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제수스Getty Images

'측면이 제격' 제수스, 3골 만들어내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공격수 가브리엘 제수스가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3골에 관여하는 괴력을 과시하며 노리치 시티전 5-0 대승을 견인했다.

맨시티가 이티하드 스타디움 홈에서 열린 노리치와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2라운드에서 5-0 기분 좋은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토트넘과의 개막전 패배를 일정 부분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페란 토레스가 '가짜 9번(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 선수가 최전방에 위치하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으로 위치했고, 잭 그릴리시와 제수스가 좌우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로드리를 중심으로 일카이 귄도안과 베르나르두 실바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주앙 칸셀루와 카일 워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후벵 디아스와 아이메릭 라포르트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에데르송 골키퍼가 지켰다.

맨시티 선발 라인업 vs 노리치https://www.buildlineup.com/

개막전과 비교했을 때 그릴리시가 측면 공격수로 전진 배치되면서 실바가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고, 부진했던 페르난지뉴가 벤치로 내려가면서 로드리가 선발로 나섰다. 그 외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벤자맹 멘디와 나단 아케 대신 워커와 라포르트가 선발 출전하면서 개막전에선 오른쪽 측면 수비수에 위치했던 칸셀루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마레즈가 아닌 제수스의 측면 공격수 배치였다. 통상적으로 제수스는 맨시티에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수행했다. 실제 제수스는 맨시티에서 노리치전 이전까지 통산 198경기 중 168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다. 이는 전체 출전 경기 중 85%에 달하는 비율이다. 하지만 이 경기에선 깜짝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것이다.

이는 주효했다. 제수스는 시종일관 폭넓은 움직임으로 노리치 측면을 파고 들며 맨시티 공격의 첨병 역할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맨시티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경기 시작하고 6분 만에 로드리가 측면으로 넘겨준 패스를 받은 제수스의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노리치 수비수 그랜트 헨리가 슬라이딩 태클로 걷어내려던 게 팀 크룰 골키퍼 몸에 맞고 자책골로 이어진 것. 사실상 제수스가 만들어낸 골이었다.

제수스는 15분경에도 센스 있는 스루 패스로 토레스의 골을 이끌어냈으나 이는 아쉽게도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앞선 과정에서 베르나르두의 파울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무효 처분받고 말았다. 하지만 제수스의 패스 센스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맨시티의 추가 골도 제수스의 발에서 나왔다. 21분경, 워커의 스루 패스에 이은 제수스의 낮고 빠른 크로스가 땅을 튕기고선 그릴리시 허벅지 맞고 골로 연결된 것. 말 그대로 제수스가 강제적으로 선물한 그릴리시의 맨시티 데뷔골이었다. 이대로 전반전은 맨시티의 2-0 리드로 막을 내렸다.

다니엘 파르케 노리치 감독은 전반 내내 제수스에게 공략을 당하자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왼쪽 측면 수비수 드미트리스 지안눌리스를 빼고 만 19세의 어린 측면 수비수 발리 뭄바를 교체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로도 제수스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후반 7분경, 제수스의 드리블에 이은 크로스가 노리치 수비 맞고 흐른 볼을 로드리가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는 골대를 넘어갔다. 후반 10분경엔 제수스의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에 이은 워커의 중거리 슈팅이 수비 맞고 나오자 이를 제수스가 잡아서 접는 동작으로 수비 제치고 날카로운 슈팅을 연결했으나 아쉽게 골대를 살짝 스쳐지나갔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후반 16분경, 토레스를 빼고 라힘 스털링을 교체 출전시켰다. 하지만 선수 교체에도 스털링이 최전방에 위치하면서 제수스는 여전히 오른쪽 측면을 책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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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는 후반 19분경,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라포르트가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3골로 벌려나갔다. 이에 여유가 생긴 맨시티는 후반 23분경에 귄도안을 빼고 유스 출신 미드필더 콜 팔머를 넣는 여유를 보였다.

맨시티의 4번째 골도 제수스의 크로스에서 나왔다. 후반 25분경에 워커의 스루 패스를 제수스가 논스톱 크로스로 가져갔고, 이를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스털링이 논스톱 슈팅으로 빈 골대에 가볍게 밀어넣은 것.

맨시티는 후반 30분경, 마지막 교체 카드로 그릴리시를 빼고 마레즈를 투입했다. 이에 마레즈가 오른쪽 측면에 위치하면서 제수스는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제수스는 왼쪽 측면에서도 후반 34분경에 드리블을 치고 가다가 팔머에게 센스있는 힐패스를 내주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맨시티는 경기 종료 6분을 남기고 디아스의 로빙 패스에 이은 마레즈의 왼발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며 5-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경기의 영웅은 단연 제수스였다. 그는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며 첫 골을 만들어냈고, 이후 2도움을 추가하면서 맨시티 5골 중 3골에 관여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찬스메이킹 역시 3회로 최다였다. 게다가 패스 성공률은 92.8%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했다.

더 놀라운 점은 제수스의 볼터치가 86회로 미드필더 라인과 스리톱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는 데에 있다. 통상적으로 볼터치는 미드필더들이 더 많이 가져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맨시티가 의도적으로 제수스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이다.

2017년 1월, 만 19세의 어린 나이에 파우메이라스를 떠나 맨시티로 이적해온 그는 데뷔 시즌부터 PL 10경기에 출전해 7골 4도움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이어서 2017/18 시즌엔 PL 29경기에 출전해 13골 4도움을 기록하며 맨시티 간판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뒤를 이을 차세대 간판 공격수라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브라질 대표로 참가했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내린 그는 이후 결정적인 득점 찬스들을 자주 놓치는 우를 범하기 시작했다. 2018/19 시즌엔 PL 29경기에 출전해 단 7골에 그쳤고, 2019/20 시즌엔 34경기에 출전해 14골을 넣긴 했으나 PL 선수들 중 가장 많은 24회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며 실망감을 자아냈다. 지난 시즌 역시도 PL 29경기에 출전해 9골에 그치며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한 제수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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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이 기간에 그는 측면 공격수로 출전할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포지션 변경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2019/20 시즌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이었다. 당시 그는 1, 2차전에 모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2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2골 1도움과 함께 맨시티의 챔피언스 리그 8강행을 견인했다. 지난 시즌에도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27경기에서 7골에 그쳤으나 정작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2경기에서 연속 골(3월 13일 풀럼전과 4월 3일 레스터 시티전)을 넣은 바 있다.

그는 2019/20 시즌 이래로 공식 대회 통틀어 최전방 공격수로 81경기에 출전해 32골 13도움과 함께 경기당 0.56개의 공격포인트에 그치고 있다. 반면 측면 공격수로는 11경기에 출전해 5골 4도움을 올리며 경기당 0.82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에 있다.

하부 리그 팀들과도 경기를 치르는 FA컵과 리그 컵 같은 기타 대회들을 제외한 PL 통산으로 따지면 이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그는 맨시티 입단 이래로 PL 통산 115경기에 출전해 44골 18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당 0.54개의 공격포인트에 그치고 있다. 반면 측면 공격수로는 12경기에 출전해 6골 5도움을 올리며 경기당 한 개에 육박하는 공격포인트(0.92개)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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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맨시티에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시작으로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 8강전까지 무득점에 그치며 메이저 대회 9경기 무득점의 슬럼프에 시달려야 했으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한 아르헨티나와의 준결승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데 이어 페루와의 결승전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조국에 우승을 선사했다. 이를 기점으로 브라질 대표팀에선 아예 측면 공격수 역할을 주로 수행하고 있는 제수스이다.

제수스는 월드컵 부진 이후 최전방에서 자신감을 잃은 듯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는 실수들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측면에선 왕성한 활동량과 상대 뒷공간을 파고 드는 움직임으로 많은 공격포인트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노리치전이 끝나고 인터뷰에서 "그는 측면에 서는 걸 더 선호한다"라고 밝혔다. 이제 제수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최전방 고집이 아닌 측면으로 더 자주 쓸 필요성이 있다.

과르디올라 "그는 5분을 뛰어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중앙에서 뛰건 우측에서 뛰건 좌측에서 뛰건 어느 포지션을 소화하더라도 언제나 팀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선수다. 그를 데리고 있는 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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