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사리볼, 모라타를 '진짜 9번'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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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타가 크로스와 헤더 의존도 낮은 사리 감독의 첼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불과 두 시즌 전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 시즌에 20골(컵대회 포함)을 터뜨린 알바로 모라타(26). 첼시가 당시 그를 영입하는 데 투자한 6600만 유로(당시 환율 기준, 한화 약 845억 원)는 필드 플레이어로는 여전히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이다. 그보다 더 높은 이적료에 첼시에 합류한 선수는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24, 8000만 파운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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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한 모라타의 데뷔 시즌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기록만 놓고 보면 그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31경기 11골, 컵대회 포함 48경기 15골로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문제는 모라타의 소극적인 경기력과 기복이 심한 득점력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 고질적인 햄스트링, 허리 부상 탓에 리그에서 풀타임 횟수가 12경기에 그쳤다. 모라타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8월~11월 중순 출전한 초반 11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는 빼어난 득점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후 그는 11월 중순부터 시즌 끝까지 출전한 30경기에서 고작 3골을 더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첼시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을 선임한 후 새 공격수 영입을 고려했다. 이미 스페인과 이탈리아 무대에서 지난 10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곤살로 이과인(30)이 영입 대상 영순위로 지목됐다. 이과인은 과거 나폴리에서 사리 감독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어 '사리볼(Sarri-ball)'에 익숙한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첼시는 끝내 그를 영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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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리볼 적응에 도전하는 모라타, 제공권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러나 모라타는 올 시즌 초반부터 사리 감독이 요구하는 공격수의 모습을 잘 찾아가고 있다. 그의 올 시즌 현재 프리미어 리그 성적은 10경기(선발 7경기) 5골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모라타가 올 시즌 아직 헤더로 득점한 골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0년 레알에서 프로 1군 데뷔전을 치른 그가 처음으로 주전급 공격수로 활약하기 시작한 시기는 유벤투스로 이적한 2014-15 시즌이다. 이를 시작으로 모라타는 지난 시즌까지 4년간 컵대회를 제외한 리그(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라 리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록한 개인 통산 41골 중 약 40%에 해당하는 16골이 헤딩골이었다.

전체 득점 대비 헤딩골 비율 40%는 문전에서 모라타의 우수한 제공권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 각 팀이 11경기씩을 치른 현재 20팀이 기록한 합계 득점은 311골이다. 이 중 헤딩골은 47골로 비율로 따지면 약 15%에 불과하다. 즉, 지난 시즌까지 모라타는 프리미어 리그의 평균치보다 두 배가 훌쩍 넘는 득점 대비 헤딩골 비율을 기록한 셈이다.

모라타 시즌별 90분당 평균 전체 슈팅 대비 헤딩슛 비율
(시즌 - 슈팅 대비 헤딩슛 비율 - 소속팀)

14/15 - 17.6% - 유베
15/16 - 16.6% - 유베
16/17 - 38.1% - 레알
17/18 - 29.1% - 첼시
18/19 - 15.3% - 첼시

모라타는 올 시즌 머리로 상대 골문을 두드리는 빈도를 크게 낮췄다. 물론 이는 크로스에 의존하는 단순한 공격보다는 후방에서 시작되는 짧은 땅볼 패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사리 감독의 '사리볼 효과'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찌 됐든 모라타는 불과 지난 시즌까지 자신의 주무기로 활용한 제공권을 포기하고도 수준급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다.

모라타가 작년 여름 첼시로 이적하기 전까지 유벤투스, 레알에서 활약한 세 시즌간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두 팀 모두 측면에서 문전으로 띄워주는 크로스 정확도가 세리에A, 라 리가에서 정상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첼시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 모라타의 이러한 장점을 살려줄 만큼 크로스의 정확도가 그가 앞서 활약한 두 팀과 비교해 상당 부분 떨어졌다.

모라타 소속팀의 시즌별 크로스 성공률
(시즌 - 크로스 성공률 - 리그 내 크로스 성공률 순위)

14/15 - 유베 - 25.6% - 3위
15/16 - 유베 - 25.9% - 2위
16/17 - 레알 - 26.4% - 3위
17/18 - 첼시 - 21.4% - 11위
18/19 - 첼시 - 22.1% - 14위

첼시는 올 시즌 팀 전체를 기준으로 경기당 평균 헤딩슛 기록이 단 2.4회에 불과하다. 첼시는 지난여름까지 리그 득점 대비 헤딩골 비율이 40%에 달한 모라타가 자기만의 활약 성향을 고집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공격 패턴을 추구하고 있다.

사리 감독은 프로 선수 경력이 없는 은행원 출신 지도자다. 자산 규모로 이탈리아 3대 은행으로 꼽히는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에서 근무한 그는 과거 나폴리 감독 시절부터 "지루한 수비 축구를 할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직장을 바꾸면서까지 축구 감독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는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구사하는 축구를 선호한다. '아름다운 축구'를 지향하는 사리 감독에게 공간이 발생하는 측면에서 촘촘한 중앙 지역으로 연결하는 크로스에 의존하는 단순한 공격은 애초에 선택지가 아닌 셈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11경기째 무패행진을 거듭 중인 첼시보다 높은 크로스 성공률을 자랑하는 팀은 무려 10팀이나 된다.

올 시즌 현재 EPL 팀별 크로스 성공률 순위
(크로스 성공률 - 팀)

31.5% - 브라이턴
27.8% - 토트넘
26.9% - 카디프
26.5% - 본머스
25.8% - 사우샘프턴
25.0% - 울버햄프턴
25.2% - 웨스트 햄
24.5% - 풀럼
24.2% - 크리스탈 팰리스
24.2% - 뉴캐슬
23.5% - 맨시티
23.4% - 에버턴
23.0% - 리버풀
22.2% - 허더즈필드
22.1% - 첼시
21.8% - 아스널
21.6% - 왓포드
20.8% - 맨유
20.4% - 번리
19.7% - 레스터

# 전천후 공격수로 변신 중인 모라타, 단순히 헤딩만 줄인 게 아니다

첼시는 수비 지향적 축구를 구사한 전임 사령탑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팀을 이끈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점유율 54.4%, 패스 횟수 559회, 패스 성공률 84.3%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리 감독이 부임한 첼시는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점유율 63.2%, 패스 횟수 728.9회, 패스 성공률 88.7%를 기록하며 체질이 달라진 축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혹자는 최전방 공격수 모라타 또한 공을 소유하며 상대를 공략할 기회가 더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모라타의 경기당 평균 볼터치 횟수는 오히려 유벤투스와 레알 시절을 포함해 개인 통산 최저치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감소한 볼터치 횟수와 달리, 모라타의 경기당 평균 슈팅 횟수는 오히려 개인 통산 단연 최고치로 상승했다.

모라타 시즌별 90분당 평균 볼터치 및 슈팅 기록
(시즌 - 볼터치 - 상대 박스 안 터치 - 슈팅 - 소속팀)

14/15 - 44.5회 - 7.7회 - 3.5회 - 유베
15/16 - 50.9회 - 6.5회 - 3.0회 - 유베
16/17 - 42.1회 - 8.5회 - 3.7회 - 레알
17/18 - 43.7회 - 6.9회 - 3.4회 - 첼시
18/19 - 36.1회 - 5.4회 - 3.9회 - 첼시

모라타가 상대 페널티 지역 내 볼터치가 감소했는데도 오히려 슈팅수는 개인 통산 최고치를 기록 중인 현상은 곧 그가 적재적소에 상대 문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예전보다 날카로워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모라타는 기본적으로 최전방 공격수가 주포지션이지만, 상황에 따라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심지어 모라타는 유벤투스로 이적해 활약한 2014-15 시즌 90분당 평균 크로스 횟수가 2.7회에 달했을 정도로 측면으로 치우치는 성향이 짙었다. 그를 제외하고 해당 시즌 세리에A에서 최소 20경기에 출전한 선수 중 90분당 평균 크로스 횟수가 1회를 넘긴 최전방 공격수는 안토니오 디 나탈레(5.2회, 우디네세), 파비오 콸리아렐라(1.9회, 삼프도리아)가 전부였다.

모라타의 시즌별 90분당 평균 크로스 기록

14/15 - 2.7회 - 유베
15/16 - 1.8회 - 유베
16/17 - 1.2회 - 레알
17/18 - 0.8회 - 첼시
18/19 - 0회 - 첼시

모라타는 사리 감독을 만난 올 시즌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대폭 줄이고 최전방에 고정돼 공간 침투와 마무리에 집중하는 공격수로 변신했다. 지난 시즌까지 그는 수시로 자기 자신이 외곽으로 빠지며 에당 아자르, 페드로 등이 중앙 지역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창출하는 데 집중했다.

이뿐만 아니라 모라타는 올 시즌 들어 최전방 공간에 머무르는 빈도를 높인 탓에 드리블 돌파 시도 횟수도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절반, 유벤투스 시절과 비교해서는 3분의 1가량으로 크게 줄였다.

모라타 시즌별 90분당 평균 드리블 기록
(시즌 - 드리블 시도 횟수 - 성공률)

14/15 - 3.6회 - 유베
15/16 - 4.2회 - 유베
16/17 - 2.6회 - 레알
17/18 - 2.6회 - 첼시
18/19 - 1.3회 - 첼시

단, 이처럼 공간적 여유가 주어지는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움직임에 익숙한 선수가 상대 수비진이 촘촘한 블록을 형성하는 중앙에 고정되면 대개 공을 잡았을 때 이를 지켜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모라타는 올 시즌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볼 관리'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모라타의 터치 미스(미숙한 볼터치로 소유권을 상대에 헌납한 횟수)와 디스포제션(dispossession, 상대의 태클에 걸려 공을 빼앗긴 횟수)은 개인 통산 최저 수준이다.

모라타 시즌별 90분당 평균 볼 관리 기록
(시즌 - 터치 미스 - 디스포제션)

14/15 - 2.9회 - 2.2회 - 유베
15/16 - 3.2회 - 3.7회 - 유베
16/17 - 2.0회 - 2.3회 - 레알
17/18 - 3.3회 - 2.6회 - 첼시
18/19 - 1.8회 - 1.6회 - 첼시

물론 모라타의 올 시즌 성패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가 득점 기록과는 별개로 '사리볼'의 중앙 공격수에게 요구되는 조건을 차츰 충족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게다가 올 시즌 2선에서 최전방 공격수 모라타를 지원하는 에당 아자르는 월드컵에서 돌아온 후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고, 윌리안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출전 시간이 최소 100분을 기록한 선수 중 90분당 평균 키패스(슈팅으로 이어진 패스)가 4.2회로 가장 많다. 여기에 모라타가 방점을 찍어줄 공격수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다면, 그는 첼시의 '사리볼'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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