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잉글랜드가 우크라이나를 4-0으로 완파하면서 유로 2020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특히 첫 선발 출전한 제이든 산초와 부상에서 복귀해 교체 출전한 조던 헨더슨이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잉글랜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UEFA 유로 2020 8강전에서 4-0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잉글랜드는 유로 1996에 이어 무려 25년 만에 유로 본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해리 케인이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섰고, 메이슨 마운트를 중심으로 라힘 스털링과 제이든 산초가 좌우에 서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칼빈 필립스와 데클란 라이스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루크 쇼와 카일 워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해리 매과이어와 존 스톤스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조던 픽포드 골키퍼가 지켰다.
https://www.buildlineup.com/코로나19 확진자인 스코틀랜드 신성 빌리 길모어와 밀접촉해서 격리 상태였던 마운트가 돌아왔고, 그 동안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던 산초가 깜짝 선발 출전한 게 눈에 띄는 변화였다.
잉글랜드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케인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스털링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면서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스루 패스를 찔러주었고, 이를 받은 케인이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이후 잉글랜드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1-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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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들어 잉글랜드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잉글랜드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쇼의 간접 프리킥을 매과이어가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이어서 후반 5분경, 쇼의 크로스를 이번엔 케인이 헤딩 골로 연결하며 3골 차로 점수 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잉글랜드는 후반 12분경에 라이스를 빼고 조던 헨더슨을 교체 출전시켰다. 잉글랜드는 후반 17분경,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스털링을 향한 헨더슨의 롱패스를 우크라이나 수비수가 뒷걸음질 치면서 힘들게 헤딩으로 걷어낸 걸 케인이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는 아쉽게도 상대 골키퍼의 환상적인 손끝 선방에 저지됐다. 하지만 곧바로 1분 뒤에 마운트의 코너킥을 헨더슨이 헤딩 슈팅으로 꽂아넣으며 4-0 스코어를 완성시켰다.
승기를 잡은 잉글랜드는 후반 20분경에 쇼와 스털링, 필립스를 빼고 키어런 트리피어와 마커스 래쉬포드, 주드 벨링엄을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후반 28분경엔 케인 대신 도미닉 칼버트 르윈을 투입시키는 여유를 보였다. 이대로 경기는 잉글랜드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 경기의 영웅은 케인과 쇼였다. 대회 내내 부진을 보이다 지난 독일과의 16강전에서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골을 넣으며 득점 감각을 되찾은 케인은 우크라이나 상대로 멀티골을 넣으며 잉글랜드 간판 공격수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쇼는 정교한 크로스로 2도움을 올리며 공수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 외 이번 대회 들어 잉글랜드 선수들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스털링은 케인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자가격리에서 돌아온 마운트 역시 팀의 마지막 골을 어시스트하며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잉글랜드 입장에서 가장 기분 좋은 소식은 산초와 헨더슨이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데에 있다. 그 동안 잉글랜드는 쇼와 스털링으로 이어지는 왼쪽 측면 공격에 의존하는 성향이 짙었다. 상대적으로 오른쪽 측면은 공격에 있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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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워커는 전술적인 이유에서 공격 가담을 자제한 채 수비에 집중하면서 비대칭 포백처럼 움직였다(쇼가 윙처럼 올라가고 워커는 중앙 수비수처럼 이동하면서 공격 시 스리백을 이루는 형태). 측면 수비수의 공격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른쪽 측면 공격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체코와의 조별 리그 제외하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필 포든과 부카요 사카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포든은 소속팀 맨체스터 시티에서 오른쪽이 아닌 왼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던 선수이다. 사카는 오랜 기간 측면 윙백 역할을 수행하다 2020/21 시즌 후반기에 들어서야 측면 공격수로 전진 배치된 케이스이다. 자연스럽게 잉글랜드 현지에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3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분데스리가 정상급 측면 공격수로 군림했던 산초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기본적으로 잉글랜드 공격이 왼쪽 위주로 이어지다 보니 산초가 우크라이나전에 크게 활발한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센스 있는 플레이와 92.9%에 달하는 높은 패스 성공률에 더해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키면서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잉글랜드 오른쪽 측면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워커가 우크라이나전 역시도 전술적인 이유에서 수비에 집중하는 바람에 동료 선수들의 지원이 부족했음에도 나름 고군분투하면서 공격을 전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산초의 경기력은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잉글랜드의 공격 방향 비율이 우크라이나전 전반전만 놓고 보면 무려 46.1%까지 치솟았다는 점만 보더라도 산초 선발 효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영국 정론지 '타임스'는 "산초가 유로 2020에서 출전 기회를 기다려야 했으나 놀라운 기술과 용감한 전진으로 그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에게 이선에 있어 또다른 확실한 옵션을 주었다"라고 평가했다. 통계를 통해 평점을 책정하는 '후스코어드'는 산초에게 평점 7.52점을 부여하며 유로 2020 8강전 베스트 일레븐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정했다.
Whoscored헨더슨의 부재도 잉글랜드 오른쪽 측면 공격의 부진으로 이어진 원동력이었다. 헨더슨은 주로 더블 볼란테의 오른쪽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우측면으로 자주 빠지면서 양질의 패스를 뿌려주기도 하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가 오버래핑을 나갈 시엔 수비적으로 커버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는 헨더슨의 소속팀 리버풀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리버풀은 4-3-3 포메이션을 활용하고 있는데 그가 3명의 역삼각형 중원에서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에 위치할 때와 아닐 때 오른쪽 측면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변하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헨더슨의 보호가 있었기에 아놀드가 2018/19 시즌과 2019/20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군림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반면 2020/21 시즌에 수비수들의 줄부상으로 헨더슨이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자주 수행해야 하자 아놀드는 드라마틱할 정도로 부진에 빠졌다.
헨더슨은 2월 말에 장기 부상을 당해 오랜 기간 그라운드를 떠나있었다. 이로 인해 그는 이번 유로에서 3경기 교체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그를 대신해 선발로 나선 필립스는 수비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공격 전개에 있어선 크로아티아와의 1차전을 제외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전에서 교체 출전한 헨더슨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잉글랜드의 공격 전개를 도왔다. 그는 단 34분을 소화했음에도 43회의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포지션 경쟁자인 라이스(39회)와 필립스(26회)보다 더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패스 성공률 역시 93%로 라이스(89.7%)와 필립스(88.5%)보다 높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A매치 62경기 출전 끝에 마침내 잉글랜드 대표팀 소속으로 데뷔골을 넣기에 이르렀다. 이는 잉글랜드 대표팀 역대 가장 늦은 경기 데뷔골에 해당한다. 종전 기록은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수비수 솔 캠벨의 A매치 47경기 데뷔골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이번 대회 기본적인 전술 컨셉은 수비에 있다.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선수 개개인의 기량으로 골을 넣고 승리하겠다는 포석이다. 이것이 잉글랜드가 유로 본선 5경기 무실점을 이어오고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헨더슨과 산초가 앞으로 주전으로 중용될 것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이들이 승부처에 우측 공격 강화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잉글랜드는 대회 초반 다소 지지부진한 경기력으로 많은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내려야 했다. 하지만 16강전을 통해 케인이 살아났고,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헨더슨이 서서히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는 데다가 산초가 오른쪽 측면 공격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중요 순간 팀이 완성단계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잉글랜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