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2014년 8월 국내 굴지의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 스포티즌에서 벨기에 2부 리그 AFC 투비즈 인수를 발표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벨기에 국가대표 에당 아자르의 유소년 시절 클럽으로도 유명한 AFC 투비즈를 한국의 스포츠 전문 기업에서 인수를 하게 되어, 큰 기대감을 가지게 했었다.
대전 시티즌의 레전드이자 전 국가대표 김은중이 현역 은퇴 후 바로 투비즈의 코치가 되었으며, 황진성, 황기욱 등 프로 선수들이 한 시즌 정도 활동했다. 이어 여러 유망주들이 투비즈로 건너 갔으나, 좋은 사례를 남기지는 못하고 복귀했다.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 등의 청소년 대표 선수들도 투비즈의 문을 두드렸다. 그 중 중국 출신 선수는 구단에 쏠쏠한 이적료를 남기며 중국으로 복귀했고, 청소년 대표팀에도 선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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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투비즈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KBS 축구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FC로 이름이 알려졌었다.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 등 2002 한일월드컵 영웅들이 지도자로 나오고, 프로 축구선수에 실패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청춘FC에 선발된 선수들은 한 팀을 이루어 훈련하고 연습 경기도 하며 기량을 향상시켰다. 이때 전지훈련으로 벨기에로 떠나 투비즈 선수단과 친선 경기를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벨기에 프로축구단으로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투비즈 SNS이후 투비즈는 맨체스터시티와의 자매결연, K리그 구단들과 협업 등이 미디어를 통해 단신으로 소개가 되었으나, 서서히 국내 축구팬들에게 소식이 뜸해졌다. 성적도 하향세였는데, 2018-2019 시즌 2부 리그 최하위를 기록해 3부 리그로 강등되었고, 2019-2020 시즌 3부 리그 15위를 차지했으나, 3부 리그 라이선스 기준에 미치지 못해 4부 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칼럼에서 늘 강조하지만, 축구의 메인 스트림 즉 본류는 유럽이다. 재무적으로 비유를 해보자. 최근에는 벤처 투자를 할 때, 회사가 성장성이 있으면 미국에 법인을 세우도록 유도하는 현상이 많다. 이는 결국 자본 시장의 본류에서 자본 더 효과적으로 모으고, 시장을 더 크게 확대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한국 축구도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잡거나 주류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개방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유럽의 축구 산업과 교류하고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미 18세기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개방적인 무역을 통해 국가의 부를 창출해야 한다고 통찰했고, 현재의 인류의 발전을 이끈, 국가간 자유무역과 이를 통한 자본주의 형성을 기초하였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한국 축구도 세계의 흐름을 제대로 통찰하고, 교류하지 않는다면 늘 변방에 머물 수 있다.
투비즈를 앞서 소개한 이유는 앞으로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였다. 벨기에는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 2018 러시아 월드컵 3위의 성적을 거뒀고, 현재 피파 랭킹 1위 국가이다. 프로축구 리그는 5대 리그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유소년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역적으로도 유럽 대륙의 중심에 있어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 빅클럽들의 위성 혹은 자매 구단으로 애용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전략적인 협력관계 구축에 힘쓴다면 다양한 장점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K리그 구단, 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가 전략적으로 유럽의 전략적 포스트를 발굴해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가정해보자. 예를 들어 잠재력 있는 청소년 선수를 벨기에로 임대 보내어 한두 시즌 정도 육성할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경우에는 전임지도자, 컨디셔닝 코치, 분석관 등을 파견하여 유럽의 각급 별 리그를 경험하게 하고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실무적인 효과 외에도 한국 축구의 근원적인 폐쇄성을 타파하고, 발전적 기조의 축구문화를 뿌리내리는 데에도 도움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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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한일전을 통해 일본의 성장에 감탄했다. 하지만 우리는 패배에 따른 감정적인 부분만 외쳤고, 정작 일본축구협회와 J리그에서 궁극적인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분석은 부족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J리그 구단이 소속 유청소년 및 프로 레벨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현지 구단 및 리그와 협력했던 내용, 현재 일본 선수들이 유럽의 어떤 리그에 얼마나 진출해 있는지에 대한 정보, 일본 기업인들이 소유한 유럽 축구단에 소속되어 있는 일본 축구 선수 사례 등 말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 축구의 정체 상황은 문화의 폐쇄성에 기인하는 듯하다. 10여 년 전 대한축구협회가 주도적으로 우수선수 해외 진출을 장려했던 적이 있다. 남태희, 지동원, 손흥민 등의 사례가 있었다. 절대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 당시와 지금의 대표팀 경쟁력을 비교하면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대한축구협회에 이러한 정책적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한적이 있으나, 이 또한 여러가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검토되지 못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잠재적인 포스트 플랫폼 역할이 기대되었던 AFC 투비즈가 4부 리그까지 떨어졌다.
현재 축구의 본류는 유럽이다. 그 시장과 더 많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다양하게 교류하지 않으면 한국 축구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절대 사대주의가 아니다. 장점을 받아들이고 우리 것에 맞추는 작업을 통해 내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