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소심했던' 바르사, 대형 참사 자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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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AS SOLARO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로마 원정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0-3 완패를 당하며 올림피코 기적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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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사가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2017/18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0-3 치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이미 바르사는 캄프 누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4-1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하기에 2골 차로 패하더라도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었다.

바르사는 2차전 원정에 1차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으로 나섰다. 가장 이례적인 선택은 바로 세르히 로베르토와 넬손 세메두로 구성된 오른쪽 라인에 있었다. 이번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서 바르사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파울리뉴를,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세르히를 선발 출전시켰으나 최근 파울리뉴가 체력 저하 현상을 드러내면서 로마와의 1차전에 세르히와 세메두 라인을 실험적으로 가동했다. 당시 4-1로 승리하면서 재미를 보자 2차전에도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온 바르사였다.

Barcelona Starting vs Roma

반면 1차전에 바르사에 대패를 당한 로마는 공격적인 스리백으로 나섰다. 에딘 제코의 투톱 파트너로는 파트릭 쉬크가 선발 출전했다. 주장 다니엘레 데 로시를 중심으로 라드야 나잉골란과 케빈 스트루트만이 단단하게 중원을 구축했다. 좌우 측면은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와 알레산드로 플로렌치에게 일임했다. 페데리코 파시오와 코스타스 마놀라스, 주앙 제수스가 스리백을 책임졌다.

Roma Starting vs Barcelona

바르사가 측면 공격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스리백 구성이었다. 실제 바르사 오른쪽 측면 조합은 다분히 수비적이었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역시 측면을 파고드는 유형이 아니다. 평소 바르사는 측면 공격에 있어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에 상당히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 경기에선 조르디 알바(왼쪽)와 세메두의 오버래핑조차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측면 싸움에서 로마 좌우 측면을 책임진 콜라로프와 플로렌치에게 크게 밀리는 문제를 노출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드필드 라인에서의 패스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라키티치와  부스케츠로 구성된 바르사 중원은 스투르트만과 데 로시, 나잉골란으로 구성된 3명의 로마 미드필드 라인에 수적 열세를 부딪히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 수아레스 역시 무기력하긴 매한가지였다. 실제 수아레스는 이 경기에서 단 1회의 슈팅 시도(그마저도 골문으로 향하지도 않았다)가 전부였을 뿐 단 하나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는 고사하고 드리블 돌파조차 성공시키지 못했다. 패스 성공률은 52%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Lionel Messi & Luis Suarez

그나마 에이스 메시 홀로 어떤 식으로든 슈팅을 가져갔으나 상대 밀집 수비에 막혔다. 심지어 믿었던 메시의 슈팅 영점조차 평소와 달리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메시 홀로 바르사가 시도한 9회의 슈팅 중 절반이 넘는 5회를 기록했으나 정작 유효 슈팅은 2회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하나는 골키퍼 정면이었고, 다른 하나는 빗맞는 슈팅이었다.

무엇보다도 제공권에서 밀린 게 패인이었다. 바르사는 공중볼 획득 숫자에서 7대15로 로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것이 바르사가 경기 내내 로마 간판 공격수 제코에게 휘둘린 이유였고, 결국 로마의 준결승 진출을 이끄는 골도 마놀라스의 헤딩골이었다.

무기력 그 자체였다. 바르사는 전반전 내내 슈팅 숫자에서 5대10으로 로마의 절반에 불과했다. 10회의 슈팅을 허용한 건 바르사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상대에게 허용한 전반전 최다 슈팅에 해당한다. 코너킥에서도 3대6으로 열세를 보였다. 무의미하게 후방에서 점유율만 늘릴 뿐이었다(57대43으로 우위).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많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바르사는 이번 시즌 3개 대회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무패 우승까지 노리고 있었다. 이로 인해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있었다. 당시 바르사는 주중 첼시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원정과 주말 라 리가 27라운드 에이바르 원정에 동일한 선발 라인업으로 나섰다. 반면 같은 시기에 바이에른은 주중 베식타스와의 16강 1차전과 주말 볼프스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23라운드 경기에 무려 9명의 선수를 로테이션을 돌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관련기사: /kr/뉴스/a/mto8ixtf55yl17m6fos0o66qn

선수들의 경기 출전 수도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바르사는 라키티치가 이미 공식 대회 49경기에 출전했고, 총 9명의 선수들이 40경기 이상 출전했다. 반면 로마는 4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가 골키퍼 알리송과 제코 둘 밖에 없다. 

출전 시간으로 따져도 마찬가지. 무려 6명의 바르사 필드 플레이어들이 로마 필드 플레이어들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자랑하는 콜라로프(3,421분)보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특히 양 팀 선수들 중 가장 출전 시간이 많은 선수들이 만 30세가 넘어선 메시와 수아레스, 라키티치 순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연히 바르사 선수들은 활동량에서 문제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활동량이 적기로 소문난 메시는 6.8km의 활동량에 그쳤다. 바르사의 팀 전체 활동량 역시 102.5km에 불과했다. 바르사의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평균 활동량(104.3km)과 비교했을 때도 2km 정도 덜 뛴 바르사였다. 챔피언스 리그 전체 참가팀들의 평균 활동량이 110km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르사는 1명이 덜 뛰고 있는 셈이다.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 리그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특히 레알은 후반기 적극적인 로테이션 덕에 파리 생제르맹(PSG)과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선 무려 123.6km이라는 경이적인 활동량을 기록했다.

심지어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사 감독의 대응도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교체 타이밍조차 늦었다. 발베르데는 경기 종료 9분을 남기고 이니에스타 대신 안드레 고메스 교체 출전시키며 중원을 강화했다. 마놀라스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탈락 위기에 놓이자 경기 종료 5분 남은 상태에서 뒤늦게 세메두와 수비형 미드필더 부스케츠를 빼고 전문 측면 미드필더 우스망 뎀벨레와 최전방 공격수 파코 알카세르를 투입하며 공격 강화에 나섰으나 이미 버스는 떠난 이후였다. 

그나마 바르사가 뎀벨레 교체 투입 후 짧은 시간 동안 3차례의 슈팅을 시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래저래 아쉬운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도리어 수비적으로 나선 게 로마의 공격 기세만 더 올린 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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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간디의 유지를 물려받기라도 한 듯 이렇다할 위협적인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한 채 무저항 비폭력 축구를 구사했다. 로마의 오른쪽 측면을 책임진 플로렌치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리는 오늘 밤, 그 어떤 위협도 느끼지 못했다. 바르사는 우리에게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못했다"라고 소감을 밝혔을 정도였다. 심지어 바르사 베테랑 미드필더 이니에스타조차 "정말 힘들다.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1차전의 큰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매우 좋지 못했고, 챔피언스 리그는 그런 우리에게 벌을 줬다"라고 토로했다.

바르사가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이처럼 무기력하게 패한 건 2012/13 시즌 바이에른과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1, 2차전(1차전 0-4 패, 2차전 0-3 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마저도 당시엔 에이스 메시가 부상으로 정상 가동할 수 없었고, 바이에른은 독일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트레블(분데스리가, 챔피언스 리그, DFB 포칼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당대 최강 팀이었다는 위안거리라도 있었다. 로마에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건 바르사에게 있어선 치욕과도 같은 일이다.

결국 바르사는 2003/04 시즌 8강전의 AC 밀란(데포르티보와의 1차전에서 4-1로 승리했으나 2차전에서 0-4로 대패)과 지난 시즌 16강전의 PSG에 이어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3번째로 1차전 3골 차 이상 승리한 팀이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기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르사였다(1차전 PSG 원정에서 0-4로 패했으나 2차전 홈에서 6-1로 승리했다). 즉 1년 사이에 기적과 참사를 동시에 맛본 바르사이다.


# 바르사-로마 필드 플레이어 출전 시간 TOP 10

01위 리오넬 메시(바르사): 3,965분
02위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사): 3,878분
03위 이반 라키티치(바르사): 3,794분
04위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사): 3,573분
05위 헤라르드 피케(바르사): 3,556분
06위 조르디 알바(바르사): 3,460분
07위 알렉산다르 콜라로프(로마): 3,421분
08위 에딘 제코(로마); 3,398분
09위 세르히 로베르토(바르사): 3,203분
10위 사무엘 움티티(바르사): 3,179분

Roma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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