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pa ArrizabalagaGetty Images

'지단이 거부한' 케파, 레알전 무력시위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틀레틱 빌바오 수문장 케파 아리사발라가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빌바오가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치러진 레알과의 2017/18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33라운드에서 1-1 무승부를 거두었다. 그 중심엔 바로 '빌바오의 수호신' 케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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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파가 누구인가? 골키퍼로는 어린 편에 해당하는 만 23세로 스페인 연령대별 대표팀을 단계별로 거쳤고, 2017년 11월 11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다비드 데 헤아, 페페 레이나와 함께 2018 러시아 월드컵 승선이 유력한 재능 있는 골키퍼이다.

레알은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케파 영입에 나섰다. 2017/18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기에 보스만 영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레알 수뇌진들은 케파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당연히 케파의 레알 이적은 기정사실화처럼 보였다. 하지만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레알 감독 지네딘 지단이 케파 영입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결렬이 되고 말았다. 이에 케파는 1월 22일, 빌바오와 2025년까지 7년 장기 재계약을 체결했다. 

레알 이적 결렬과 관련해 그는 지난 3월, 스페인 라디오 채널 '온다 체로'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단막극과도 같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다. 계약이 올해 끝나는 상황이었기에 1월부터 이적 협상이 가능했다. 이적과 잔류 중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현 상황에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레알 관계자들 중 누군가 입장을 바꾸면서 나에게 재계약이 떠넘겨지다시피 했다. 원한을 가지고 있진 않다. 그럴 이유도 없다. 나에게 있어선 훌렌 로페테기(스페인 대표팀 감독)와 호세 앙헬 시간다(빌바오 감독) 외의 감독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라며 은연 중에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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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케파는 레알과의 라 리가 전반기 14라운드 홈경기에서도 4회의 슈팅을 선방하며 0-0 무승부를 견인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레알은 베르나베우 홈에서 승리하기 위해 루카스 바스케스와 마르코 아센시오를 좌우 측면에 배치했고, 루카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포진시키는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Real Madrid Starting vs Athletic Bilbao

레알은 경기 시작 8분 만에 골을 기록할 수 있었으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헤딩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면서 아쉽게 득점 기회를 놓쳤다. 곧바로 레알은 13분경 빌바오 최전방 원톱 공격수 이냐키 윌리암스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다급해진 레알은 파상공세에 나섰다. 전반에만 무려 15회의 슈팅을 시도한 레알이었다. 이 중 유효 슈팅은 6회에 달했다. 하지만 케파의 선방에 막히면서 번번히 동점골 기회가 무산되고 말았다. 18분경 왼쪽 측면 수비수 마르셀루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도, 31분경 라파엘 바란의 골과 다름 없는 헤딩 슈팅도 모두 케파에게 저지됐다. 전반기까지 포함하면 무려 10회 연속 레알의 유효 슈팅을 막아낸 케파였다.

케파의 환상적인 선방쇼에 위축이라도 된 듯 레알은 후반 초반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도리어 후반 18분경 추가 실점을 허용할 뻔 했으나 이냐키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가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지단 감독은 후반 25분경 부진한 벤제마와 아센시오를 빼고 이스코와 가레스 베일을 교체 투입하며 4-3-3으로 전환했다. 호날두를 중심으로 베일과 바스케스가 공격 삼각 편대를 형성했고, 이스코와 모드리치가 공격적으로 전진하는 형태였다.

Real Madrid Subs vs Athletic Bilbaohttps://www.buildlineup.com/

이는 주효했다. 레알의 공격은 다시금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케파는 레알의 공세를 저지해나갔다. 경기가 종착역으로 다가갈수록 레알 벤치엔 초조한 기운이 짙어져갔다.

위기의 순간 레알을 구해낸 건 모드리치와 호날두였다.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마르셀루의 크로스를 바스케스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한 걸 케파가 선방했다. 혼전 상황에서 루즈볼을 잡은 카르바할이 뒤로 패스를 내주었고, 모드리치가 밀집된 빌바오 수비 사이를 파고 드는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이를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호날두가 살짝 방향만 바꾸는 힐킥으로 천금같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막판 실점으로 인해 다잡은 승리를 놓치긴 했으나 케파가 없었다면 무승부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레알은 이 경기에서 무려 29회의 슈팅을 시도했고, 이 중 유효 슈팅은 10회였다. 하지만 케파는 개인 통산 라 리가 최다에 달하는 9회의 슈팅을 선방하며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피날레를 장식한 인물은 호날두였으나 실질적인 이 경기의 최우수 선수는 케파였다.

당연히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지단에게 케파를 영입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에 대해 "케파는 좋은 골키퍼지만 시즌 중간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지 않았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라고 설명하면서도 "물론 그는 오늘 매우 좋았지만 빌바오 수비 역시 좋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난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난 오직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만 생각하고 있다"라며 더 이상 케파 관련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은연 중에 내비쳤다.

물론 현재 레알엔 케일러 나바스라는 든든한 골키퍼가 있다. 하지만 나바스는 30대를 접어들면서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지난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이었다. 게다가 나바스가 3시즌 연속 부상을 당한 경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능 있는 골키퍼의 추가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무엇보다도 케파는 이적료 없이 영입이 가능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지단의 결정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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