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전북 현대는 제주도를 거쳐 강원도 춘천을 가는 지옥의 원정에서도 무실점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25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9라운드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리그 7연승에 6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에 성공한 전북은 승점 24점으로 2위 수원에 승점 4점 앞선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선제골은 전반 20분 믿었던 아드리아노의 발 끝에서 나왔다. 티아고가 골문으로 붙여 낮게 올린 공을 이승기가 재치 있게 흘려주자 골 냄새를 맡고 기다리던 아드리아노가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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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5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두번째 골이 나왔다. 이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올려 준 크로스를 아드리아노가 잡았고, 문전 혼전 상황에서 정혁이 침착하게 차 넣었다. 정혁의 프로 통산 19번째 K리그 골이자 올 시즌 첫 골이었다. 데뷔 후 매 시즌 골을 넣었고, 많게는 4골도 넣은 그지만 2018년의 첫 골은 특별한 감격이었다.
이날은 정혁이 올 시즌 그라운드를 밟은 두번째 날이었다. 지난 시즌 24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리그 9라운드가 지나도록 2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손준호, 임선영이 새로 합류하고 이재성, 신형민이 건재하며 벌어진 일이다. 정혁은 장윤호와 함께 막강 미드필드진 구성으로 인한 손해를 가장 크게 본 선수다.
올 시즌 첫 출전 기회는 빨리 왔다. 최강희 감독은 인천과의 리그 2라운드 원정 경기에 정혁을 선발 출전시켰다. 이어지는 톈진 취안젠과의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대비해 로테이션을 가동한 것. 하지만 정혁은 최악의 플레이를 보였다.
4-4-2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정혁은 파트너인 이재성을 받치는 수비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날 전북은 쿠비, 문선민 등의 역습에 유린당했다.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야 했던 정혁은 그 임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전북은 인천의 빠른 공격에 거푸 무너지며 2-3으로 패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유일한 패배가 그날이었다. 정혁의 부진에 전북 팬들마저 실망의 목소리를 자아냈다.
그 뒤로 정혁은 출전 명단에서 사라졌다.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 그 사이 손준호는 팀에 완전히 녹아 들었고, 4월 들어 임선영이 기회를 살리며 신임을 받았다. 전남과의 7라운드, 제주와의 8라운드 출전 명단에 들어갔지만 정혁에게 출전 기회는 오지 않았다.
강원전에 드디어 정혁에게 기회가 왔다. 손준호가 경고 누적으로, 장윤호가 눈병으로 한번에 이탈하며 중원에 큰 공백이 생겨서였다. 최강희 감독은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이재성마저 대기 명단으로 내리며 정혁에게 믿음을 보냈다.
인천전의 부진과는 정반대의 활약을 했다. 정혁은 임선영과 신형민 사이에서 활발한 활동량을 보이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미드필드 장악에 힘을 보탠 그는 1-0으로 앞선 채 맞은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전진했고 결국 득점까지 올렸다.
강원전 후 정혁은 “인천전에서 내 역할을 하지 못해 팀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 뒤 힘들었지만 다시 기회가 오면 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준비했다”라며 지난 한달을 돌아봤다. 이어서는 “아직도 전북에서 살아 남기엔 부족하지만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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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정혁이 특별한 다짐으로 출발한 해다. 지난해 말 그는 이유경 JTBC3 FOX스포츠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가정을 꾸리며 책임감이 커진 그는 한층 두터워진 스쿼드 안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시즌 초 부진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때 정혁을 일으켜 세운 건 아내였다. 바쁜 활동 중에도 내조에 집중하며 남편 기 살리기에 나섰다. 특히 운동 선수인 남편의 스태미너에 도움이 될 음식 솜씨를 발휘, 팬들 사이에서는 ‘전주 대장금’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정혁은 “아내가 표현은 안 하지만 지난 한달 동안 마음고생을 같이 했을 거다. 그래도 힘이 됐다. 옆에서 도와줬기에 이겨낼 수 있었고, 오늘 이 결과까지 왔다”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골을 넣고 한 하트 세리머니도 아내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골을 넣으면 꼭 세리머니를 해 달라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요리를 잘한다. 모자랄 것 없이 잘해줘 너무 고맙다. 시즌 끝나고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정혁은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 팀에서 살아남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라며 본격적인 2018시즌의 시작을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