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대한축구협회

틀어막힌 왼쪽…손흥민-홍철 볼 빼앗긴 횟수만 40회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이라크를 상대로 고전한 한국 대표팀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라크는 한국의 왼쪽 측면 라인을 구축한 홍철(30), 손흥민(29)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으며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겨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2일(한국시각) 이라크를 상대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 홈 경기에서 득점없이 0-0 무승부에 그쳤다. 이날 한국은 전후반 이재성과 황희찬이 문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이를 살리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상대 수비진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벤투 감독은 송민규를 오른쪽 측면으로 넓게 벌려 배치하며 손흥민과 황의조의 상대 페널티 지역 침투를 유도했으나 두 선수의 움직임은 수비 진영에 진을 친 이라크에 봉쇄됐다. 손흥민이 안쪽으로 이동하면 왼쪽 측면 공간을 파고든 홍철도 후반 황희찬에게 연결한 크로스 한 차례를 제외하면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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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아드보카트 이라크 감독은 이날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셰르코 카림(25)을 중용하며 한국의 왼쪽 라인 봉쇄를 시도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라크 리그에서 활약 중인 카림이 소속팀 에르빌, 그리고 그동안 이라크 대표팀에서는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로 활약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3주간 터키, 스페인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카림의 빠른 발과 적극성, 왕성한 체력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후 그를 한국 원정에서 손흥민을 대인 방어할 '맨 마커'로 낙점했다. 실제로 카림은 이날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경기 내내 손흥민의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끈질긴 수비를 펼쳤다. 측면 수비수로 출전한 카림은 공격 가담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한국의 왼쪽을 틀어막는 데만 집중했다. 그 결과 그는 이날 풀백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크로스를 단 한 차례도 시도하지 않은 채 태클 성공 3회, 경합 승률 60%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한국의 왼쪽을 무력화하겠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계획은 결국 무실점 무승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라크를 상대한 한국 선수 중 패스 미스, 상대 태클에 볼을 빼앗긴 횟수, 미숙한 터치로 볼 소유권을 잃은 횟수를 합친 '포제션 로스(possession loss)'가 가장 많았던 선수는 홍철(21회), 그리고 손흥민(19회)이었다. 한국은 이라크전에 출전한 모든 선수를 통틀어 팀 전체 포제션 로스가 93회였다. 이 중 무려 43%에 해당하는 40회가 이라크가 현대 축구에서는 보기 드문 맨마킹을 펼친 한국의 왼쪽 측면라인에서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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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홍철과 손흥민은 이날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를 제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홍철은 드리블 돌파를 단 2회 시도했으나 성공 횟수는 0에 그쳤으며 손흥민 또한 드리블 시도 3회 중 성공 횟수가 단 1회에 불과했다.

홍철과 손흥민에 이어서는 황인범이 포제션 로스 15회로 세 번째로 많이 볼을 빼앗겼다. 그러나 황인범이 이날 공수를 오가는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볼터치를 무려 115회나 기록하며 홍철(62회), 손흥민(60회)보다 경기 상황에 관여한 빈도가 더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그가 볼을 잃은 횟수 역시 자연스럽게 높은 편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을 왼쪽에 배치한 후 그가 중앙 지역으로 접고 들어오며 섀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는 대표팀의 공격 패턴은 과거에도 벤투 감독이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전술적 결정이었다. 오히려 작년 11월 열린 유럽 원정(멕시코,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활약한대로 그가 측면에 넓게 벌려서서 상대 수비진을 유린한 뒤, 지공 상황에서는 문전을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고, 속공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볼을 몰고 공격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 게 벤투호가 더 위협적인 공격을 펼칠 만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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