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욱이 이상민에게, “네가 구한 내 목숨 소중히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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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으로 맺어진 특별한 인연, U-20 대표팀의 두 수비수 정태욱과 이상민의 유쾌한 인터뷰.

[골닷컴] 서호정 기자 = 인연(因緣)은 다양한 관계와 이유로 형성이 된다. U-20 대표팀의 센터백 정태욱과 이상민의 사이에는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커다란 인연이 놓였다. 지난 3월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잠비와의 2017 아디다스 4개국 국제대회 경기 중 정태욱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 선수와 머리가 충돌하며 추락했다. 의식을 잃은 정태욱을 구한 것은 이상민이었다. 혀를 잡는 응급 처치와 이어진 주심 김덕철 심판의 도움으로 큰 사고를 피했다. 

10일 파주NFC에는 오는 5월 20일 개막하는 ‘2017 FIFA U-20 월드컵 코리아’를 위한 최종 소집에 임하는 24명의 U-20 대표팀 선수들이 모였다. 정태욱도 있었다. 당시 추락으로 4주 이상의 치료가 소요되는 경추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지만 신태용 감독은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기회를 줬다. 그의 곁에는 이상민도 있었다. 기나긴 부상으로 잊혀졌던 이상민은 4개국 대회에서 합격점을 받아 본선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경쟁의 장에 섰다. 

사고 전부터 우애가 깊었던 두 선수는 목숨을 구하고, 목숨을 구원받은 인연으로 그 관계가 더 깊어졌다. 10일 훈련 일정이 끝나고 파주NFC에서 만난 두 선수는 딱 그 나이대 선수다웠다. 아옹다옹하고 서로를 디스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요즘 표현으로 ‘츤츤’거리고 ‘꽁냥꽁냥’한 인터뷰를 소개한다. 

Q. 두 선수는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요?
정태욱(이하 태욱): 저희는 안익수 전 감독님 체제로 19세 이하 대표팀이 출발할 때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고요. 상민이는 17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잘 나갔거든요. 
이상민(이하 상민): 나 그때 주장이었지. 인정해주는 거야? 
태욱: 그래 잘 나갔다. 인정해. 

제주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 정태욱과 울산 현대 유스인 현대고 출신 이상민은 묘하게도 고교 시절에는 한번도 붙을 일이 없었다. 지난해 바레인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에서 함께 수비를 보며 더 친밀해졌다. 이후 이상민이 발목과 허리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나고, 정태욱도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며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다. 4개국 대회 온두라스전을 계기로 둘은 자시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세번째 호흡을 맞춘 잠비아전에서 그 사건이 터졌다. 

Korea Rep. U20 vs Zambia

Q. 그날 그런 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도 못했겠죠?
태욱: 저는 선발 멤버가 아니었어요. 교체 투입됐거든요. 밖에서 친구들 응원하다가 몸 풀고 들어갔는데… 
상민: 태욱이가 절 각별하게 응원했었죠. 온두라스전 때 같이 해봤으니까 그때 느낌 살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갔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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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사고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요? 
태욱: 헤딩을 땄는데 일어나 보니까 응급차로 실려 가고 있었어요. 그 사이 기억은 완전히 편집됐어요. 그 전에 경기 한 것도 기억이 잘 안 나고. 그 경기 영상을 보면서 흩어진 조각을 맞춰가고 있어요.
상민: 잠깐 자다가 일어난 거지?(웃음)
태욱: 푹 잘 뻔 했지.(웃음)

부산 사나이 이상민은 퉁명스럽게 받아쳤지만 사실은 그 장면에서 누구보다 놀랐다. 적극적인 응급 처치로 정태욱을 구했지만 그는 여전히 그 장면을 다시 보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정태욱 뿐만 아니라 이상민에게도 존재했다.

상민: 나는 그 경기 영상 한번도 안 봤어. 아니 못 보겠더라. 어제 처음 봤어. 다시 보니까 그때 상황이 떠오르더라고.
태욱: 난 두번 봤는데 더는 못 보겠더라.

Q. 상민 선수는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대처할 생각을 했나요?
상민: 딱 두가지를 생각했어요. 떨어진 태욱이 얼굴을 보니까 누가 봐도 의식이 나간 거예요. 눈이 돌아가 있고, 딱 기절했다고 판단이 됐어요. ‘큰일이다. 진짜 큰일 났다’ 싶었죠. 다음은 혀가 말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따로 교육 받지는 않았는데 대표팀의 의무팀 선생님들이 얘기해주신 기억이 났어요. 이전에 그럴 경우 혀가 말리면 위험하다는 축구 뉴스를 본 기억도 났고요. 진짜 사력을 다해서 입을 벌렸어요. 그런데 태욱이가 무의식 중에 강하게 입을 다무니까 버티기 어려웠죠. 빨리 좀 도와 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다가오질 못했어요. 잠시 후 구조팀이 왔고 입에 투입하는 게 준비 돼서 제 손을 뺀 거죠. 빼고 나니까 통증이 오더라고요.
태욱: 나도 깨어났는데 턱이 엄청 아프더라.(웃음)

Q. 그때 혀를 잡고 인공호흡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상민: (강하게 부정하며) 인공호흡은 안했어요. 중계 때 해설위원 분이 그렇게 설명하셨는데 인공호흡이 아니고 안간힘을 쓰며 태욱이 혀를 잡으려고 그런 자세를 하다 보니까 마치 인공호흡처럼 보였나 봐요. 어유, 제 정신이어도 절대 안하죠.
태욱: 나도 너랑 안해~ (웃음) 그냥 잤으면 잤지.
상민: 했으면 너 입냄새에 기절했을 거야.
태욱: 기사에서 인공호흡 했다는 얘기 듣고 너무 놀랐다.
상민: 나도 어디 가서 남자랑 키스했냐는 얘기 들으니 억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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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태욱 선수는 자신을 구한 게 상민 선수라는 걸 언제 인지했나요?
태욱: 병원에 누워 있었는데 의무팀 최주영 선생님이 제 가방 가지고 오셨어요. 그제야 핸드폰을 받았는데 애들 메시지가 많이 와서 상황이 심각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포탈사이트로 가서 그 장면이 담긴 영상을 봤는데 제목에 상민이 이름부터 뜨더라고요. 그때 상민이가 날 살려줬구나 라고 알게 된 거죠. 
상민: 내가 정말 대단한 걸 했어. 너를 위해. 
태욱: 엄마가 경기장에서 보고 계셨어요. 저 쓰러지고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주차 해 놓은 차를 못 찾았데요. 빨리 병원에 따라가야 하는데 머리가 하애졌을 테니까요. 병실에 엄마가 들어오는데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무슨 상황인지 인지도 못하면서. 
상민: 그때 태욱이 어머니랑 통화를 잠깐 했어요. 태욱아, 그냥 너는 다른 얘기하지 말고 나한테 밥만 사라니까.(웃음)

Q. 상민 선수는 함께 응급 처치를 한 김덕철 심판과 함께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받았습니다. 축구 인생에서 몇번째 상인가요?
상민: 2년 전에 U-17 월드컵이 끝나고 연말에 대한축구협회가 주는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받았고, 이번이 두번째로 받은 상이었어요.  
태욱: 이번이 더 큰 상 아니냐? 
상민: 야 영플레이어상 그거 엄청 컸어. 내가 1회 수상자라고. 의미가 있다고. 
태욱: 영플레이어상 상금 없었지? 이거 상금 있잖아. 그럼 이게 더 크네~ 
상민: 제가 상금을 받아서 부모님 일단 드렸는데… (정태욱이 의심하자) 진짜야. 봉투 그대로 드렸어.
태욱: 그럼 나 맛있는 것 좀 사줘.
상민: 얼래? 너는 나 아니면 아예 밥을 못 먹었을 수도 있었어. 네가 백번을 사야지. 

u20

Q. 태욱 선수는 상민 선수에게 속 안에 있는 고마운 감정을 표시한 적 있나요?
상민: 너 진짜 속에 있는 거 다 얘기해. 나는 내가 할 일을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다 칭찬하는 거야. 어제 영상 보니까 진짜 내가 자랑스럽더라. 옆에 (윤)종규, (안)준수 다 서 있기만 한데 나는 한치 망설임도 없이 그걸 했다고.
태욱: 칭찬할 마음이 사라진다.(웃음) 칭찬 준비 중이었는데. 
상민: 귀 막고 있을 테니까 해라.
태욱: 상민이가 처음 달려와 줬어요. 가장 먼저 그런 생각 해줬고, 몸으로 표현해준 거 정말 어려웠을 텐데 진짜 너무 감사해요. 상민이가 그렇게 안했으면 더 위험한 상황까지 갔을 텐데. 앞으로 뭐든 보답할 생각이었는데 상민이가 계속 저러면 짜증 나고… 야, 나한테는 괜찮은데 우리 엄마한테는 티 내지 마.
상민: 그때 통화할 때 말만 하면 어머님이 다 해 주실 거 같더라. 나 힘들면 너네 집부터 찾아간다.
태욱: 배 고프면 언제든지 찾아와. 우리 엄마 음식 잘해. 그리고 진짜 고맙다. 네가 구해준 목숨 정말 잘 쓸게.

Q. 이제 두 선수가 함께 본선으로 가기 위한 출발선에 섰습니다. 어떤 각오로 남은 40일을 임할 건가요?
태욱: 아팠다가 복귀하는 거라서 빨리 컨디션과 체력을 끌어 올려서 이전 경기력으로 되돌아가려고요. 5월 20일 전주에서 열리는 첫 경기(기니전)에 그라운드를 밟는 걸 목표로 집중할 거예요. 
상민: 저도 태욱이랑 같이 컨디션을 최상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려고요. 25명 중 4명은 본선에 갈 수 없어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살아 남는 게 첫번째 목표고요. 팀과 하나가 되면 최고의 경기력으로 성적을 내도록 할 겁니다. 
태욱: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둘이 딱 같이 하면 제일 좋지. 물론 감독님이 기용하신다는 조건 하에.
상민: 6월 10일(결승전)까지 계속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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