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유럽 축구가 다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휴가를 마친 각 팀들은 선수들을 다시 소집해 2017-18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이른바 프리시즌이다. 한창 진행 중인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영입된 새 얼굴들이 팬들 앞에 첫 선을 보이는 시기도 이때다.
과거 프리시즌의 메인 컨셉은 투어였다. 단일 클럽이 아시아, 오세아니아 혹은 북미로 떠나 친선 경기를 치르고 팬들을 만났다. 최근엔 형태가 변했다. 공략 지역은 동일하지만 현지 팀들과의 친선 경기 대신 유럽 클럽들끼리 붙는다. 경기력도 점검하고, 가외수익도 올리는 일석이조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이하 ICC컵)이 대표적이다. 2013년 시작된 이 대회는 프리 시즌에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열렸다.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 유럽 최고 수준의 클럽들이 친선전을 가졌다. 2015년부터는 호주, 중국 시장을 끌어들였다. 171개국이 대회 중계를 시청하며 일약 프리시즌의 챔피언스리그로 거듭났다.
주요 뉴스 | "[갤러리] 리오넬 메시 결혼식 화보"
18일 ICC컵의 2017년 대회가 출발했다. 중국 광저우에서 AC밀란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격돌했다. 도르트문트는 2골을 터트린 오바메양의 활약으로 3-1 승리를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첼시, 토트넘 홋스퍼, 유벤투스, AS 로마, 인터 밀란,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맹, 리옹이 미국, 중국, 싱가포르로 흩어져 친선전을 펼친다.
국내에 있는 축구팬들에겐 무료함을 달랠 기회지만 아쉬운 목소리도 많다. 중국, 싱가포르, 호주에서도 개최하는데 왜 국내에서는 프리시즌 빅매치를 볼 수 없느냐는 의견이 주다.
유명 유럽 클럽이 프리시즌에 방한한 것은 2014년 PSV 에인트호번과 바이엘 레버쿠젠이 마지막이다. PSV는 박지성의 마지막 시즌을 맞아 수원 삼성, 경남FC와 친선전을 가졌다. 레버쿠젠은 당시 팀 소속이던 손흥민, 류승우를 데리고 한국을 찾아 FC서울과 경기를 치르고 돌아갔다.
한국에서 유럽 팀들의 프리시즌 방문이 사라진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중계권, 티켓, 스폰서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데 매치 에이전시 대부분이 손해를 봤다. 중국, 일본처럼 자체 시장이 크지 않고 홍콩, 싱가포르처럼 확장성도 적다. 첼시(삼성전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금호타이어), 레버쿠젠(LG전자), 리옹(현대자동차)처럼 국내 기업의 스폰서를 받고 있는 팀들은 방한의 명분과 목적이 뚜렷하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줄어든 상황이다.
주요 뉴스 | "첼시 역대 이적료 TOP 10은 누구?”
그런 상황에서 그리워지는 것은 피스컵이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2년 단위로 선문평화축구재단이 주최하던 피스컵은 국내외에서 화제가 된 프리시즌 대회였다. 그 면면을 보면 ICC컵의 원조라 해도 손색이 없다.
2003년 한국에서 열린 초대 대회에는 리옹, PSV, 베식타슈, LA갤럭시 등이 참가했다. 2005년 대회에는 리옹, PSV 외에 토트넘, 보카 주니어스, 레알 소시에다드도 가세했다. 한국 대표로는 선문평화축구재단과 함께 통일교 계열이었던 성남 일화(2014년 시민구단 성남FC로 전환)였다. 국내 팬들로서는 눈호강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가장 화려했던 대회는 2009년이다. 아예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개최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를 필두로 세비야, 말라가, 아스톤 빌라, 페네르바체, FC포르투, 리옹, 셀틱까지 참가했다. 2009년 대회의 총 상금은 400만 유로, 우승 상금은 200만 유로였다. 당시 환율로 75억원과 37억원이었다.
하지만 피스컵은 많은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적었다. 선문평화축구재단의 주인이었던 문선명 총재의 남다른 축구 사랑이 맺은 결실이었지만 2012년 성남, 선덜랜드, 흐로닝언, 함부르크가 참가한 최소 규모 대회를 끝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ICC컵이 그림의 떡으로 여겨지는 국내 팬들에게는 화려한 추억을 남아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