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비치 Vedran Jugovic

[이웃집 K리거] 남다른 팬 사랑의 유고비치, “팬을 위해서면 시간이 안 아깝죠”

[골닷컴] 배가원 인턴기자 = 체력 관리의 이유로 유고비치가 좋아하는 광양불고기 음식점 대신 선택한 인터뷰 장소는 광양에 위치한 동료 이지남 선수의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였다. 처음엔 동료의 추천으로 가게 됐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오스트리아 커피 ‘율리우스 마이늘’ (Julius Meinl)이 있어서 이내 즐겨 찾게 되었다고 했다. 능숙한 한국어로 “많이 먹어~”라며 자신의 단골 카페를 제작진과 공유한 유고비치는 그 곳에서의 좋았던 추억 또한 공유했다.

“이전 동료였던 토미나 페체신과는 따로 연락할 필요도 없이 서로 여기 있다는 걸 알 정도로 자주 와서 커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곤 했죠. 그게 이 카페를 좋아하는 또 다른 큰 이유예요.”


주요 뉴스  | "​​​[영상] 환상 골 음바페, 상대 반칙에 흥분해 퇴장"

어느덧 한국생활 2년반차에 접어든 유고비치는 처음에는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봤다. 하지만 모국어 크로아티아어에, 원어민 수준의 영어까지, 이미 2개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언어라면 자신 있어 한다. 

실제로 그는 브라질 동료들 때문에 이젠 포르투갈어를 구사하지는 못해도 들으면 대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어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것들만 과외를 받아서 어휘가 많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뛰어난 독해력을 자랑했다.

“이제 읽을 줄은 알아요! 읽을 수는 있는데, 이해는 못해요. 어휘가 문제예요. 몇몇 단어만 알거든요. 그래도 한글은 전부 ‘읽을 줄은’ 알아요!!!”

2016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유고비치는 8년 동안 크로아티아 내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고향에 있는 크로아티아 1부 리그 소속 NK오시예크에서 5년, 주장 완장까지 단 HNK 리예카에서 3년. 그 중에서도 그는 HNK 리예카 시절 주장 완장을 달고 2014-15 유로파리그에서 페예노르트, 세비야, 그리고 스탕다르 리에주와 함께 조별예선을 치룬 경험을 최고의 순간으로 뽑는다.

“저에겐 엄청난 영광이었죠. 리예카 팬도 제 존재를 고맙게 여겨주었고, 많은 사랑을 줬어요. 저는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지만, 항상 제가 가진 100%를 쏟아냈죠. 크로아티아에서는 이때가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이렇게 유럽에서의 축구 생활에 만족하던 그가 K리그라는 예상 밖의 리그로 이적을 택하기까지에는 많은 고심과 큰 결단들이 있었다. 편하고 좋지만, 어쩌면 너무 익숙해져 버린 크로아티아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려던 유고비치에게 손을 내민 건 전남 드래곤즈였다.

그는 당시 전남 소속이자 HNK 리예카 시절 동료였던 오르샤와, K리그 경험이 많은 스테보에게 K리그와 한국, 라이프 스타일 등에 대해 다 좋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들의 조언과 1년의 임대 기간 끝에 유고비치는 2017년 전남 드래곤즈로의 완전 이적을 결정했다.

“K리그 이적 첫해가 너무 좋았어요. 전남은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경기력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고, 삶과 문화 모든 게 다 좋았어요.”

실제로 유고비치는 2016년 전남 드래곤즈 임대기간 중 전남 역사상 900번째 골을 넣는 영광을 안았다. 그뿐 아니라 팀의 최고 성적인 5위로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그렇게 한국에 온 유고비치는 축구와 한국 생활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임대 중 클럽의 900번째 골을 넣은 그는 올해 4월 26일 홈에서 FC 서울을 상대로 클럽 역사상 1000번째 골을 넣는 엄청난 영광을 다시 한 번 안았다. 

“저는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아닌데, 오랜만에 넣은 골이 1000번째 골이었다니… 클럽의 역사에 남을 기록이고, 거기에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희 클럽하우스에 몇 백 번째 골을 넣은 선수들 사진을 걸어 놓거든요. 900번째 유고비치, 1000번째 골 유고비치를 볼 수 있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이적 이래 꾸준히 활약을 하고 있는 유고비치는 K리그의 낮은 관중수에 대해 크로아티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로아티아에는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은 많지만, 정작 두꺼운 팬층이 있는 국내 클럽은 세네 개 정도 밖에 안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현재까지 경기당 평균 3,400명의 관중을 기록하고 있는 전남에 대해 선수로서 아쉬운 소리를 할 법도 한데 유고비치는 긍정적이다. 그는 오히려 팬이 많지 않은 탓에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원과 같은 빅 클럽의 경우에는 팬이 엄청 많아서, 그 중에 다섯 명만 골라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 나머지 팬들이 서운해 할 수 있잖아요.”

그래도 오해는 금물이다. 축구선수라면 당연히 꽉 찬 경기장을 바라듯이 유고비치 또한 더 많은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평소 전남 팬 사이에서 SNS에서 답장을 잘 해주기로 소문난 유고비치는 선수와 팬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 

그는 자신과 팀을 위해 시간과 사비를 써가면서까지 응원해주는 팬에게 똑같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조금씩 보답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중 하나가 SNS 소통인 것이다.

“팬은 항상 저희를 응원해주고, 원정 경기도 함께 가잖아요… 팀의 경기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비를 쓰면서 응원을 해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의 팬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팬을 위해서라면 절대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유고비치는 가끔 팬과 함께 저녁 식사나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그는 그렇게 경기장 밖에서 팬이나 가족을 만나면 잠깐이라도 축구를 제외한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만 6세에 축구를 시작해 현재 만 29세인 유고비치는 그 세월만큼이나 축구에 대한 사랑이 크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언젠간 오게 될 ‘은퇴’라는 현실에 조금씩 두려워진다고 할 정도로 그는 자신의 삶에는 처음부터 축구 뿐이었다고 고백했다.


주요 뉴스  | "[영상] 메시가 없네? FIFA 올해의 선수 후보 3인 발표"

현재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더 오래하기 위해 본인에게 더 엄격해진 유고비치는 자신과 팀을 응원해주는 팬에게 전남 드래곤즈가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도록 선수들 모두가 모든 걸 쏟아내겠다고 약속하며 감사를 표했다.

유고비치의 한국 생활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은 GOAL 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홉 번째 <이웃집 K리거> 주인공은 강원 FC의 세르비아 공격수 제리치입니다.

광고

ENJOYED THIS STORY?

Add GOAL.com as a preferred source on Google to see more of our reportin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