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박문수 에디터] 이탈리아 축구의 '리빙 레전드' 안드레아 피를로(38, 뉴욕시티)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는다.
피를로는 8일 이탈리아 스포츠 일간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를 통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인터뷰에서 피를로는 "이제는 은퇴할 시기가 왔다. 이 정도 나이면 충분하다. 50세가 될 때까지 경기장에 나설 수는 없다. 38살. 이제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시점이다"고 말했다.
피를로는 이탈리아 축구의 리빙 레전드다. AC 밀란에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등극했고 2011년 자유 계약신분으로 유벤투스로 이적한 이후에도 팀의 세리에A 왕좌 탈환을 이끈 주역이다. 무심한 듯 시크한 그는 수비진 바로 위에서 공을 배급하는 능력이 수준급이었으며,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뜻하는 '레지스타'라는 포지션을 만들어 낸 주인공이다.
나이는 속일 수 없었다. 1979년생인 피를로는 언제 은퇴해도 어색하지 않은 노장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는 정들었던 축구화를 벗을 예정이다. 25년,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주요 뉴스 | "[영상] 메시를 러시아 월드컵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피를로가 축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1992년이었다. 브레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하며 축구계에 입문한 피를로는 1995년 프로 데뷔에 성공했고 1998년에는 인터 밀란 품에 안겼다.
당시 피를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왜소한 체력이 문제였다. 인테르에서 입지 굳히기에 실패한 피를로는 200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인테르의 라이벌인 AC 밀란으로 이적해야 했다. 신의 한 수였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만난 피를로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포지션을 옮겼다. 이 때부터 피를로는 일명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뜻하는 레지스타로서 본격적으로 주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당시 안첼로티 감독은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한 피를로로 하여금 후방에서부터 공을 배급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마누엘 후이 코스타 그리고 클라렌세 세도르프까지,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활용하기 위한 전술이었지만, 피를로의 3선 이동은 밀란은 물론 이탈리아 대표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뛰어난 패싱력 그리고 넓은 시야를 자랑하는 피를로는 수비진 바로 위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주문 받았고, 밀란에 두 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그리고 이탈리아 대표팀에는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컵을 선물했다.
이후에도 피를로의 활약은 꾸준했다. 2006-2007시즌에는 AC 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도왔고, 유벤투스로 이적한 2011년부터는 팀의 리그 4연패를 도왔다. 유로 2012에서는 안정적인 경기 운용을 무기로 이탈리아의 대회 준우승을 이끌었고, 2014-20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클래스를 보여주며 유벤투스의 대회 준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주요 뉴스 | "[영상] '안티 히어로' 발로텔리의 9월 활약상"
2015년부터 피를로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뉴욕 시티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들었던 축구계를 떠날 예정이다.
피를로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은했다. 소나기 내리듯 거세게 몰아 치지는 않았지만 가랑비처럼 천천히 오랫동안 묵묵히 팀의 키플레이어로서 좋은 활약상을 펼쳤다. 이제는 축구 선수가 아닌 제2의 삶을 살아 갈 피를로, 은퇴 후에도 피를로는 여러모로 축구계에 화자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