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라탄 앞 원맨쇼 펼친 황인범 "포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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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LA 갤럭시 상대로 3도움 '원맨쇼'

▲즐라탄의 갤럭시 상대로 선제골, 결승골 포함 3도움
▲경기 종료 후 국내에서 발표된 대표팀 명단에도 포함
▲"절대 포기하는 모습 보이지 않고 발전해 나아가겠다"

[골닷컴,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 한만성 기자 = 우여곡절이 거듭된 황인범(23)의 북미프로축구 MLS 데뷔시즌이 유종의 미로 마무리 되고 있다.

황인범의 소속팀 밴쿠버 화이트캡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각) LA 갤럭시를 상대한 2019 시즌 MLS 3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치열한 난타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갤럭시는 '슈퍼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신예 공격수 크리스티안 파본(23), FC 바르셀로나 출신 미드필더 조나탄 도스 산토스(29)가 버티고 있는 스타 군단이다. 이날 경기는 선제골을 기록한 밴쿠버가 한 골 차로 달아나면 갤럭시가 추격하는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실제로 밴쿠버는 네 골을 넣는 동안 세 차례나 동점골을 허용하고도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황인범 MLS 이주의 팀

[그림] MLS 33라운드 이주의 팀에 선정된 황인범

갤럭시를 수놓는 스타 이브라히모비치는 1골 1도움, 도스 산토스와 파본은 각각 1도움씩을 기록하며 이날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지배한 주인공은 원정팀 밴쿠버 미드필더 황인범이었다. 그는 이날 밴쿠버가 터뜨린 네 골 중 세 골에 결정적으로 관여했다. 특히 황인범은 밴쿠버가 포문을 연 선제골 장면에서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종료 직전 역습 상황에서는 하프라인에서 문전으로 드리블한 후 침착하게 동료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며 도움을 기록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밴쿠버의 세 번째 골 상황에서도 황인범이 '세컨드 어시스트(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에게 연결하는 패스)'를 기록했다. MLS는 리그 규정상 세컨드 어시스트도 공식 도움으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황인범은 이날 3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맨 오브 더 매치'가 됐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는대로 경기를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오늘 경기에서는 비길 자격조차 없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Zlatan Ibrahimovic

# 해외 진출 후 첫 시즌 마무리를 앞둔 황인범의 소감은?

황인범은 올 시즌 중반부터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장거리 원정이 잦은 MLS와 대표팀 일정을 병행해 경기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그는 작년 3월 아산에서 K리그2 시즌이 시작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약 1년 6개월간 아산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밴쿠버로 소속팀을 옮기는 와중에 휴식기 없이 소속팀(아산, 대전, 밴쿠버)과 국가대표팀(U-23, A대표팀)을 통틀어 총 82경기에 출전했다. 게다가 대표팀 차출 시 장거리 이동은 물론 밴쿠버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할 때 그는 북미 안에서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원정 경기를 위해 왕복으로 최소 5~6시간, 최대 12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했다.

황인범은 갤럭시전을 마친 후 '골닷컴 코리아'와 만났다.

"팀 일정이 시즌 중반에 많이 쏠려 있다가 지금은 많이 널널해졌다. 참 쉽지 않았던 시즌이었다. 우리가 플레이오프에 나가지는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프로답게 쌓을 수 있는 승점을 최대한 많이 쌓아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해외에 온 게 처음이라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부분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MLS의 특성에 따른 요인이 크다."

게다가 MLS는 팀마다 일정이 제각각이다. 1개월 전인 지난달 1일을 기준으로는 밴쿠버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30경기를 치른 시점에 몇몇 팀은 27경기밖에 소화하지 않는 일정의 불균형 현상이 잦다. MLS가 총 24팀으로 구성된 리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처럼 팀당 경기수가 시즌을 도중 제각각 다른 점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황인범도 이와 같은 현실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해외에 온 게 처음이라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부분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MLS의 특성에 따른 요인이 크다. 사실 이 정도로 힘들게 시즌 일정이 진행되는지는 몰랐다. 사실 시즌 중반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특히 원정 경기에 와서 결과를 얻는다면 돌아가는 길에도 아무리 먼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기분 좋게 갈 수 있을 텐데, 원정에 갈 때마다 결과를 내지 못하고 어이없게 질 때가 많았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늘 많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 보면 힘들었던 한 해였다."

"다만, 이것도 내가 선택한 길이다. 그리고 힘든 시기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스스로 포기하지는 않았다. 지금처럼 힘들고, 경기력이 들쭉날쭉 해도 멘탈이 무너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팀이 33경기를 치르는 동안 나만 33경기에 전부 다 출전했다. 그 와중에도 부상을 당하지 않고 시즌 마지막까지 왔다는 데 감사함을 느낀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가 종료된 후 국내에서는 이달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스리랑카, 북한과 격돌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 명단이 공개됐다. 황인범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A대표팀에 데뷔한 후 한 번도 명단에서 제외된 적이 없다. 그는 이번에도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소속팀 밴쿠버의 최종전인 7일 솔트 레이크전에 끝나면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 투르크메니스탄전 이후 쏟아진 비난, 황인범의 생각은?

"한국에 계신 팬 분들의 걱정, 비판 중에는 분명히 맞는 부분이 있다. 어쨌든 국가대표 선수라면 항상 대표팀에 갔을 때 최선의 모습, 몸이 힘들 때도 무조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더 노력해서 항상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항상 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장면들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전 이후 거센 비난을 받은 황인범은 약 일주일 후 합류할 이번 대표팀 일정을 앞두고 느끼는 부담감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목표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도 설명했다. 또한, 이날 벤투 감독은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공식 기자회견 도중 "황인범의 장점에 대해 말씀드리려면 장점이 너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전천후 미드필더로 불릴 수 있을 만큼 미드필더로서 갖춰야 할 모든 역량을 갖춘 선수다. 공수 전환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과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벤투 감독은 "황인범이 무조건 경기에 출전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황인범도 감독의 신임과는 별개로 대표팀이 부여하는 기회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항상 언제 대표팀에 가더라도 '나는 경기에 출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간 적은 없다. 그래서 훈련할 때부터 늘 100%를 다 쏟아낸다. 내가 부족한 선수지만, 그런 모습을 형들이나 코칭스태프 선생님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대표팀에서 나만이 보일 수 있는 장점도 보여드리고, 또 단점까지 보완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말할 만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부족한 걸 알고 있고, 갈 때마다 부담도 되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항상 그렇게 하다 보면 '훗날에는 나도 좋은 선수가 되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이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소집됐을 때,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이자 손흥민은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는 황인범, 황희찬, 김민재 등 어린 선수를 가리키며 "나한테도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다가 대표팀에 와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대표팀은 친구를 만나러 오는 곳이 아니라는 책임감을 가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인범 또한 선배 손흥민의 쓴소리에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며 "이제는 어린 선수들도 형들을 서포트해줄 수 있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설명했다.

"흥민이형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대표팀에서 안 좋은 경험, 좋은 경험을 복합적으로 많이 해보셨을 거다. 흥민이형이 후배들은 안 좋은 경험을 최대한 하지 않도록 '너희는 나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따라와줘'라는 메시지를 보내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흥민이형이 우리에게 조언하신 거에 대해 선수들이 기분 나빠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형들을 최대한 많이 도와드리자고 서로 얘기하고 있다. 성용이형, 자철이형이 은퇴하셨고 청용이형도 부상으로 못 오시는 상황이다 보니 흥민이형을 포함해 남아 계신 형들이 중심을 잡아주기가 많이 힘드실 거다. 저희가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황인범은 오는 15일 펼쳐질 평양 원정에 대해서도 감회가 새롭다는 소감을 밝혔다. 남자 대표팀이 북한에 입성하는 건 1990년 이후 이번이 무려 29년 만이다.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통해야 하는 원정길, 경기장 분위기, 평양 김일성 경기장의 인조잔디 등 수많은 변수와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솔직히 말해서 원정 경기는 어떤 팀이라도 쉽지 않다. 아시안컵 때도 겪었고,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도 느꼈다. 북한이라는 우리에게는 특별한 곳으로 가게 됐는데, 경기장에서 어수선한 상황도 많을 거다. 형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시기 때문에 그거에 따라서 경기에 100% 집중만 한다면 분명히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

# 관심이 쏠리는 황인범의 올여름 거취, 선수 본인의 바람은?

밴쿠버에서 첫 번째 시즌을 마친 황인범은 아직 구단과의 계약이 1년 더 남아 있다. 내년 시즌이 끝나도 구단이 2년 재계약 우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유럽 진출을 갈망한다는 점은 그가 밴쿠버로 이적하기 전부터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밴쿠버 사령탑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도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골닷컴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인범이 우리 팀에 온지 1년이 채 안 됐다. 그는 처음에 왔을 때 나와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와 오랜 시간 앉아서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축구 외적인 부분만 봐도) 이처럼 그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성장했다. 이런 경험이 그의 커리어 다음 단계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서 '커리어의 다음 단계'란 도스 산토스 감독도 유럽 진출을 원하는 황인범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황인범도 빠르면 올겨울부터 관심사로 떠오를 자신의 거취에 대해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외국에 나와 있다 보니 혼자 생각할 시간이 참 많았다(웃음). 감독님과도 미팅을 자주 했다. 감독님께서도 제 심정을 많이 이해해주셨다. 어떻게 될지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여기 올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유럽을 꿈꾸고 있고, 더 선수로 발전하고 싶은 마음밖에는 없다. 기회가 올겨울, 내년 여름, 내후년, 언제 올지는 모른다. 그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아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최근 팀 시상식에서도 제가 상을 받았을 때 연설을 하면서도 말했듯이, 여기에 있는 동안에는 항상 내 모든 걸 바쳐서 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우선 올 시즌 남은 한 경기를 최선을 다해서 잘 마치고, 그 이후에는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잘 잡을 수 있게 노력을 할 것이다."

황인범의 목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밟아보는 것이다. 최근 그의 대표팀 동료이자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한 황희찬(23, 잘츠부르크)이 챔피언스 리그 본선 데뷔전에서 벨기에 명문 헹크를 상대로 1골 2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날 황인범은 팀 훈련이 끝난 후 응원하는 마음으로 황희찬의 활약상을 지켜봤다.

"그 친구는 같이 있을 때는 장난도 많이 치고, 서로 놀리고 딱히 좋은 얘기를 해주지 않지만(웃음), 사실 정말 대단한 선수다. 희찬이는 나보다 어려움을 더 많이 겪어본 선수다. 그런데도 그런 걸 이겨내면서 자기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 내가 친구지만 배울점이 참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친구가 있는 게 행운이 아닐까 싶다.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나도 팀 훈련이 끝난 후에 바로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봤다. 잘츠부르크가 팀이 희찬이랑 너무 잘 맞는다. 너무 보기 좋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가는 방향이 맞다고 믿는다. 스스로 믿지 않으면 누구도 날 믿어주지 않을 거니까. 앞으로도 나한테 많은 어려움이 더 오게 될 날도 있을 거다. 그래도 결국에는 분명히 다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좋은 그림을 만들어갈 수 있게 조언을 해주시고 자극을 주시는 팬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좋은 그림을 만들어갈 수 있게 내가 최선을 다하겠다."

사진=MLS, VWFC
인터뷰 및 글=한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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