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인천축구전용구장] 서호정 기자 = 인천 유나이티드의 생존왕 본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스플릿 라운드까지 10경기를 남겨 놓은 시점에서 격돌한 FC서울을 꺾으며 대어 사냥에 성공했다. ‘슈퍼 서브’ 송시우가 후반 42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1-0으로 승리, 리그 10위 자리를 탈환했다.
1년 전과 흡사한 상황이다. 2016년 9월 10일 인천은 홈에서 서울을 1-0으로 잡았다. 29라운드로 시점도 같았다. 당시 인천은 대위기였다.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도훈 감독이 수원FC에게마저 0-2로 패하자 자진 사임했다. 이기형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이 됐다. 첫 경기가 서울이었다. 이기형 감독대행은 쯔엉, 김용환 등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해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그 뒤 인천은 시즌 종료까지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를 기록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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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잔류를 이끌며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이기형 감독이지만 올해도 위기의 시즌은 계속됐다. 케빈, 요니치 두 핵심 선수가 J리그로 떠났다. 대대적인 선수 교체가 불가피했다. 조직력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올 시즌도 여름이 지나도록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과 닮은 상황에서 서울을 만난 이기형 감독은 경기 전 “자존심을 걸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서울에게 원정에서 0-3, 홈에서 1-5로 대패한 만큼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다고 한 것. 그러면서 내세운 비장의 무기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외국인 수비수 부노자였다. 부노자는 요니치를 대신해 인천이 영입한 새로운 센터백이다. 197cm의 큰 키를 살린 파워풀한 수비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부노자는 한국 축구와 인천 스타일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 6월 21일 포항전 이후 그를 1군 경기에서 볼 수 없었다. 여름에 교체 얘기가 있었지만 이기형 감독은 그대로 갔다. 대신 R리그를 중심으로 경기력 회복과 팀 분위기, 스타일에 녹아들기 기대했다. 그리고 서울전에 하창래가 경고 누적으로 빠지자 과감히 투입했다.
서울전에서 부노자는 전반기의 부진한 플레이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큰 영역을 커버하며 서울 수비를 분쇄했다. 최고참 이윤표가 데얀의 움직임을 막는 사이 부노자는 헤딩 클리어와 적극적인 몸싸움을 이용한 한발 빠르게 뛰는 수비로 패스 차단을 맡았다. 인천 수비는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며 서울이 제대로 된 공격 한번 못하게 만들었다.
경기 전 “부노자 본인이 강한 의지를 보여서 믿음을 갖고 투입했다”라고 말한 이기형 감독의 의도가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1년 전 쯔엉과 김용환이 그랬듯이 중요한 순간 깜짝 카드가 빛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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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일 만의 출전에서 좋은 활약을 해 준 부노자에 대해 이기형 감독은 “만족한다. 그 동안 조직적으로 맞지 않았는데 긴 시간 노력하며 그 부분을 해소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주변 선수들도 부노자와 서로 이해하며 맞추기 시작했다. 없는 스쿼드에서 한 선수를 찾은 것 같아 기쁘다”라며 앞으로 본격화 될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 후 승리의 세리머니를 마친 부노자는 감격한 모습으로 인천 서포터즈와 여운을 나눴다.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 믿음을 잃지 않은 팬들에게 던져 준 그는 누구보다 승리를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