의 절반의 시기에, 오직 전북 한 팀에서만 승리를 쌓아왔다.

강원전을 앞두고 전북에 쏠린 가장 큰 관심도 211승 달성 여부였다. 그러나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은 차분했다. 그는 “새삼스럽지만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매주 2경기씩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 속에 부상자와 경고 누적자가 발생, 팀 운영에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최강희 감독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왔다. (월드컵 휴식기가 시작되는) 5월 20일까지는 선수들 생각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미가 큰 기록이지만 일단은 이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북 구단도 특별한 준비가 없었다. 원정 경기여서 더 그랬지만, 축하 플래카드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이 설레발 치는 걸 가장 싫어하신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자칫 승리하지 못하면 기록 달성은 29일 홈에서 벌어지는 수원전으로 미뤄질 수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큰 그림에 더 집중했다. 빡빡한 경기 일정 탓에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고려했다. 김신욱과 이재성이 대기 명단으로 내려 가고 아드리아노, 티아고, 정혁이 선발 투입됐다. 그의 머리 속은 태국의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상대하는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까지로 확장돼 있었다. 호주 다음으로 먼 태국 원정을 직항 없이 치러야 하는 전북은 11라운드 대구전을 치른 뒤 10명의 선수를 먼저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리람 원정 전에 치르는 12라운드 전남전을 10명의 주전 없이 치르겠다는 것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 경기를 앞두고 치르는 포항과의 13라운드 홈 경기는 월드컵 휴식기로 연기할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대표팀 선수가 대거 차출되는 상황에서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강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달랐다. 경기 전 만난 전북 선수들은 “꼭 최다승을 안겨드리겠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그 얘기를 들은 최강희 감독은 “기록에 대해선 아무 말도 안했는데…”라며 슬며시 웃었다. 

강원은 홈에서 적극적인 공세로 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강원은 홈에서 단 한번도 전북을 꺾은 적이 없었다. 전반 13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근호의 헤딩슛이 골문을 위협했다.  

그런 의욕에도 선제골은 전북의 차지였다. 완벽한 세트피스로 물꼬를 텄다. 전반 20분 티아고가 낮게 올린 코너킥을 니어포스트에 있던 이승기가 재치 있게 그대로 흘려줬고, 문전에서 기다리던 아드리아노가 가볍게 마무리 했다. 앞선 코너킥 때 했던 시도를 다시 한번 해서 만든 득점이었다. 

전북은 전반 추가시간 아드리아노가 특유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는 움직임에 이은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후반 들어 디에고를 투입한 강원의 공격에 잠시 밀렸지만 이내 전북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5분 이용의 크로스로 시작된 찬스에서 정혁이 문전 집중력을 발휘하며 골을 만들었다. 아드리아노에 이어 정혁까지 로테이션 멤버들이 해결사로 나섰다. 전북은 계속 경기를 주도했고, 그대로 2-0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416경기에서 211승(107무 98패)을 달성한 최강희 감독은 최단 기간, 그리고 유일한 60%대 승률의 200승 이상 감독이 됐다. 닥공이라는 모토를 만들 정도로 공격적인 축구로 현재를 썼지만 그 출발은 험난했다. 2005년 8월 인기 없는 지방의 중하위권 구단인 전북을 맡은 최강희 감독은 데뷔전에서 0-2 패배를 당했다. 당시 쐐기골을 넣은 선수는 현재 애제자인 이동국이었다. 3연패로 시원한 데뷔를 한 그는 데뷔전 후 한달이 지난 9월 25일 서울을 상대로 2-1로 승리하며 첫 승을 신도했다. 

첫 시즌에 2승 3무 7패를 기록했지만 극적인 FA컵 우승을 거두며 최강희 감독은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간신히 감독직을 연명’했다. 최강희 감독의 전설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극적인 승리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그 뒤 모기업인 전북 현대의 투자가 시작됐고 2009년 첫번째 리그 우승을 이루며 명문의 초석을 닦았다. 현재 전북은 K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스쿼드를 앞세워 5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만든 팀이 됐다. 그 기록을 모두 최강희 감독이 만들었다.

올 시즌도 전북은 리그를 초토화하고 있다. 지난 겨울 홍정호, 손준호, 임선영, 아드리아노, 티아고를 보강했다. 시즌 초반 인천에게 일격을 맞았지만 그 뒤 리그 7연승 중이고, 최근 6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중이다. 2014년 세운 9연승 기록과 닮았다. 당시 전북은 9연승 동안 8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9연승으로 프로 축구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가진 팀도 전북이다.

현재진행형 기록 제조기인 애제자 이동국이 새로운 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축하한다고 말했던 최강희 감독은 개인 기록으로 처음 축하를 받게 됐다. 경기 후 승리를 만든 선수들과 후반 추가시간부터 자신의 이름을 연호한 원정 응원단 앞에서 최강희 감독은 비로소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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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고의 순간에 과거를 회상했다. “처음 지도자 시작할 때 감히 스승님들의 기록을 깰 거란 생각도 못했다. 2005년에 감독 데뷔하고 3연패 했고, 그 뒤 1승 하고 또 3연패 했다. 2승 하고 끝났는데 지금 같으면 강등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 시즌에도 14개 팀 중 12위를 했다”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최강희 감독의 211승은 아직 입지가 불안한 많은 감독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처음엔 1승도 급급하고, 이기기 위해서 정말 별 일을 다 했다. 환경을 원망한 적도 있었고, 3개월 만에 팀을 그만둘 뻔 했다. K리그에서 별을 따는 꿈, 전북의 미래를 위해 구단을 설득했다. 2007년에 12승 12무 12패였다. 2008년에야 승이 많아졌다. 감독 기록은 선수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팀을 만들수 있게 믿어준 구단에 감사하다. 뒤에서 묵묵히 힘을 실어줬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었다. 오늘만큼은 행복을 즐기고 내일 다시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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