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tarting vs Southampton

바클리, 사리의 NEW 함식 될까?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첼시 미드필더 로스 바클리가 마우리시오 사리 신임 감독의 지도 하에서 성장세를 밟아가고 있다.

첼시가 주말,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18/19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원정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그는 첼시는 6승 2무 무패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동일한 승점 20점을 올리며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첼시 입장에서 사우샘프턴전 승리의 최대 수확은 바로 바클리의 활약에 있었다. 바클리가 1골 1도움을 올리며 3-0 승리의 주역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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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클리는 첼시에게 있어 계륵과도 같은 선수였다. 전 소속팀 에버턴에서 햄스트링 부상 및 이적 파동으로 인해 2017/18 시즌 전반기를 통으로 쉰 그는 2018년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첼시로 이적해왔다. 아스널과의 리그 컵 준결승전 2차전에 교체 출전한 데 이어 뉴캐슬과의 FA컵 4라운드에 교체 출전한 그는 본머스와의 EPL 25라운드에 첼시 소속으로 첫 선발 출전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본머스전이 끝나고 다시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전임 감독 안토니오 콩테 역시 바클리를 외면하긴 매한가지였다. 콩테는 수비적인 부분을 중시 여기다 보니 에버턴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던 바클리와는 전술적인 면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결국 그는 후반기 EPL 2경기 출전(131분)에 만족해야 했다. 이렇게 그는 첼시 팬들의 기억 속에서 대니 드링크워터와 함께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계기가 생겼다. 바로 나폴리 감독 사리가 첼시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것. 사리는 콩테와 달리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이기에 바클리와는 스타일적인 면에서 잘 맞는 부분이 많았다. 당연히 사리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과 같은 여름 프리 시즌 대회에 바클리를 적극 활용했다. 

사리 감독 체제에서 나폴리의 중원은 후방 플레이메이커 조르지뉴와 박스 투 박스형 미드필더 알랑, 그리고 공격의 중추를 담당하면서 많은 골과 도움을 양산해내는 주장 마렉 함식으로 이루어졌다. 조르지뉴가 패스를 뿌리고, 알랑이 왕성한 활동량으로 조르지뉴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함식이 공격에 집중하는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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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바클리는 사리가 좋아할 만한 선수였다. 현 첼시 선수들 중 플레이스타일적인 면에서 가장 함식을 닮은 선수가 바로 바클리다. 그는 에버턴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를 수행하면서 팀의 에이스 역할을 담당했던 선수다. 특히 2015/16 시즌엔 EPL에서만 8골 8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한 바 있다. 

첼시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사리볼(사리 감독 특유의 패스 위주 축구를 지칭하는 표현)'의 중추인 조르지뉴를 영입했다. 조르지뉴를 보호하면서도 공수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알랑의 역할은 첼시가 자랑하는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가 책임진다. 함식의 공격적인 역할을 담당할 선수가 필요했던 첼시다. 

이것이 사리 감독이 프리 시즌과 시즌 초반에 세스크 파브레가스도, 티무에 바카요코도, 드링크워터도, 잉글랜드 대표팀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플레이메이커로 평가받는 루벤 로프터스-치크도 아닌 바클리를 중용한 이유였다. 실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커뮤니티 실드에 선발 출전한 그는 이어진 허더스필드와의 EPL 개막전과 아스널과의 2라운드에 연달아 선발 출전했다.

바클리 역시 커뮤니티 실드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난 나폴리의 경기 클립들을 보면서 점유하고 또 점유하는 그들의 경기 방식을 연구했다. 특히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그들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는 방식을 집중해서 봤다. 정말 흥미로운 팀이었다"라며 사리 감독 전술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의욕을 보여주었다.

Ross BarkleyGOAL

문제는 바클리가 좋은 활약을 펼쳤던 프리 시즌과는 달리 공식 대회 3경기에선 실망스러운 플레이로 일관했다는 데에 있다. 단점이었던 수비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장기인 공격 가담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겉돌았다. 결국 그는 여름 이적시장 막바지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로 첼시에 가세한 또 다른 미드필더 마테오 코바치치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이 과정에서 바카요코는 AC 밀란으로 임대를 떠났다). 

자연스럽게 그는 이대로 다시 주전에서 밀려나는 듯싶었다. 하지만 PAOK 살로니키와의 유로파 리그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윌리안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1-0 승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그는 리버풀과의 카라바오 컵(리그 컵) 3라운드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2-1 승리에 기여했다. 이에 사리 감독은 주말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 코바치치가 아닌 바클리를 조르지뉴와 은골로 캉테의 중원 삼각 편대로 기용하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30분경 가로채기에 이은 센스 있는 전진 패스로 에당 아자르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어서 57분경 올리비에 지루의 바이시클 킥을 골문 앞에서 밀어넣으며 추가골까지 성공시켰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 첫 EPL 도움과 골을 한 경기에 동시에 작성한 바클리였다. 이와 함께 그는 2013년 12월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프랭크 램파드가 1골 1도움을 기록한 이후 첼시에서 뛰는 잉글랜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EPL에서 한 경기에 골과 도움을 기록한 선수로 등극했다.

비단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바클리는 이 경기에서 94%라는 높은 패스 성공률을 자랑했다. 슈팅 횟수는 3회로 에이스 아자르(5회) 다음으로 많았다. 파울도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를 얻어냈다. 경기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한 바클리였다. 

안 그래도 그는 사우샘프턴전을 앞두고 1년 6개월 만에 다시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하는 영예를 얻었다. 대표팀 승선이 확정되고 치러진 경기에서 첼시 입단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자축하는 모습을 연출한 그였다.

이에 사리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그가 골과 도움을 같이 기록해서 정말 행복하다. 그는 매순간 발전하고 있다. 그는 위대한 선수가 될 잠재력이 있다. 그는 뛰어난 선수가 갖춰야 할 육체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을 동시에 갖췄다. 이제 그는 전술적인 관점에서도 발전하고 있다. 그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라며 바클리의 발전상에 만족감을 표했다.

바클리 역시 사우샘프턴전을 앞두고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전술적인 관점에서 그는 나를 더 좋은 선수로 만들어주었다"라고 사리의 지도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과거 난 다른 감독들로부터 만족스러운 지도를 받지 못했다. 이전 감독들은 선수의 발전이 아닌 경기 결과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사리 감독은 다르다. 내가 더 어렸을 때 사리 같은 감독을 만났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물론 아직 사우샘프턴전 1경기만을 가지고 바클리가 나폴리의 상징인 함식같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는 다소 이른 것이 사실이다. 다만 스타일적인 면에서 첼시 미드필더들 중 가장 함식을 닮은 선수가 바클리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코바치치는 뛰어난 선수지만 함식만한 득점 생산성을 갖추지 않고 있다. 세스크는 첼시 중앙 미드필더들 중 가장 뛰어난 득점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으나 함식과 비교하면 육체적인 면에서 소프트한 측면이 있다(그래서인지 사리 감독은 세스크를 조르지뉴 백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바클리가 첼시의 함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사리볼의 완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Chelsea Starting vs Southam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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