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박문수 에디터 = 이탈리아 축구의 '적폐'로 불리는 축구협회장 타베키오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타베키오는 20일 오후(한국시각) 공식 성명을 통해 축구협회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탈리아 축구협회 역시 타베키오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그는 "실패했다. 이에 떠나기로 했다. 미안하다. 모든 이탈리아인에게 사과하고 싶다. 이제는 이탈리아 축구를 위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시간이다"고 말했다. 타베키오의 성명문은 약 5분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타베키오는 일명 '적폐'로 불린다. 지난 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태블릿 PC 스캔들'이 비선실세에 의한 것이었다면, 타베키오는 일선에 나서 이탈리아 축구계를 병들게 한 주범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벤투라 감독의 선임이 가장 큰 실책이었다. 타베키오와 벤투라 모두 하부리그를 전전한 인물이다. 이들의 친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타베키오가 직접 나서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벤투라 감독의 선임을 종용했다고 밝혔지만 타베키오와 벤투라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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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결과지만, 어쩌면 예상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벤투라는 감독으로서 뚜렷한 경험이 없다. 하부리그를 전전했고 1부리그에서 보여준 최고의 성과 역시 토리노에서 기록한 리그 7위가 전부다. 월드컵 예선은 물론이고 UEFA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무대조차 밟아본 적이 없다. 당연히 대표팀 경험도 전무하다.
벤투라와 손을 잡은 타베키오는 기어코 대형 사고를 쳤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60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였다. 몇 번의 기회는 있었다. 바꿀 수 있었다. 안 되면 바꾸면 그만이었다. 선수 선발 문제 그리고 애매한 전술 등 여러 문제가 있었던 벤투라 감독이지만 타베키오가 수장으로 있는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지난 8월 타베키오는 벤투라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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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문제점이 나왔을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에게는 시간이 있었다.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해 팀을 재편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감독에 대한 항명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베테랑 선수들이 벤투라 감독에 대해 항명했다는 루머까지 돌 정도였다. 독일의 뢰브 감독은 벤투라 감독 지시에 불응한 데 로시를 호평할 정도였다. 그 만큼 벤투라 감독 한 발 나아가 그를 뽑은 타베키오는 최악 그 자체였다.
타베키오는 물러났지만, 벤투라 감독은 이탈리아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고도 막대한 위약금을 손에 넣게 됐다. 벤투라 스스로가 사임한 것이 아닌 협회측으로부터 경질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비난의 화살은 당연히 타베키오를 향했다. 벤투라 사임에도 타베키오는 꿋꿋했다. 감독 잘못이지 자신의 과오는 아니라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선수협회장 토마시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반기를 들었다. 여론 역시 일선에 나서 이탈리아 축구계의 적폐가 된 타베키오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입장을 바꾼 타베키오는 장문의 성명서와 함께 협회장에서 물러났다.
타베키오 사임은 이탈리아 축구계의 개혁을 의미한다. 유력 사령탑 후보인 안첼로티는 이미 타베키오가 사임해야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상태다. 물로 세부 조율 사항을 비롯해 해결할 문제가 많다. 다만, 이탈리아 축구의 '적폐'로 불리는 타베키오의 사임은 여러모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새로운 협회장 부임을 비롯한 쇄신은 좀처럼 빛이 보이지 않았던 이탈리아 축구판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