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레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2021 커뮤니티 실드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게다가 이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영입 선수 3인방의 활약으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20/21 시즌 FA컵 우승팀 레스터가 잉글랜드 축구 성지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우승팀 맨시티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접전 끝에 1-0 신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1971년에 이어 무려 40년 만에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커뮤니티 실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레스터였다.
이 경기에서 레스터는 지난 시즌 가장 많이 활용했던 4-2-3-1(PL 38경기 중 12경기에 4-2-3-1을 가동했다. 그 다음으로 3-4-2-1를 8경기에 활용했다. 무려 9가지 포메이션을 돌아가면서 활용한 레스터였다)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레스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베테랑 공격수 제이미 바디가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고, 제임스 매디슨을 중심으로 하비 반스와 아요세 페레스가 좌우에 서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유리 틸레망과 윌프레드 은디디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라이언 버트란드와 히카르두 페레이라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찰라르 쇠윈주와 다니엘 아마티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레스터 수호신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가 지켰다.
레스터는 주전 센터백 웨슬리 포파나와 베테랑 조니 에반스, 멀티 수비수 티모시 카스타뉴와 제임스 저스틴에 더해 수비형 미드필더 남팔리스 멘디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수비 쪽에 전력 누수가 대거 발생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버트란드는 사우샘프턴에서 이번 여름에 영입한 선수임에도 곧바로 선발 출전을 감행해야 했다. 반면 모나코에서 영입한 부바카리 수마레와 레드 불 잘츠부르크에서 영입한 파트손 다카는 아직 기존 레스터 선수들과의 호흡 문제를 고려해 벤치에서 대기했다.
https://www.buildlineup.com/맨시티 역시 정상적인 전력은 아니었다. 에이스 케빈 데 브라이너와 필 포든은 부상으로 결장했고, 주축 선수들 중 상당수가 유로 2020 본선과 코파 아메리카 참가로 뒤늦게 팀 훈련에 합류했기에 사무엘 에도지와 콜 팔머 같은 유망주와 백업 골키퍼 잭 스테픈이 선발 출전해야 했다.
그래도 맨시티가 점유율에서 57대43으로 우위를 점하며 기본적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하지만 레스터는 강력한 압박과 매디슨의 플레이메이킹에 이은 바디의 효과적인 역습으로 맨시티를 괴롭혔다. 실제 슈팅 자체는 10대12로 레스터가 맨시티보다 단 2회가 적었을 뿐이고, 특히 유효 슈팅에선 5대3으로 도리어 앞서는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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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레스터는 17분경 역습 찬스에서 페레스의 전진 패스에 이은 바디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23분경, 매디슨의 환상적인 롱패스를 페레이라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으로 연결했고, 틸레망의 스루 패스를 페레스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는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곧바로 1분 뒤엔 은디디의 가로채기에 이은 패스를 매디슨이 센스있게 찔러주었고, 반스의 슈팅이 수비 맞고 흐른 걸 바디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 역시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레스터의 가장 결정적인 득점 찬스는 전반 종료 직전엔 터져나왔다. 버트란드의 가로채기에서 시작된 역습 찬스에서 매디슨이 측면으로 내준 걸 반스가 크로스로 넘겨주었고, 이를 바디가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역동작에 걸린 스테픈 골키퍼가 필사적으로 뻗은 다리 맞고 굴절된 볼이 골대를 강타하고 만 것. 레스터 입장에선 두고두고 아쉬운 찬스였다. 이대로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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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초반 공격을 주도한 건 맨시티였다. 맨시티는 후반 시작부터 16분경까지 슈팅 5회를 가져가면서 레스터의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여전히 골이 나오지 않자 먼저 교체 카드를 꺼내든 건 맨시티였다. 맨시티는 후반 20분경, 일카이 귄도안과 에도지를 빼고 로드리와 PL 역대 최고 이적료인 1억 파운드(한화 약 1582억)를 들여 애스턴 빌라에서 영입한 공격형 미드필더 잭 그릴리시를 교체 출전시키며 변화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귄도안을 뺀 건 악재로 작용했다. 페르난지뉴가 극도의 부진을 보인 가운데 그나마 후반 20분경까지 맨시티가 레스터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주도권을 잡아나갈 수 있었던 건 귄도안의 유려한 탈압박에 이은 공격에 힘입은 바가 컸다. 실제 귄도안은 이 경기에서 맨시티가 기록한 유효 슈팅 3회 중 2회를 홀로 책임졌다. 찬스메이킹 역시 2회로 공동 1위였다. 하지만 귄도안이 빠지자 맨시티는 레스터의 압박에 더 흔들리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귄도안이 교체된 이후 슈팅 1회가 전부였던 맨시티였다.
반면 전반 내내 강한 압박을 감행했던 선수들이 후반 들어 체력 저하 현상을 드러내자 레스터는 후반 25분경에 바디와 틸레망, 메디슨, 페레스를 빼고 신입생인 다카와 수마레에 더해 루턴 타운에서 임대 복귀한 유망주 키어넌 듀스버리-홀과 베테랑 측면 미드필더 마크 올브라이턴을 교체 출전시키며 스피드와 활동량을 한층 강화했다. 이에 더해 후반 33분경엔 버트란드와 반스를 빼고 루크 토마스와 켈레치 이헤나초를 투입했다.
https://www.buildlineup.com/이는 주효했다. 다카와 이헤나초는 빠른 스피드로 맨시티 수비진에 압박을 가하면서 후방을 지속적으로 파고 들었고, 수마레와 듀스버리-홀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맨시티 중원을 괴롭혔다. 특히 수마레는 짧은 출전 시간 속에서도 레스터 선수들 중 최다인 2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다.
결국 정규 시간 종료 3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레스터에게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그릴리시의 패스를 받은 로드리가 위험천만한 백패스를 감행했고, 이를 맨시티 수비수 네이선 아케가 받았으나 이헤나초가 빠른 스피드로 가로챘다. 다급해진 아케는 백태클을 하다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 킥을 헌납했고, 이를 이헤나초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며 1-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와 함께 커뮤니티 실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분 좋은 시즌 출발을 알린 레스터이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부분은 영입 선수 3인방의 활약에 있다. 버트란드는 선발 출전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쳐보였고, 수마레는 짧은 시간 동안 볼경합 5회를 감행(볼경합 성공률 80%)하며 본인의 신체적인 우월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다카는 볼터치 자체가 적었기에 아직 평가하기 이른 부분이 있지만 빠른 스피드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다.
레스터는 2시즌 연속 브랜던 로저스 감독 체제에서 36라운드까지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인 4위 이내 순위를 유지했으나 막판 뒷심 부족을 드러내면서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는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실력 차에서 기인한 부분이 컸다. 주전 선수들이 지치는 시즌 막판이 갈수록 백업이 탄탄한 강호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었다.
이것이 레스터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카와 수마레, 버트란드를 영입해 공격과 중원, 수비까지 모두 보강한 이유이다. 이들이 높은 기대치에 충족하는 활약을 시즌 내내 펼쳐준다면 레스터는 이번 시즌만큼은 고질적인 뒷심 부족 문제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유로파 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레스터 입장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어쩌면 이번 시즌 레스터의 성패는 신입생 3인방이 쥐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