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기간 런던의 모든 대형서점에서 판매된 월드컵 전문 서적의 한 페이지. 이 책의 모든 부분에서 2002 한일월드컵을 '일본 월드컵'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사진=이성모)
'2002 한일월드컵'을 '2002 일본월드컵'으로 표기한 책, 영국서 12년 동안 판매.
해당 출판사와 직접 컨택한 과정과 그들의 답신.
잘못된 정보로 팬들의 권리와 자부심을 짓밟는 행위,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로잡아야.
[골닷컴, 런던] 이성모 기자 = 대한민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고 실제로 양국에서 진행됐던 2002년 월드컵의 공식 명칭은 '2002 한일 월드컵'이었습니다. 영문 공식 명칭은 '2002 FIFA World Cup Korea/Japan'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대한민국이 4강에 진출했다는 성적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한국 축구가 2002년 월드컵 전후로 나뉜다고 말할 정도의 중요성을 갖고 있는 동시에 또 한국인들에겐 절대로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어쩌면 우리 삶에서 다시 만나기 힘들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꾼 그런 특별한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2002년 한일월드컵을 '한일월드컵'이 아닌 '일본 월드컵(Japan World Cup)이라는 명칭으로 표기한 책이 유럽 최대도시인 런던 곳곳의 대형 서점에서 지난 '12년 동안' 판매되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이 너무나도 심각하게 잘못된 팩트가 아무도 바로잡지 않은 채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전후상황과, 해당 출판사와 직접 접촉한 과정을 축구팬 여러분께 소개하고, 이 사례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할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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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2 일본 월드컵' 표기한 월드컵 서적, 그 출판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다
제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최근 런던의 대형 서점 체인 '워터스톤스'의 한 매장에서였습니다. 월드컵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기 위해 월드컵 관련 서적을 찾던 중 가장 눈에 잘 띄게 전시되어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컨셉트로 정가 20파운드(약 3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이 책을 펼쳐보는 순간 저는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책의 목차에서부터 2002 월드컵에 해당되는 챕터까지 책의 모든 부분에서 2002 한일월드컵을 '일본 월드컵'이라고 명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이 터무니 없이 잘못된 정보가 담긴 책을 보고 '화'가 나는 정도였지만, 곧 이는 그대로 보고 지나쳐서는 안 되는 심각하게 왜곡된 정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직접 이 출판사에 연락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연락을 취하기 전, 출판사에 다짜고짜 '당신들의 책이 틀렸다'고 지적할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책이 어떤 부분이 잘못됐고, 그에 대한 증거는 이것이다'라고 팩트를 제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FIFA 홈페이지를 통해 이 대회의 공식명칭, 공식 포스터 등을 찾아서 다음과 같이 해당 출판사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해당 출판사에 보낸 자료들, 그리고 해당 출판사와 주고 받은 이메일의 일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해당 출판사에서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실무자로부터 답신이 왔습니다. 그들은 2002년 월드컵이 일본 월드컵이 아닌 한일월드컵이라는 사실을 인정함과 동시에, 곧 인쇄될 새로운 책에서 표기를 수정하겠다는 약속을 보내왔습니다.
2. '12년' 동안 오류 담고 판매된 책, 이 출판사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더 큰 문제
해당 건으로 해당 책을 출판한 출판사와 연락을 취하는 과정에서, 저는 제가 지금까지 번역했던 책의 저자 중 한 저자를 통해 이 서적은 2018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 아니라 매 월드컵마다 출간되고 있는 책이며, 즉 2002년 월드컵이 끝난 후 발간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2년 동안 잘못된 사실이 표기된 책이 발간되고 판매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12년 동안, '한일 월드컵'을 '일본 월드컵'이라고 부른 잘못된 정보가 돈을 받고 판매하는 책에, 그것도 '월드컵 전문 서적'을 통해 유포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2002년 한일월드컵을 일본 월드컵이라고 부르는 행위가 비단 이 책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번역했던 책 중 다른 한 권의 책에서도 저자가 '2002 일본 월드컵'이라는 표기를 쓰고 있어 그에게 "2002 한일월드컵이 맞고 재쇄에서는 수정해주길 바란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저자는 "알겠다"라고 짧게 대답했으나, 딱히 자신이 크게 잘못된 정보를 썼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책도 재쇄를 확인해서 그 부분이 수정되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그 저자에게 수정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다른 유형의 문제들도 있습니다. '2002 한일월드컵'을 '2002 일한월드컵'(Japan/Korea)로 부르는 실수들입니다.
아래 첨부한 이미지는 스카이스포츠의 월드컵에 대한 한 기사로, 실제로 이 실수는 너무 흔하게 접할 수 있고 또 '일본 월드컵'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교하면 심각성이 덜한 실수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정보를 팔아서 돈을 버는 미디어의 입장에서는 틀려서는 안 되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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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02년 월드컵, 전범기의 잘못된 사용들.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알려 바로 잡아야
이 칼럼에서 소개한 사례와는 별도로, 해외에서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을 한국의 축구팬들이 적극적으로 알려 실수를 바로 잡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최근 리버풀에 입단한 미드필더 케이타가 전범기를 모델로 한 문신을 한 사실이 알려진 후 리버풀 팬들이 구단에 직접 연락을 취해 구단 측의 공식 입장을 받아냈던 사례가 그것입니다.
이 사례는 앞으로도 축구계에서 전범기에 대한 무지로 인해 그를 사용하는 클럽, 선수들에게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02 '한일월드컵'을 '일한월드컵' 심지어는 '일본 월드컵'이라고 부르는 저자, 출판사, 혹은 과거에 있었고 미래에도 나올지 모르는 몇몇 선수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축구와 축구팬 여러분 본인을 위해서 말입니다.
누군가가 사실과 다른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고, 그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그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축구팬, 미디어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것을 바로 잡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때로는 그것은 단순히 '팩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례처럼 누군가의 '자부심'과 '정체성'의 문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앞으로 한동안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잠잠할지 모릅니다. 이 칼럼에서 소개한 책도 2022년 월드컵이 다가올 때까지는 한동안 서점에서 잘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을 통해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는 '일본 월드컵'이라는 잘못된 명칭이 담긴 책이 버젓이 판매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해봅니다.
*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골닷컴의 축구 칼럼니스트 이성모입니다.
앞으로 골닷컴을 통해 '이성모의 어시스트+'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축구팬 여러분께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본 칼럼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이런 부분을 칼럼으로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점 등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모든 주제를 다 다룰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의 의견을 하나하나 다 읽고,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칼럼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모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