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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중계 20주년’ 조민호 캐스터의 20년과 2017년

AM 11:31 GMT+9 17. 12. 30.
조민호 캐스터
‘축구 중계 20주년’ 조민호 캐스터의 20년과 2017년

1997년부터 축구 중계 만 20년, 약 3천 회를 중계한 조민호 캐스터. 

다리에 30센티미터 철심이 박힌 채 매주말 축구를 직접하며 축구 중계. 

“이 세상에 똑같은 경기는 없다. 그러므로 내 중계도 늘 새롭고 달라야 한다”.

스포츠 전문 캐스터 1세대 조민호 캐스터가 말하는 축구 중계 철학과 그의 중계 20년.

[골닷컴] 이성모 기자 = “이 세상에 똑같은 경기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내 중계도 늘 새롭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년을 중계했지만 축구 중계는 정답이 없습니다. 제가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SBS 스포츠 조민호 캐스터)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지나고, 2018년의 시작이 눈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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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토트넘에서 맹활약중인 손흥민을 필두로 아주 많은 이슈와 뉴스가 있었지만, 국내의축구인들 중에는 이제 2일 남은 2017년을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낸 한 명의 축구인이 있었다. 2017년, 자신의 ‘축구 중계 20주년’을 보낸 SBS 스포츠의 조민호 캐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1997년부터 2017년까지, 만 20년. 축구 중계만 약 3천 회. 국내의 현역 축구 캐스터 중 가장 축구 중계를 많이 한 스포츠 전문 캐스터 1세대 조민호 캐스터와 직접 만나서, 또 서면으로 인터뷰를 갖고 그의 축구 중계 20년과 2017년에 대해 돌아봤다.

골닷컴 : 안녕하세요 조민호 캐스터님. 반갑습니다. 올해가 캐스터님의 축구 중계 20주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우선 20년 전 처음 축구 중계를 시작하셨던 계기와 당시의 중계 환경에 대해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조민호 캐스터(이하 조민호)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문학(국어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교사와 아나운서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1997년 3월에 대한민국 최초의 스포츠전문방송사였던 '한국 스포츠 TV'의 아나운서로 입사했습니다. 1997년은 우리나라에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 ‘한국 스포츠 TV’에는 스포츠 중계의 대부격인 베테랑 아나운서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축구의 원종관, 서기원 야구의 이장우 복싱의 박병학 농구의 이정부 아나운서들이 계셨고 이후에 송재익 아나운서도 함께 하셨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스포츠 캐스터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분들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중계방송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아나운서로 입사해서 입사동기들보다 빨리 축구중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스포츠 캐스터 입사동기생들은 김성주, 한명재, 임용수입니다. 제 동기들은 야구와 농구를 선호한 반면 저는 축구를 더 좋아했습니다. 비록 시골 출신이었지만 중학교까지 축구선수를 했고 축구를 너무 좋아했기에 축구중계를 동기들보다 먼저 하게 됐습니다. 물론 선배님들께서 저의 목소리톤이 축구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잘 쉬지않는 건강한 목소리라고 그런 말씀을 해주곤 하셨습니다.(웃음) 

또 당시에는 한명의 캐스터가 3~4종목의 중계를 해야 했기에 입사 후 10년이상은 배구, 농구, 격투기 등 20여종목을 중계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마치 '캐스터 사관학교'를 다닌 것 같습니다.(웃음)

당시 중계방송 환경을 지금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20년전에는 지금은 없어진 동대문운동장과 열악한 환경의 효창운동장, 각 지역의 종합운동장에서 중계를 많이 했습니다. 2002월드컵 이전과 이후로 경기장 환경을 나눌 수 있네요.

골닷컴 : 먼 옛날의 일이긴 합니다만 혹시 자신의 첫 축구 중계는 어떤 경기였는지, 또 그 때의 상황을 기억하고 계신지요?  

조민호 : 저의 축구 첫 중계가 어떤 경기였는지 기억해보려 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입사 후(1997년3월) 아스널, 맨유, 리버풀 등의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했었고 UEFA챔피언스리그, 국내프로축구, 아마축구 등 정말 많은 중계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스포츠만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매체가 제가 근무했던 한국 스포츠 TV(현재의 SBS 스포츠)가 유일했기에 많은 중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유럽축구중계는 자료준비가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보다 인터넷 환경도 좋지 않았고 유럽축구 전문가도 많지 않았을 때입니다. 밤새 중계를 준비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하루에 3번 축구 중계를 했던 적도 있었죠. 아침에 남미예선, 오후에 효창운동장에서 대학축구, 밤에 스튜디오로 다시 와서 유로 2000 유럽예선 생중계까지요.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나 저도 궁금할 정도입니다.

아마 저의 첫 축구중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 아니면 대학축구였을 것 같습니다. 

골닷컴 : 올해가 조민호 캐스터님의 축구 중계 20주년이었습니다. 현재 축구를 중계하고 있는 현역 캐스터 중에 조민호 캐스터님이 최장수 캐스터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이번을 계기로 그 팩트를 좀 확실히 체크하면 좋겠습니다.

조민호 : 우선 팩트를 체크하는 부분이기에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저보다 선배이신 스포츠 캐스터들은 여러분 계십니다. 지상파3사에 몇 분씩 계시고요 스포츠전문 방송국인 케이블, 위성채널에서는 제가 가장 선배인 듯 합니다.

종종 지금까지 제가 축구중계만 약 3천회를 했다고 후배들이 말하고는 합니다. 아마 주3회를 평균으로 20년을 계산해서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아주 정확하게 계산한 수치는 아니지만 축구 최다중계 캐스터라는 꼬리표는 저에게는 감사한 훈장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기간이 중요하기보다는 중계내용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축구 한 종목을 20년간 꾸준히 중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년 동안 해온 저의 '경험의 옷'이 앞으로도 제 중계에 잘 어울리길 바라고 저는 앞으로도 축구로 특화된 스포츠 캐스터의 길을 묵묵히 가려고 합니다. 제 길을 따라오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캐스터가 되고 싶습니다. 

골닷컴 : 20년 동안 축구 중계 환경에도 또 캐스터님께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점들이 있다면 어떤 점들이 있으신가요. 

조민호 : 우선 축구 중계 환경의 변화가 큽니다. 우선 기술적으로 지금은 선명한 화면(UHD)이지만 20년전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축구를 즐기는 연령층도 다양해졌습니다. 제 딸이 고등학교 1학년생인데 딸의 같은 반 친구가 제 딸에게 저의 중계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럴 때면 정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웃음)

축구를 즐기시는 분들 중에는 거의 전문가 수준의 팬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전보다 더 철저히 준비를 해야합니다. 저의 중계에 대해 호불호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요. 가끔씩은 저의 축구중계 20년을 함께 해오신 팬들을 간혹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로 감격스럽습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중계현장에서 비가 와서 자료가 다 젖었던 기억, 교통정체에 오토바이를 타고 경기장으로 갔던 일, 배탈 때문에 식은 땀을 흘리며 중계했던 날 등등 모두 값진 저의 추억이지요.(웃음) 

골닷컴 : 지금까지 직접 중계하셨던 중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중계 세 장면 정도를 꼽아본다면요? 

조민호 : 과거에는 UEFA챔피언스리그 중계를 하면서 축구의 아름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또 프로축구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흥분되고요. 아마추어 선수들의 열정을 중계할 때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곤 합니다. 

세 장면만 꼽는 것은 어렵네요. 그래도 꼭 기억나는 장면은 2009년 일본에서 포항 스틸러스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할 때, 2002년 대한민국 4강신화를 중계했던 장면, 그리고 2014 브라질 월드컵때 수아레즈가 키엘리니 어깨를 물었을 때 “뼈를 물었나봐요”라고 코멘트 했을 때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부한 표현일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모든 중계가 제 삶의 일부분입니다. 모든 한경기, 한경기가 다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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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 20년째 축구 중계를 하고 계신 베테랑 캐스터로서 본인이 꼭 갖고 있는 중계 철학 혹은 철칙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조민호 : 축구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즐기는 스포츠이기에 쉽게,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중계하려고 노력합니다. 중계할 때마다 늘 생각하는 것이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동작, 표정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축구 캐스터로서 경기전 경기내용을 예상해보고 분석해보기도 합니다. 그래야 시청자와 소통의 폭이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경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경기도 뛰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해 중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축구경기가 다 드라마니까요. 

중계전에는 특히 몸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씁니다. 목소리를 많이 써야하는 직업이기에 목에 무리가 가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특히 목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몸살감기는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목감기는 방법이 없거든요. 한 번은 새벽중계때 어느 해설위원이 목감기로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서 저 혼자 중계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저의 직업은 목감기에 걸리면 안되는 직업입니다. 제 차와 사무실 서랍에는 목감기 예방차원에서 종합감기약이 365일 함께 합니다. 목에 좋다는 음식에도 눈이 번쩍, 귀가 번쩍합니다.

축구중계를 하다보면 A팀과 B팀의 경기에서 A팀이 잘해서 골을 넣을 수도 있고 B팀이 못해서 실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축구는 상대성 원리가 있는 스포츠입니다. ‘공은 둥글다’고도 표현하죠.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승패의 변수가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입니다. 그 속엔 선수들의 투혼과 땀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시청자에 전달하려 합니다.

또 저는 늘 단 한 명의 시청자라도 제 중계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전 그 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비장한가요?(웃음) 

제 삶의 일부분인 축구중계를 할 때마다 이런 생각도 종종 합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경기는 없다. 그러므로 내 중계도 늘 새롭고 달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료 준비없이 중계를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저는 늘 자료와의 싸움을 하고있습니다. 자료가 많으면 시청자에게 서비스를 다양하게 할 수가 있거든요. 

20년을 중계했지만 축구중계는 정답이 없습니다. 제가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골닷컴 : 캐스터님은 중계 뿐 아니라, 현재도 직접 축구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직접 축구를 하는 것이 축구 중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셔서인가요? 

조민호 : 저는 지금도 일요일 아침마다 '월계축구회'라는 팀에 나가 축구를 합니다. 이 팀은 창단된지 43년된 매력적인 팀으로 정말 축구에 미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대학축구연맹 변석화 회장님이 이끄는 팀으로 팀원들의 직업도 다양합니다. 경찰, 변호사, 의사, 회사원, 전직 프로선수, 축구지도자 등등이요. 

제가 직접축구를 즐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건강 때문입니다. 몸이 건강하면 중계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목소리나 표정도 그렇구요. 캐스터들은 불규칙한 중계시간때문에 건강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캐스터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아침마다 축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갖고 계신 축구팬들과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은 더욱 더 그렇고요.

세번째는 제가 직접 축구를 하면서 킥의 느낌, 몸싸움, 스피드, 체력의 중요성 등을 직접 경험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 네번째가 진짜 이유입니다. 전 축구가 좋습니다! 저는 과거에 축구를 하다가 다리 골절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제 몸속에는 30센티미터 철심이 박혀 있습니다. 저는 그래도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하고 축구중계를 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