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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전술 실험' 펩, 또다시 장고 끝에 악수 던지다

PM 3:16 GMT+9 21. 5. 30.
Pep Guardiola Manchester City Champions League final 2020-21
▲ 맨시티, 첼시전 0-1 패 ▲ 과르디올라, 귄도안 홀딩 배치 & 스털링 선발 출전 ▲ 슈팅 7회 & 유효 슈팅 1회에 그치며 무기력하게 패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감독 펩 과르디올라가 첼시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라는 실험적인 전술을 가동했다가 무기력하게 패하며 또다시 중요 경기에서 악수를 던지는 우를 범했다.

맨시티가 에스타디우 두 드라강에서 열린 첼시와의 2020/21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0-1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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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변칙 전술을 사용했다. 평소 로드리와 페르난지뉴를 돌아가면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던 것과는 달리 일카이 귄도안을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홀로 배치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페르난지뉴와 로드리가 모두 선발로 출전하지 않은 경기는 올림피아코스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3차전이 유일했다.

게다가 지난 시즌 후반부부터 측면 공격수로 자리를 잡은 '신성' 필 포든을 베르나르두 실바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하면서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이에 더해 최근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라힘 스털링이 왼쪽 측면 공격수(이전까지 포든이 주로 맡았던 포지션)로 선발 출전했다.

결과부터 얘기하도록 하겠다. 이는 악수로 작용했다.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티모 베르너에게 귄도안 전담 마크를 맡겼다. 이로 인해 귄도안이 지속적으로 견제를 받으면서 힘들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다. 당연히 맨시티의 장기인 후방 빌드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더 큰 문제는 귄도안이 베르너에게 묶일 때면 베르나르두와 포든이 자주 내려오면서 패스 전개를 도와줬어야 했으나 이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베르나르두는 맨시티 선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적은 27회의 볼터치에 그친 채 63분경에 페르난지뉴로 교체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참고로 베르나르두를 대신해 교체 출전한 페르난지뉴는 추가 시간 포함 30분을 뛰면서 베르나르두와 동일한 27회의 볼터치를 기록했다(베르나르두는 추가 시간 포함 66분 소화). 결국 맨시티는 페르난지뉴가 교체 투입되기 이전까지 중원 싸움에서 첼시 중앙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에게 휘둘리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맨시티 중원에 수비에 능한 선수들이 없다 보니 첼시 공격진들의 빠른 침투를 앞선에서 저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평소 단단한 수비를 자랑하던 스톤스가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맨시티는 전반 종료 3분을 남기고 첼시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의 장거리 스루 패스를 차단하지 못하면서 수비 라인 뒷공간을 파고든 카이 하베르츠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스털링 역시 아쉽긴 매한가지였다. 물론 오른쪽 측면 공격수 리야드 마레즈보다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전개하긴 했으나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패스 성공률이 61.1%로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독보적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마지막 순간 첼시 오른쪽 윙백 리스 제임스에게 태클을 당하면서 공격의 맥을 끊은 스털링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맨시티는 60분경, 에이스 케빈 데 브라이너가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의 파울에 안면 부상을 당하면서 공격수 가브리엘 제수스로 교체되는 불운이 있었다. 뒤늦게 맨시티는 베르나르두를 빼고 페르난지뉴를 투입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왔고, 77분경엔 스털링 대신 베테랑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세적으로 나섰으나 경기 종료 직전 마레즈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면서 무실점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렇듯 과르디올라의 전술적인 실험이었던 귄도안 홀딩과 포든 중앙 미드필더 배치 및 스털링 선발 카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맨시티는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과르디올라는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난 내 스스로 최고의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라며 전술 실험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나 당연히 영국 현지 언론들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적장이었던 투헬 감독마저도 "사실 맨시티 선발로 페르난지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마 맨시티는 아주 공격적인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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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가 중요 경기에서 전술적인 실험을 감행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 지휘봉을 잡았던 2013/14 시즌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원정 경기 때마다 평소 쓰지 않던 전술 실험을 감행하다 패하면서 탈락하는 실수를 반복했었다. 이로 인해 바이에른에선 3시즌 연속 준결승전에서 탈락했고, 맨시티에선 단 한 번도 8강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특히 2016/17 시즌엔 모나코에게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 탈락했고, 지난 시즌엔 한 수 아래의 팀으로 평가받았던 올랭피크 리옹과의 8강전에서 수비적인 스리백을 감행했다가 1-2로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번 시즌은 준결승전까지 본인들이 잘하는 전술과 매경기 가용 가능한 최정예 선발 라인업으로 나서면서 순항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전술 실험을 감행하다 스스로 발목을 잡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번 패배로 맨시티 부임 후 컵대회 결승전에서 첫 패배를 당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경력을 모두 통틀어 보더라도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았던 2010/11 시즌 코파 델 레이 결승전 이후 두 번째 결승전 패배였다. 반면 투헬 감독은 평소 즐겨 쓰는 전술에 최정예 선발 라인업을 가동해 맨시티를 꺾고 첼시에 9년 만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선사했다. 감독 본인에게 있어서도 감격적인 첫 우승이었다. 맨시티는 물론 과르디올라 입장에서도 두고두고 한이 될 법한 결승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