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치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마치 6년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경기가 떠오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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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체적 난국 아스널, 완패하다
아스널이 안필드 원정에서 치러진 리버풀과의 2017/18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라운드 경기에서 졸전 끝에 0-4로 대패했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지면서 단 하나의 유효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했다.
경기력은 끔찍 그 자체였다. 아스널 필드 플레이어들 중에 제몫을 해주는 선수는 전무했다. 반면 리버풀 선수들은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활보하며 아스널 수비 라인을 유린했다. 그나마 페트르 체흐 골키퍼가 6회의 선방을 기록해준 덕에 더 큰 참사를 면할 수 있었던 아스널이었다.
선발 라인업부터 예상 외였다. 주전 수비수 슈코드란 무스타피가 부상에서 복귀했음에도 스리백의 오른쪽엔 EPL 출전 수가 단 11경기에 불과한 롭 홀딩이 선발 출전했다.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샬케 주전 왼쪽 측면 수비수 세야드 콜라시냑을 영입했음에도 여전히 왼쪽 측면엔 오른쪽 측면 수비수 엑토르 벨레린이 나섰다. 최전방 원톱 역시 4650만 파운드(한화 약 671억)의 거액을 들여 영입한 알렉산더 라카제트도, 올리비에 지루도 아닌 대니 웰벡이 포진했다.
이에 아스널의 전설적인 수비수 마틴 키언은 "아스널 벤치에는 1억 3천만 파운드(한화 약 1882억)의 이적료 가치를 가진 선수들이 앉아있었다. 우리는 라카제트를 새로운 희망이라고 말한다. 왜 그가 벤치에 있는 걸까?"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아스널의 깜짝 선발 카드들은 하나같이 실패로 돌아갔다. 웰벡은 7분경, 비록 상대 수비수의 방해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득점 찬스에서 킥 미스를 범해 크로스바를 훌쩍 넘겼다. 홀딩과 벨레린은 경기 내내 리버풀 양날개 사디오 마네와 모하메드 살라에게 뚫리는 문제를 노출했다. 마네의 감아차기 장면에서 홀딩은 앞에 위치하고 있었음에도 그저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다. 벨레린은 걷어내기 과정에서 살라에게 뺏기는 실수를 범해 리버풀에게 3번째 실점을 헌납했다.
비단 이들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베테랑인 나초 몬레알도 잦은 실수를 범했고, 메수트 외질은 고립된 채 이렇다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라니트 자카와 아론 램지는 지나치게 전진해 수비 라인과의 공간이 벌어지면서 리버풀에게 수많은 침투를 허용하고 말았다.
특히 램지의 리버풀전 경기력은 악몽 그 자체였다. 램지는 마치 공격수처럼 최전방까지 올라가 있었다(하단 사진 참조). 자연스럽게 중원은 무주공산, 리버풀의 차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선제 실점 장면에서 램지는 알렉스-옥슬레이드 챔벌레인과 함께 벤치 쪽을 보면서 대화를 하다 백업이 늦어지는 우를 범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에 영국 공영방송 'BBC'의 경기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OTD)'에 출연한 키언은 "프로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정말 믿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맨유 레전드 게리 네빌 역시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아스널이 전반 종료와 동시에 램지를 뺀 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는 나의 이 경기 최우수 선수이기에 난 그와 경기 후 인터뷰를 가지려고 했다"라고 비꼬았다.
전반전을 0-2로 마치자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기존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스널의 수비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스널은 후반에도 2실점을 더 헌납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모든 지역에서 패했다. 매우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충격적인 일이지만 재앙과도 같은 경기였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당연히 아스널 전설들도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먼저 리 딕슨은 미국 스포츠 채널 'NBC'에 출연해 "내가 은퇴한 이래로 아스널이 보여준 가장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정말 부끄럽다"라고 토로했다. 아스널의 '킹' 티에리 앙리 역시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경기였다. 그저 떠나고 싶었다. 정말 고통스럽다. 아스널이 지는 방식은 언제나 똑같다. 이미 예전에도 본 모습들이다. 이 모든 건 지난 10년간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상기시킬 뿐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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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 트래포드 참사를 연상시키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었던 2011년 8월 28일(영국 현지일)은 아스널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긴 날로 회자되고 있다. 바로 라이벌 맨유와의 올드 트래포드 원정 경기에서 2-8 참패를 당한 것. 이는 아스널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허용한 경기이자 2013/14 시즌 첼시 원정 0-6 패배와 함께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이다.
리버풀전 대패는 여러모로 올드 트래포드 참사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 영국 현지 언론들도 당시와 비교하고 있다. 'ESPN' 역시 28일이 올드 트래포드 참사 6주년이라고 표현하면서 현재 아스널이 당시와 똑같은 이슈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2011년 올드 트래포드 참사 이후에도 아스널은 역사적인 대패를 당한 케이스들이 있다. 에 언급한 2013/14 시즌 첼시 원정은 구단 역사상 최다 점수 차 패배 타이 기록에 해당한다. 지난 시즌엔 챔피언스 리그 16강 1, 2차전에서 연달아 바이에른 뮌헨에게 1-5 대패를 당했다. 심지어 리버풀에게도 2013/14 시즌 안필드 원정에서 1-5 패배를 당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패가 올드 트래포드 참사와 비견되는 건 내용적인 측면에서 그에 버금갈 정도로 끔찍했다는 데에 있다. 괜히 딕슨이 "내가 은퇴한 이래로 최악의 경기력"이라고 주장한 게 아니다.
선발 라인업도 비정상적이었다. 맨유전에 벵거 감독은 바카리 사냐가 아닌 2부 리그 팀 찰튼 애슬레틱에서 영입한 당시 만 19세의 경험이 일천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칼 젠킨슨을 선발 출전시켰다(리버풀전엔 지난 해 여름, 2부 리그 구단 볼턴 원더러스에서 영입한 홀딩이 선발 출전했다). 결국 그는 경기 내내 애슐리 영(2골 3도움)에게 돌파를 허용하면서 77분경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중앙 수비수엔 요한 주루가 선발 출전했고, 아르망 트라오레와 프란시스 코클랭 같은 당시엔 경험이 현격히 부족했던 유스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당시 순위와 현재 순위도 유사하다. 2011/12 시즌 3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아스널의 EPL 순위는 17위였다. 현재 아스널의 순위는 16위다. 심지어 유니폼 색상 역시 파란색으로 동일하다!
Getty올드 트래포드 참사가 끝나고 큰 충격에 빠진 아스널은 남은 이적 기간 동안 '패닉 바이(Panic Buy, 충동구매)'를 단행했다. 당시 아스널이 영입한 선수가 박주영과 페어 메르테자커, 미켈 아르테타, 안드레 산토스, 그리고 요시 베나윤이었다. 이 중 메르테자커와 아르테타는 결과적으로 성공작이었고, 박주영과 산토스는 실패로 돌아갔으며, 베나윤은 평타에 가까웠다.
이번에도 아스널은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려면 패닉 바이를 단행해야 할 판이다. 중앙 수비수도 보강이 필요하고, 미드필더 역시 추가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현재 아스널은 선수 영입설보다 방출설이 더 많이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무스타피는 인테르 임대 관련 보도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계약을 만료되는 에이스 알렉시스 산체스는 맨체스터 시티 이적설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고, 챔벌레인 역시 첼시 이적과 연결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까지 아스널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외질 역시 재계약 도장을 찍지 않은 상태다.
반면 선수 영입과 관련해선 뚜렷한 이적 루머조차 흘러나오지 않는 아스널이다. 도리어 벵거 감독은 지난 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여름 아스널의 최우선 영입 목표로 설정했던 모나코 측면 미드필더 토마스 르마 협상이 실패로 끝났다며 일찌감치 포기 선언을 한 상태다.
이제 이적 시장 종료까지 3일 밖에 남지 않았다. 자카와 램지의 중원 조합은 삐걱거리고 있고, 산체스는 이미 아스널에서 마음이 떠난 사람처럼 보이며, 수비진은 연신 흔들리고 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아스널은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추가 영입 없이 여름 이적 시장을 마무리한다면 아스널은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위험성이 있다. 지금은 6년 전 그 때처럼 승부수를 던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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