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샘 Lee Han-saemKleague

이한샘의 용기와 아산의 대처, 믿을 수 있는 K리그

[골닷컴] 서호정 기자 = 2011년 K리그는 씻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리그 내 복수의 팀에서 벌어진 승부조작 사태로 프로스포츠의 생명인 신뢰에 심각한 금이 간 것이다.

50명에 육박하는 전현직 선수들이 가담했고, 선수 자격정지 중징계와 실형을 받았다. 그 중 몇몇은 자책감과 생활고로 목숨을 끊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주요 뉴스  | "​[영상] "이보시오 의사양반!" 윌리안이 쓰러진 이유는?"

타종목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이 있었지만, K리그는 마치 온상의 진원지처럼 몰렸다. 리그 차원의 재발 방지 약속과 다양한 노력이 있었고,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승부조작은 K리그의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기사는 아래에 이어집니다

‘지금의 K리그는 승부조작과 거리가 먼, 신뢰할 수 있는 리그일까’라는 물음에 10월 14일 한 선수의 용기 있는 행동과 구단의 민첩한 대처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9월 21일 밤 전직 K리거인 장학영은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부산의 한 호텔에서 투숙 중인 아산 무궁화의 이한샘에게 부정행위를 제안했다. 경기 중 이른 시간에 퇴장을 당하며 5000만원을 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한샘은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구단 감독과 코칭스태프, 직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이를 인지한 구단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프로축구연맹이 부정방지 목적으로 24시간 운영 중인 K리그 클린센터에도 신고를 했다. 

인근 숙소에 있던 장학영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보름이 지나 사건이 알려진 것은 경찰이 비공개 수사를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장학영은 현재 검찰에 의해 구속된 상태다. 2017시즌을 끝으로 소속팀이었던 성남FC와 계약이 종료된 뒤 무직 상태였던 장학영은 여러 개인사로 인한 생활고 때문에 그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샘과 아산의 대처는 승부조작 예방에서 모범으로 꼽히는 사례로 남을 예정이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제안이 있기 사흘 전 프로축구연맹 주최 하에 진행된 부정방지교육을 통해 지식과 인지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한샘은 프로 선수가 해야 할 원칙대로 행동했다. 그는 “거절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고 행위에 대해서는 더 고민할 것 없이 구단에 알리는 게 맞다 판단했다”며 전했다.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전체가 해 온 그 동안의 노력이 빛을 본 케이스기도 하다. 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을 비롯한 부정방지를 막기 위해 상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선수단 및 구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정방지 순회교육(연 4회), ▲ 선수단 대상 면담과 일지 작성(연 4회), ▲ 매 시즌 시작 시 선수단 전체가 부정방지 서약서 작성, ▲ 부정행위 징후 발견 시 즉시 신고 가능한 K리그 클린센터 및 핫라인 운영(연중 24시간), ▲ 신고자 포상 및 자진신고제도, ▲ 연 10회 이상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부정방지 예방 문자 발송, ▲ 경기장 및 중요 거점에 부정방지 포스터 게시, ▲ 구단 부정방지 활동 담당자 지정 및 교육 등이 있다.

또한 K리그 경기 진행 중에는 ▲ 경기장 내 불법중계자 감시원 운영, ▲ 부정방지 활동 전광판 홍보, ▲ 이상징후 감시 시스템 운용, ▲ 경기 영상 불법 스트리밍 사용 적발 시스템 운용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경기 후에는 K리그 전 경기를 대상으로 한 영상분석을 진행중이다.

이한샘과 아산 구단의 행동 또한 귀감이 됐다. 공교롭게 선수는 국민과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의경 신분이다. 아산 구단은 경찰청 산하의 무궁화체육단의 선수 선발을 지원 받고 있다. 

군경팀인 아산 구단은 최근 경찰청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2019년도 선수 선발이 중단된 상태다. 이한샘을 비롯해 현재 팀에 남아 있는 선수들은 당장 다음 시즌 리그 참가에 어려움을 겪으며 선수 생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주요 뉴스  | "​[영상] 이래도 내가 거품이야? 네이마르의 반박"

하지만 자신의 신분에 맞게 올바른 행동을 한 선수와 프로스포츠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신뢰 의식을 위한 대처를 한 구단은 오히려 존재 가치를 멋지게 증명해 냈다. 이 사건이 수면 밖으로 부상하는 그 시간에 아산은 홈에서 안산 그리너스를 상대로 멋진 경기를 펼치며 2-0 승리를 거뒀다.

최근 아산은 팀 외부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K리그2(2부 리그)에서 호성적을 내며 단독 선두를 이어가는 중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K리그와 구단을 향한 신뢰를 증명한 그들은 아낌 없는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