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남은 검지의 상처가 정태욱 선수를 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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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욱을 위기에서 구한 또 다른 주인공, 김덕철 심판의 이야기

[골닷컴=서호정 기자] 지난 27일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국제대회’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는 여러 화제가 있었다. 신태용 감독과 U-20 대표팀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공격력은 A대표팀에 실망한 팬들을 다시 환호하게 만들었다. 경기력 외의 또 다른 이슈는 수비수 정태욱(아주대)을 긴급하게 구한 장면이었다. 

후반 막판 잠비아 선수와 공중볼 경합 중 두부에 충격을 받고 추락한 정태욱은 정신을 잃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U-20 대표팀의 의무팀은 긴급하게 들어가 조치를 취했고 선수는 의식을 찾은 뒤 병원으로 수송됐다. 이틀 간 정밀 검사를 받은 정태욱은 경추 5번 전방의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전치 6주지만 아무 문제 없이 생명을 구한 것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정태욱을 구하는 장면에서 의무팀 전에 빛난 두 사람이 있었다. 팀 동료 이상민(숭실대), 그리고 이날 경기 주심을 본 김덕철 심판이었다. 두 사람은 의무팀이 들어오기 전 약 20초의 시간 동안 실신 상태인 정태욱의 기도를 확보하며 자가 산소 공급을 가능케 했다.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해야 할 첫번째 응급 조치를 훌륭히 수행한 덕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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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8세의 김덕철 심판의 숨은 활약이 빛났다. 이상민이 정태욱의 혀를 잡으며 기도를 확보하려 했지만 김덕철 심판은 더 정확한 조치를 취했다. 이마를 잡고 턱을 뒤로 밀어 고개를 젖힘으로써 기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의 검지에 남아 있는 흉터 자국이 가르쳐 준 소중한 교육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선수가 부딪히고 나서 쓰러지는 장면이 다른 선수들과 달랐어요. 심각하다고 직감했죠. 예전에 그런 상황이 두번 있었어요. 5년 전 U리그와 2년 전 실업선수권이었습니다. 위급하다 싶어서 뛰어갔더니 선수의 눈이 뒤집어졌고, 가장 가까이 있는 동료 선수(이상민)가 혀를 잡고 있더라고요. 5년 전에는 정확한 응급 조치 교육이 없던 상황이라 혀를 잡았는데 환자가 본능적으로 입을 다무는 통에 손에 상처가 났어요. 만일 그렇게 피가 나서 환자 입에 들어가면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그런 부분을 알고 있어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기도를 확보하는 데 신경 썼어요. 그때부터 선수가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더군요.” 

5년 전에도 큰 사고는 없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응급 처지를 위한 인력이 적어 치료 과정이 더뎠다. 김덕철 심판에게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공교롭게 그 시기에 국내외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고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심판들을 대상으로 응급 처지를 위한 교육이 진행됐다. 이 교육은 현재 매년 심판들이 필수적으로 받고 있다. 2년 전 사고 때는 더 능숙하게 대처했고, 이번 사고에서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응급 처치를 수행했다.

경기 후 김덕철 심판의 훌륭한 대처는 다른 이슈들 때문에 묻혔다. 현장에서는 대회 관계자와 심판 감독관, 그리고 정태욱의 동료인 U-20 대표팀 선수들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어떻게 아셨는지 언론사에서도 계속 연락이 오네요. 따로 정태욱 선수로부터는 연락은 받지 못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축구 선수 출신이고 부상으로 꿈을 접었기 때문에 정태욱 선수가 휴유증 없이 계속 좋은 선수로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주업인 판정에서도 깔끔했다. 38세인 김덕철 심판은 올해로 19년차 경력이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축구 선수 생활을 했지만 부상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그만둬야 했다. 고교 졸업 후인 1998년부터 심판으로의 삶을 준비했고 9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1급 심판인 그는 내셔널리그을 중심으로 FA컵 등에서 활약 중이다. 29일에는 성남FC와 수원FC의 FA컵 3라운드 주심을 맡기도 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축구라서 그 가까이 있고 싶었어요. 심판은 사실 직업이라기보다는 부업에 가까운 게 현실이죠. 고교 졸업 후에는 지도자의 길도 겸하면서 했고 최근까지 초등학교 선수들을 가르쳤어요. 생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배정을 받지 못하면 자격증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운동 선수처럼 부상을 입으면 일을 할 수도 없고요.”

그래도 직업에 대한 애착과 보람은 특별하다. 김덕철 심판은 응급 조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자신이 정말 평가 받고 싶은 것은 공정하고 깔끔한 판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K리그에서 벌어진 대형 오심으로 인해 심판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그처럼 뒤에서 성실하게 준비하고 노력 중인 이도 있음이 잠비아전을 통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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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가장 큰 보람은 명예라고 생각해요. 어느 한 팀에 기울지 않고 공정하게 승패를 가르고, 큰 항의 없이 무사하게 경기를 마칠 때가 가장 기쁩니다. 최근 심판들에 대한 불신의 인식은 안타까워요. 오심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하는 심판은 없다고 믿습니다. 저희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신뢰와 존중을 보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물론 저희가 더 노력해야 하겠지만요.”

현재 한국 축구 시스템에서 김덕철 심판이 활동하는 무대는 3부 리그격이다. 그의 목표는 K리그 진입이다. 철저한 준비로 그라운드 위의 사고를 예방하고 깔끔한 판정으로 박수 받은 김덕철 주심을 K리그에서 보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김덕철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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