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르헨티나가 브라질과의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침묵했음에도 주변 동료들의 활약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는 메시 시대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아르헨티나가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1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1-0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는 1993년에 이어 무려 28년 만에 코파 아메리카 우승이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를 대표하는 축구 강국이다. 월드컵에선 1978년과 1986년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남미 국가들 중에선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1958, 1962, 1970, 1994, 2002)에 이어 우루과이(1930, 1950)와 함께 최다 우승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이번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15회로 우루과이와 함께 공동 최다 우승을 자랑하고 있다(브라질은 9회로 3위).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르헨티나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연달아 차지하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당시 핵심 선수들로는 메시를 필두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앙헬 디 마리아,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이 있었다. 메시를 중심으로 황금기를 이룰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아르헨티나였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메시는 그 동안 우승 문턱에서 연달아 좌절하면서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아쉬움을 전했다. 메시가 등장하기 이전이었던 2004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브라질에게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첫 등장한 2006년 월드컵에서 개최국 독일에게 8강전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탈락한 데 이어 2007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호비뉴와 줄리우 밥티스타가 맹활약한 브라질에게 0-3 대패를 당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또다시 8강전 독일에게 0-4 치욕적인 대패를 당한 아르헨티나는 2011년 자국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 8강전에서 우루과이에게 승부차기 끝에 탈락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주요 뉴스 | " 축구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모음.zip""
아르헨티나와 메시 축구 역사에 있어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했다면 메시의 위상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곤살로 이과인이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치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결국 마리오 괴체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아쉽게 0-1로 준우승에 그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이 시점부터 메시의 결승전 잔혹사는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르헨티나는 2015년 코파 아메리카와 2016년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온(100주년 기념 대회) 결승전에서 연달아 칠레를 만났고, 2년 연속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15년엔 메시 외의 다른 동료 선수들이 모두 승부차기를 실축하는 우를 범했고, 반대로 2016년엔 첫번째 키커로 나선 메시가 실축하면서 비운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아르헨티나는 2019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했으나 개최국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에서 0-2 완패를 당하면서 3위에 그쳤다. 이렇게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우승 도전은 실패로 막을 내리는 듯싶었다.
주요 뉴스 | " 토트넘 선수들의 연애 전선은?"
그 동안 아르헨티나의 결승전 패턴은 엇비슷했다. 메시가 맹활약을 펼치더라도 다른 동료 선수들이 받쳐주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특히 메시의 최대 조력자로 부를 수 있는 디 마리아가 2014년 월드컵(부상으로 결장)과 2015년 코파 아메리카(부상으로 29분 만에 교체 아웃)에 연달아 부상으로 정상 가동되지 못하는 불운이 있었다. 이로 인해 메시가 집중 견제에 시달리면서 지난 4번의 메이저 대회 결승전(2007, 2015, 2016 코파 아메리카와 2014 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번에도 메시는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면서 무득점에 그쳤다. 도리어 이번엔 메시가 결승전에서 긴장했는지 이전과 달리 실수가 잦은 편에 속했다. 특히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로드리고 데 파울의 센스 있는 스루 패스에 힘입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으나 볼을 끌다가 가로채기를 당하는 메시답지 않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전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바로 조력자들의 활약이었다. 먼저 디 마리아는 21분경, 데 파울의 환상적인 롱패스를 받아 각도를 좁히고 나오는 브라질 골키퍼 에데르송을 넘기는 센스있는 로빙 슈팅으로 귀중한 결승골을 넣었다. 이와 함께 부상으로 2014년 월드컵(부상으로 결장)과 2015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의 한을 푸는 데 성공한 디 마리아이다. 당연히 결승전 최우수 선수도 디 마리아의 차지였다.
데 파울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디 마리아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경기 막판 메시에게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제공해주었다. 이에 더해 그는 볼터치(58회)와 패스(37회)에서 메시(볼터치 59회와 패스 40회)에 이어 팀내 2위였고, 무엇보다도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19회의 볼 경합을 시도해 11회를 성공시키는 괴력을 과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태클 4회와 가로채기 1회를 성공시키며 수비에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파울을 얻어낸 횟수 역시 6회로 아르헨티나 선수들 중 최다였다. 경기 전반에 끼친 영향력만 놓고 보면 결승전 최우수 선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르헨티나의 수문장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후반 19분경 히샬리송의 슈팅을 선방한 데 이어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가브리엘 바르보사의 환상적인 논스톱 발리 슈팅마저 선방하며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비단 결승전만이 아닌 그는 이번 코파 아메리카 6경기에 출전해 4경기에서 무실점을 이끌어내며 대회 최다 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골키퍼로 우뚝 섰다. 선방률은 무려 85.71%에 달했다. 특히 콜롬비아와의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의 영웅으로 등극하며 아르헨티나의 결승행을 견인한 바 있다. 만 28세의 나이에 뒤늦게 대표팀에 데뷔해 그 동안 승부차기 불운에 울었던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떠오른 마르티네스이다. 당연히 대회 최우수 골키퍼상은 그의 차지였다. 아르헨티나 골키퍼로는 최초의 영예였다.
그 외 베테랑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를 비롯해 크르스티안 로메로, 곤살로 몬티엘 같은 수비진도 준수한 수비를 자랑하며 무실점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렇듯 아르헨티나는 이번 결승전에선 메시가 다소 침묵했으나 조력자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조국에게 28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메시에게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선사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모두 메시에게 달려들어 헹가래를 쳐주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이번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만 봐도 축구는 팀 스포츠이다. 아무리 축구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개인이 있더라도 팀의 뒷받침 없이는 우승이 불가능하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난 나보다도 그를 위해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우리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많이 원했던 우승을 선사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