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인천 유나이티드 이기형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인천 구단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기형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구단에 밝혀왔다”고 전했다.
구단과 이기형 감독은 상호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경질 모양새다. 인천은 현재 12라운드까지 1승 4무 7패를 기록 중이다. 2라운드에서 전북 현대를 꺾으며 화제를 일으켰지만 그 뒤 10경기에서 4무 6패로 승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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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열린 제주와의 홈 경기에서 1-2로 패하자 강인덕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수뇌부는 이기형 감독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감독 사임을 요구했다. 이기형 감독은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고심했다. 코칭스태프와 베테랑을 중심으로 한 선수들이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남은 2경기에서 마지막 기회를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강인덕 대표는 감독 교체라는 변화로 팀 분위기를 일신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9일부터 이기형 감독 사임 보도가 나왔지만 이틀 동안 공식 보도자료를 내지 못한 것은 계약 해지를 위한 합의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인천 측은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라고 발표하는 대신 잔여 연봉을 이기형 감독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형 감독은 2016년 말 맺은 계약으로 2018년까지 임기가 예정돼 있었다.
4월 30일 FC서울 황선홍 감독이 전격적으로 물러난 뒤 12일 만에 또 한명의 감독이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올 시즌 1, 2부 리그 통틀어 두번째 감독 사임이다. 인천도 서울처럼 감독대행 체제로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남은 2경기(상주 원정, 울산 홈)를 치를 계획이다. 박성철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는다.
한때 이기형 감독은 ‘이기는 형’이라는 별명과 함께 절대적 신뢰를 받았다. 2016년 8월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임한 김도훈 감독을 대신해 감독대행으로 인천을 이끈 이기형 감독은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를 기록, 극적인 잔류를 이끌었다. 수원FC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잔류를 확정지은 뒤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함께 기뻐한 장면은 K리그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인천의 생존 본능을 일깨운 이기형 감독대행은 2년 계약으로 정식 감독이 됐다. 지난 시즌 인천은 전반기에 부진했지만 여름부터 다시 승점을 쌓으며 9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올 시즌도 인천은 전반기에 부진하다. 아직 시즌이 남은 만큼 예년처럼 여름을 기점으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성적 부진과 별개로 팬들과의 신뢰 붕괴가 감독 사임으로 직결됐다.
인천은 지난 시즌 말 구단 운영을 둘러싸고 대표이사, 감독, 팬들 간의 갈등이 빚어졌다. 인천 서포터스는 개막 이후 승패와 관계 없이 줄곧 강인덕 대표와 이기형 감독의 퇴진을 외쳤다.
이기형 감독은 성적으로 반전하겠다고 각오했다. 강인덕 대표도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고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 보강을 통해 팀 전력을 업그레이드 했다고 자평했다. 리그 1강 전북을 홈에서 3-2로 누를 때만 해도 인천의 2018년은 다를 거라는 기대감을 들게 했다.
하지만 공격력은 상승했지만 수비가 흔들렸다. 인천은 전통적으로 짠물 수비로 버티며 결과를 내는 팀이지만 이기형 감독은 팬심을 되찾기 위해 공격에 밸런스를 뒀다. 무고사, 쿠비, 아길라르, 고슬기에 기존의 문선민, 한석종이 달라진 득점력을 이끌었지만 수비가 무너지며 승수 쌓기에 실패했다.
외풍을 막아주며 이기형 감독을 신뢰했던 강인덕 대표도 칼을 뽑아야 했다. 선수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기형 감독이 계약 해지 합의서에 사인을 하게 했다.
인천의 스쿼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득점 3위와 4위인 무고사, 문선민의 화력은 반전을 만들 수 있다. 월드컵 휴식기 동안 감독 선임을 마무리해 팀을 재건할 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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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이기형 감독의 사임으로 팬심이 다시 뭉칠 수 있느냐다. 팬들은 여전히 강인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기형 감독 사임을 꼬리 자르기로 보는 시선이 많다.
6월 지방선거도 풍향계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정복 현 인천시장의 재선이 어려울 수 있다. 만일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시민구단, 특히 정치적 입김이 큰 인천의 수뇌부 교체는 예정된 시나리오다. 인천 구단은 보도자료 말미에 “경영진도 새 감독 선임이 마무리되는 등 구단이 안정화되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구단 경영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지만 구단 앞에 드리워진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