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첼시가 풀럼과의 서런던 더비에서 상대 압박에 고전했음에도 평소와 다른 롱패스 위주의 플레이로 위기를 타개하며 2-0으로 승리했다.
첼시가 스탬포드 브릿지 홈에서 열린 풀럼과의 2020/21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34라운드에서 2-0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첼시는 17승 10무 7패 승점 61점으로 4위를 유지하며 (1경기를 더 치르긴 했으나) 5위 웨스트 햄과의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주중 레알 마드리드와 UEFA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1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 첼시는 PL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음에도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티모 베르너와 카이 하베르츠가 최전방 투톱으로 나섰고, 벤 칠웰과 리스 제임스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빌리 길모어를 중심으로 메이슨 마운트와 하킴 지예흐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티아구 실바가 중앙에 위치한 가운데 커트 주마와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이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에두아르드 멘디 골키퍼가 지켰다. 지난 레알 마드리드전과 비교하면 필드 플레이어(골키퍼 제외)들 중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선수는 베르너와 마운트, 칠웰, 실바, 크리스텐센 5명이 전부였다.
https://www.buildlineup.com/가장 변화가 컸던 포지션은 바로 중원에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지예흐가 후방으로 내려왔고, 마운트도 원래는 이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는 선수이다. 게다가 유스 출신 만 19세 길모어가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중책을 수행했다.
이렇듯 중원에 선수 변화도 많았고, 심지어 공격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이 포진하다 보니 첼시는 허리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풀럼은 압박 강도를 강하게 가져가면서 첼시를 괴롭혔다. 특히 길모어가 풀럼의 강한 압박에 버티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이로 인해 첼시는 점유율에서 48.7%로 평소에 비해 떨어지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토마스 투헬 감독이 부임한 이래로 리버풀전(45.8%)에 이어 2번째로 낮은 수치였다(애당초 투헬 하에서 50% 이하의 점유율을 기록한 경기가 이번이 2번째이다). 투헬 감독 하에서 첼시의 평균 점유율이 무려 68.5%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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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패스 횟수는 511회로 투헬 감독 부임 이후 최저치였다(기존 기록은 리버풀전 549회). 투헬 감독 하에서 첼시의 경기당 평균 패스 횟수는 714.2회로 200회 이상 더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투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패스 플레이를 통해 점유율을 극대화해 경기를 지배해 나갔던 첼시의 플레이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였다.
이에 투헬 감독은 평소와 달리 롱패스 위주의 플레이로 위기를 타개해 나갔다. 이 경기에서 첼시는 49회의 롱패스를 시도했다. 이는 투헬 감독 체제에서 한 경기 최다에 해당했다. 당연히 전체 패스 대비 롱패스 비율도 평소 6.9%에서 9.6%로 크게 올라갔다.
OPTA첼시 롱패스의 중심엔 바로 실바가 있었다. 실바가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14회의 롱패스(2위는 골키퍼 멘디로 11회, 3위는 제임스로 5회)를 전방에 연결해주었다. 실바가 롱패스를 넘겨주면 하베르츠와 베르너, 마운트 3명이서 개인 능력으로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드는 형태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EPL 경기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OTD)'에 패널로 출연한 아스널의 전설적인 공격수 이안 라이트 역시 풀럼이 뛰어난 압박을 통해 첼시를 괴롭혔으나 이에 첼시 역시 롱볼로 플레이 방식을 변경했고, 개인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 전방에 있었기에 이러한 전술적인 변화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주장했다.
BBC MOTD
BBC MOTD이 과정에서 첼시의 2골이 모두 터져나왔다. 먼저 경기 시작하고 10분 만에 수비 2명 사이로 향하는 실바의 정교한 롱패스를 마운트가 감각적인 볼터치로 받아내면서 전진 패스를 찔러주었고, 이를 하베르츠가 받아선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어서 후반 3분경, 실바가 상대 패스를 가로채서 패스를 넘겨준 걸 칠웰이 롱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받은 하베르츠가 접는 동작으로 수비 두 명을 따돌리고선 패스를 주고 곧바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선 베르너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하베르츠의 2골로 승기를 잡자 투헬 감독은 후반 20분경, 지예흐를 빼고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를 교체 출전시키며 수비를 강화했다. 이어서 후반 30분경엔 마운트 대신 공격수 타미 에이브러햄을 투입하며 체력 안배에 나섰고, 마지막으로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는 칠웰을 빼고 마르코스 알론소를 넣었다. 이대로 경기는 첼시의 2-0 승리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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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이 경기의 수훈갑은 하베르츠였다. 그는 멀티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 외 베르너와 마운트도 사이좋게 1도움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고, 실바는 정교한 롱패스로 상대 압박을 무력화 시키면서 첼시 공격의 기점 역할을 담당했다.
이렇듯 첼시는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하느라 로테이션을 가동했기에 경기 내용적인 부분에선 강등권 팀(18위)인 풀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투헬의 영리한 전술 변화 및 주요 선수들의 개인 역량을 앞세워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4위 자리를 유지함과 동시에 오는 주중에 있을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차전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
첼시는 전임 감독 프랭크 램파드 체제에서 이번 시즌 PL 19경기 8승 5무 6패 승점 29점에 만족해야 했으나 투헬 감독 하에서 15경기 9승 5무 1패 승점 32점으로 더 적은 경기 수에서도 더 많은 승점을 올리고 있다. 이번 풀럼전은 감독의 전술적인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일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