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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지단, 감독 최초 챔스 3연패 도전한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지네딘 지단 감독이 2016/17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견인하며 사상 첫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제 지단은 유럽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챔피언스 리그(전신 유러피언 컵 포함) 3연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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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이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2016/17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4-1로 승리하며 유럽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와 함께 레알은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빅 이어(Big Ear: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지칭)를 들어올렸다.

이와 함께 지단은 1992/93 시즌 해당 대회가 유러피언 컵에서 UEFA 챔피언스 리그로 명칭 및 포맷을 변경한 이후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한 감독으로 등극했다. 전신 유러피언 컵을 포함하더라도 명장 아리고 사키의 AC 밀란이 1988/89, 1989/90 시즌 연패를 달성한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1992/93 시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러피언 컵은 각 대륙 챔피언들만 참가가 가능했던 대회였다. 당연히 총 경기 수 자체도 지금보단 적었기에 연속 우승이 수월한 편에 속했다. 실제 유러피언 컵 설립과 동시에 레알이 5연패(1956 - 1960)를 달성했고, 벤피카(1961, 1962)와 인테르(1964, 1965), 아약스(1971, 1972, 1973), 바이에른 뮌헨(1974, 1975, 1976), 리버풀(1977, 1978), 노팅엄 포레스트(1979, 1980),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한 밀란(1989, 1990)이 연패를 달성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1992/93 시즌 챔피언스 리그로 명칭과 포맷이 변경된 이후 그 어떤 팀은 물론 감독도 대회 연패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파비오 카펠로의 AC 밀란(1993 준우승, 1994 우승)과 루이스 판 할의 아약스(1995 우승, 1996 준우승), 마르첼로 리피의 유벤투스(1996 우승, 1997 & 1998 준우승), 엑토르 쿠페르의 발렌시아(2000, 2001 준우승), 알렉스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08 우승, 2009 준우승),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2009 우승, 2011 우승), 유프 하인케스의 바이에른(2012 준우승, 2013 우승)가 챔피언스 리그 연패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내로라하는 명장들도 이룩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고지를 지단이 점령한 것이다.

이에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지단에게 감사한다. 그는 우리에게 모든 걸 주었다. 지단은 과거 세계 최고의 선수였고, 이젠 세계 최고의 감독이 됐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Florentino Perez Zinedine Zidane Real MadridPlaying Surface


# 진화하는 지단, 후반기를 지배하다

지단이 더 대단한 부분은 바로 진화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지단은 1군 감독에 오른 지 이제 1년 6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2016년 1월 4일 감독 부임).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지단은 전임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을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었다. 선수 장악력을 제외하면 나머지 능력에선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

실제 레알은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에서 3승 3무에 그치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이어 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셀타 비고와의 코파 델 레이 8강전에선 셀타 비고 상대로 1무 1패에 그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특히 비야레알와의 프리메라 리가 5라운드를 시작으로 라스 팔마스 원정(6라운드)과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 리그, 그리고 에이바르와의 7라운드까지 4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치자 지단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이 유로 2016 여파로 전반기 내내 체력적인 열세를 면치 못했고, 카림 벤제마까지 슬럼프에 시달리면서 레알이 자랑하는 BBC 공격 트리오가 동반 부진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일은 11월 중순 발목 부상을 당해 장기 결장이 불가피했다. 이래저래 총체적 난국에 빠진 레알이었다.

하지만 지단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모색하며 위기를 타개해나갔다. 이와 함께 진화에 성공한 지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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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술적 다양성 및 유연성 획득하다

지단은 베일의 장기 부상과 함께 BBC 라인 가동이 불가능해지자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전술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레알은 BBC를 스리톱에 배치한 4-3-3 포메이션을 줄곧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일이 빠지자 곧바로 13라운드 스포르팅 히혼과의 경기에서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4-2-3-1 포메이션을 통해 2-1 승리를 거두었다. 이어서 세비야와의 18라운드 경기에선 스리백을 가동했다. 비록 이 경기에서 1-2로 패했으나 오사수나와의 22라운드에선 스리백으로 3-1 승리를 기록하는 소득을 올렸다.

무엇보다도 바이에른과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을 기점으로 지단은 호날두와 벤제마를 투톱으로 배치하면서 그 밑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스코를 내세우는 4-3-1-2 포메이션을 중요 경기 때마다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레알은 4-3-1-2 포메이션 하에서 파죽지세를 이어왔다. 4-3-1-2를 가동한 5승 1패를 기록했다. 유일한 1패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차전(1-2)은 이미 1차전에 3-0 대승을 거두었기에 다소 힘을 뺀 상태였다. 프리메라 리가 우승의 분수령이었던 셀타 비고와 말라가로 이어지는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도 4-3-1-2를 활용해 연승을 달렸다. 

Isco Real MadridGetty Images

2. 적극적인 로테이션, 후반기 독주로 이어지다

적극적인 로테이션도 후반기 레알의 상승세에 크게 기여했다. 지단은 후반기 들어 자주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나섰다. 

심지어 에이스 호날두마저 예외는 아니었다. 호날두는 29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부상으로 4경기에 결장한 걸 제외하면 프리메라 리가에서 15라운드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전 휴식이 유일했다. 하지만 30라운드부터 지단은 호날두를 일주일에 한 경기 출전으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프리메라 리가 4경기에 특별한 부상 없이도 휴식을 취한 호날두이다.

원래 스타들은 출전 욕심이 많다. 호날두와 메시 모두 감독이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거나 하면 곧바로 불만을 토로하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지단은 특유의 인화력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호날두의 체력을 안배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전반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던 호날두의 후반기 반등으로 이어졌다.

실제 호날두는 프리메라 리가 마지막 4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물 오른 득점력을 자랑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호날두는 나폴리와의 16강 2차전까지만 하더라도 8경기에서 단 2골에 그쳤으나 8강전을 기점으로 결승전까지 5경기에서 무려 10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과시하며 라이벌 리오넬 메시(10골,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극적으로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와 함께 호날두는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득점왕 5연패(2012/13, 2013/14, 2014/15, 2015/16, 2016/17)의 대위업을 달성했다. 게다가 메시(5회)를 제치고 챔피언스 리그 최다 득점왕(6회)에도 이름을 올린 호날두이다.

레알이 얼마나 로테이션을 현명하게 가동했는지는 백업 선수들의 출전 시간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무려 19명의 선수들이 1800분(풀타임 기준 2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특히 포백 모두를 커버한 백업 수비수 나초 페르난데스는 공식 대회 3000분 이상을 출전하며 실질적인 주전 선수로 활약했다. 나초가 있었기에 레알은 수비수 쪽에 줄부상이 발생하더라도 별 문제없이 그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었다.

그 외 백업 공격수 루카스 바르케스, 중앙 미드필더 마테오 코바치치, 그리고 좌우 측면 수비를 모두 커버하는 다닐루는 모두 공식 대회 2000분 이상을 소화하며 충분한 출전 시간을 부여받았다. 비록 2000분 이상을 소화하진 못했으나 마르코 아센시오(공식 대회 38경기 출전 10골 4도움)와 알바로 모라타(공식 대회 43경기 출전 20골 6도움), 그리고 하메스 로드리게스(공식 대회 33경기 출전 11골 13도움)는 출전 시간 대비 많은 득점 포인트를 올리며 승부처마다 요긴한 역할을 수행했다.

심지어 백업 골키퍼 키코 카시야마저도 공식 대회 19경기(1726분)에 출전했다. 일반적으로 백업 골키퍼는 출전 시간을 잘 부여받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Nacho Real Madrid Sevilla LaLiga 14052017Getty


# 지단, 챔피언스 리그 최초 3연패 감독에 등극할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챔피언스 리그 시대가 열린 이후 지단은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감독에 등극했다. 전신인 유러피언 컵까지 포함하더라도 호세 비야롱가 요렌테(1955/56, 1956/57 레알)와 루이스 카르닐리아(1957/58, 1958/59 레알), 벨라 구트만(1959/60, 1960/61 벤피카), 엘레니오 에레라(1963/64, 1964/65 인테르), 스테판 코바츠(1971/72, 1972/73 아약스), 데트마르 크라머(1974/75, 1975/76), 밥 페이즐리(1976/77, 1977/78 리버풀), 브라이언 클러프(1978/79, 1979/80 노팅엄 포레스트), 아리고 사키(1988/89, 1989/90 AC 밀란)에 이어 11번째로 챔피언스 리그 2연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3연패를 달성한 감독은 유러피언 컵 시대까지 따져보더라도 전무하다. 레알의 유러피언 컵 5연패 당시엔 총 3명의 감독(요렌테 2연패, 카르닐리아 2연패, 미겔 무뇨스 1959/60)이 사이좋게 영광을 나눠가졌다. 아약스는 명장 리누스 미헬스 체제에서 1970/71 시즌 우승을 차지한 이후 코바츠 체제에서 2시즌 연속 우승을 이어가며 3연패를 완성했다. 바이에른 역시 명장 우도 라텍 체제에서 1973/74 시즌 유럽 챔피언에 오른 이후 크라머 체제에서 2시즌 연속 우승을 추가하며 마지막 3연패 팀에 이름을 올렸다.

즉 지단이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전인미답의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되는 셈이다.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챔피언스 리그 대회 특성상 연패는 쉽지 않다. 토너먼트에선 한 경기만 삐끗하더라도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다. 이에 더해 레알은 프리메라 리가와 코파 델 레이, 챔피언스 리그는 물론 수페르코파와 UEFA 슈퍼 컵, 그리고 FIFA 클럽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6개 대회를 병행해야 한다. 2시즌 연속 6개 대회를 병행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단은 짧은 감독 경력 동안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1년 6개월 동안 챔피언스 리그 2연패를 비롯해 무려 5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지단이다. 게다가 공식 대회 87경기에서 65승 15무 7패를 기록하며 승률 74.71%로 50경기 이상 소화한 레알 역대 감독들 중 은사 안첼로티(74.79%) 다음으로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레알 역시 적극적인 전력 보강을 단행하고 있다. 유망주 수비수 헤수스 바예호(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미드필더 마르코스 요렌테(데포르티보 알라베스)가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마치고 복귀를 준비 중에 있고, 이번 시즌 프리메라 리가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왼쪽 측면 수비수 테오 에르난데스(데포르티보 알라베스 임대) 영입도 확정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더해 킬리앙 음바페와 다비드 데 헤아 영입도 추진 중에 있다. 다음 시즌, 호날두와 모드리치, 그리고 라모스 같은 30대에 접어든 베테랑들의 체력 안배만 적당히 해준다면 우승 후보 1순위는 여전히 레알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레알의 전설 라울의 코멘트를 남기도록 하겠다. "난 지금이 마드리드 역사상 최강의 스쿼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단의 존재가 가장 중요하다. 그가 핵심이다"

Raul Real Madrid greatestPlaying Surface


# 지단의 감독 우승 커리어

챔피언스 리그: 2015/16, 2016/17
프리메라 리가: 2016/17
UEFA 슈퍼 컵: 2016
FIFA 클럽 월드컵: 2016


# 챔피언스 리그 연패 감독(유러피언 컵 포함)

호세 비야롱가 요렌테(레알 마드리드): 1956, 1957
루이스 카르닐리아(레알 마드리드): 1958, 1959
벨라 구트만(벤피카): 1960, 1961
엘레니오 에레라(인테르): 1964, 1965
스테판 코바츠(아약스): 1972, 1973
데트마르 크라머(바이에른): 1975, 1976
밥 페이즐리(리버풀): 1977, 1978
브라이언 클러프(노팅엄 포레스트): 1979, 1980
아리고 사키(AC 밀란): 1989, 1990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2016, 2017


# 선수-감독으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유러피언 컵 포함)

미겔 무뇨스: 선수(레알 1956, 1957, 1958), 감독(레알 1960, 1966)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선수(AC 밀란 1963, 1969), 감독(유벤투스 1985)
요한 크루이프: 선수(아약스 1971, 1972, 1973), 감독(바르셀로나 1992)
카를로 안첼로티: 선수(AC 밀란 1989, 1990), 감독(AC 밀란 2003 & 2007, 레알 2014)
펩 과르디올라: 선수(바르셀로나 1992), 감독(바르셀로나 2009, 2011)
지네딘 지단: 선수(레알 2002), 감독(레알 20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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