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앙 칸셀루Getty Images

'측면 활용' 맨시티, 맨유 스리백 약점 집중 공략하며 완승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평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 스타일과는 다른 측면 위주의 플레이로 스리백의 헛점을 적극 공략하면서 더비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2-0으로 완파했다.

맨시티가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열린 맨유와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11라운드에서 2-0 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맨시티는 지난 주말 크리스탈 팰리스전 0-2 패배를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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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평소대로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베르나르두 실바가 '가짜 9번(정통파 스트라이커가 아닌 선수가 최전방에 위치하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 역할을 수행했고, 필 포덴과 가브리엘 제수스가 좌우에 서면서 공격 삼각 편대를 형성했다. 로드리를 중심으로 일카이 귄도안과 케빈 데 브라이너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주앙 칸셀루와 카일 워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후벵 디아스와 존 스톤스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에데르송 골키퍼가 지켰다.

맨유는 지난 주말, 토트넘 원정에서 재미를 봤던(3-0 대승)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메이슨 그린우드가 투톱으로 나섰고,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해 공격 지원에 나섰다. 프레드와 스콧 맥토미니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루크 쇼와 아론 완-비사카가 좌우 측면을 맡았다. 빅토르 린델뢰프를 중심으로 해리 매과이어와 에릭 바이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지켰다.

맨시티 vs 맨유 선발 라인업https://www.buildlineup.com/

맨시티가 대승을 거둘 만한 경기였다. 맨시티는 점유율에서 68대32으로 크게 우위를 점했다. 슈팅 숫자에선 16대5로 맨시티가 맨유보다 3배 이상 더 많았고, 유효 슈팅에선 맨시티가 5회를 가져가는 동안 맨유는 단 1회가 전부였다. 심지어 맨시티는 후반에만 골대를 2차례 강타하는 등 골운이 다소 따르지 않은 편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2-0 그 이상의 스코어로 맨시티가 승리했을 법한 경기였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측면 싸움에 있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코너킥 숫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시티가 무려 9개의 코너킥을 가져가는 동안 맨유는 단 1회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정규 시간이 모두 끝나고 경기 종료 직전이었던 94분 23초에 처음이자 마지막 코너킥을 시도했던 맨유였다. 크로스 숫자에서도 맨시티가 19대9로 맨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맨시티 vs 맨유 경기 스탯Sky Sports Statto

3-4-1-2은 구조적으로 측면에 약점이 있을 수 밖에 없는 포메이션이다. 공격을 맡는 3명의 선수(호날두-그린우드 투톱에 페르난데스 공격형 미들)가 좁혀서 있는 만큼 측면은 쇼와 완-비사카 두 명이 공격과 수비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맨시티는 집중 공략했다. 포든과 제수스가 평소와는 달리 사이드 라인을 밟고 다니면서 맨유 좌우 측면(쇼와 완-비사카)의 뒷공간을 침투해 들어갔다. 칸셀루와 워커도 사실상 측면 공격수처럼 전진하면서 숫자 싸움에서 2대1(칸셀루-포든 vs 완-비사카, 워커-제수스 vs 쇼)로 우위를 점했다. 맨유 좌우 센터백인 바이와 매과이어가 커버를 들어올 때면 귄도안과 데 브라이너(맨시티 3명의 중원에서 좌우에 위치)까지 좌우로 넓게 벌리면서 숫자 싸움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잡아나간 맨시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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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맨유는 맨시티의 측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3-4-1-2 포메이션의 단점인 측면 숫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격 시엔 투톱이 좌우로 벌려서야 하고, 수비 시엔 더블 볼란테(프레드와 맥토미니)와 스리백의 좌우에 위치한 선수들(매과이어와 바이)이 커버를 들어가서 숫자 싸움에서 약점을 대체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전술적인 움직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맨유였다. 맨시티는 맨유가 3-4-1-2로 나올 걸 알고 미리 전술적으로 준비해서 나온 데 반해 맨유는 평소 맨시티의 패스 축구만 의식하면서 중앙을 두껍게 쌓았기에 대처가 미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영국 공영방송 'BBC'의 PL 경기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 줄여서 MOTD)'에 패널로 나온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 미드필더 대니 머피 역시 맨시티 두 명의 측면 자원들이 맨유 한 명의 측면 자원을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적극 공략하는 장면들을 분석해서 보여주었다(하단 사진 참조).

맨유 측면 공략하는 맨시티BBC MOTD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맨시티(화면 캡처: BBC MOTD)

이렇듯 맨시티는 전반전에 측면 위주의 공격으로 맨유를 집중 공략했다. 특히 칸셀루가 자주 공격에 가세하면서 포든과 함께 공격을 주도했다. 이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전 맨시티의 공격 방향 비율은 왼쪽이 45.7%로 가장 많았고, 오른쪽 측면 공격 비율이 33.1%로 그 뒤를 따랐다. 중앙 공격 비율은 21.2%에 불과했다. 평소 맨시티의 공격 방식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맨시티 전반전 공격방향 비율 vs 맨유OPTA

당연히 칸셀루는 이 경기에서 볼터치(125회)와 공격 진영으로의 패스(75회)는 물론 슈팅(4회)과 태클(4회)에서 최다를 자랑했다. 포든은 크로스 10회로 팀 전체 크로스(19회)의 절반 이상을 독식했다. 워커 역시 최다 패스(107회)를 기록했고, 볼터치도 122회로 칸셀루 다음으로 많았다. 

이 과정에서 맨시티의 2골이 모두 터져나왔다. 경기 시작하고 7분경 워커의 크로스를 귄도안이 슬라이딩 슈팅으로 가져간 걸 매과이어가 걷어냈으나 이를 받은 로드리가 측면으로 패스를 내주었고, 칸셀루가 노마크에서 크로스를 올린 걸 바이가 태클로 막아내려다 자책골을 넣으며 맨시티가 이른 시간에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전반 종료 직전 칸셀루의 대각선 크로스를 쇼 뒤에서 돌아들어온 실바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주앙 칸셀루Sky Sports Statto

전반에만 2실점을 허용한 맨유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자책골을 내주는 우를 범한 바이를 빼고 측면 공격수 제이든 산초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4-2-3-1로 전환했다. 이에 맨시티는 데 브라이너와 실바 투톱에 귄도안-로드리 중원에 포든과 제수스를 측면에 배치한 4-4-2로 전환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이후 맨시티는 패스를 주고 받는 플레이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면서 맨유에게 볼을 잡을 기회조차 잘 허용하지 않았고, 2-0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이렇듯 맨시티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맨유의 3-4-1-2 포메이션에 대비해 평소와는 다른 전술 접근 방식으로 공격을 풀어나갔고, 맨유가 후반 4-2-3-1로 전환하자 이에 맞게 다시 전술을 수정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전술 대응 능력을 보여주었다. 반면 맨유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는 맨시티의 변화하는 전술 방식에 아무런 해결책도 내주지 못하면서 완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 차이도 크게 느껴졌던 경기였으나 전술 싸움에서도 과르디올라가 완승을 거두면서 더 일방적인 경기 내용으로 흘러갔던 더비전이었다.

맨시티Manchester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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