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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모의 어시스트+] 일본축구박물관 내 '일한 월드컵' 표기, 이대로 괜찮은가?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 축구 박물관' 내부의 한 전시물. 2002 한일월드컵을 '일한월드컵'(Japan-Korea World Cup)으로 표기하고 있다. 사진=골닷컴 이성모 기자) 

온-오프라인에서 '일한 월드컵' 명칭 표기중인 일본 축구 박물관
한 나라의 '축구 박물관'에서 공식 대회 명칭을 왜곡해 표기하는 행위, 이대로 괜찮은가
일본 축구 박물관의 이런 표기에 대한 한국 축구팬, 축구인들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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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일본 도쿄] 이성모 기자 = "설마 한 나라의 '축구 박물관'에서 공식 명칭(2002 한일월드컵)이 아닌 왜곡된 명칭을 쓰고 있을까?"

지난 17일(금요일), 이런 마음을 안고 일본 도쿄 시내에 위치한 일본 축구 박물관을 찾았다. 한일월드컵이 마무리된지 1년 후인 지난 2003년 '2002 FIFA 월드컵 메모리얼 일본 축구 박물관'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개장한 이 박물관은 일본 축구 협회와 같은 건물 안에 위치하고 있고 비단 '매니아'층의 축구팬들만이 아닌 여성팬들과 어린이팬들, 회사원들로 보이는 단체 관람객, 그리고 외국인 축구팬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일본 나름의 '축구 명소'다.

그러나, 일본 축구협회와 같은 건물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 박물관 내부에는 2002 한일월드컵을 '일한월드컵'(Japan-Korea World Cup)이라고 왜곡해서 표기하고 있는 전시물이 있었다. 이후 추가로 취재해본 결과, 일본 축구 박물관 측은 공식 온라인 웹사이트에서도 마찬가지로 '일한월드컵'이라는 표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어떤 곳보다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온오프라인 공간인 '박물관'에서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고 있는 실태,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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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축구 박물관(오프라인) 내 2002 월드컵 표기 

우선, 일본 축구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서 가장 먼저 의외로 다가왔던 두가지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찾아왔다는 점, 한눈에 봐도 '축구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남자팬들보다도 오히려 많은 가족 단위의 팬들이 박물관을 찾아와서 둘러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들과 함께 온 '엄마'들이 아들에게 전시물에 대해 소개해주고 또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장면은 이 박물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박물관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지상층의 공간과 유료(성인 기준 500엔 : 약 5000원)로 관람할 수 있는 지하 시설로 나뉘는데, 유료 공간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에 대한 각종 자료와 일본 축구의 역사에 대한 전시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일본 축구 박물관 측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뛰었던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시합 전 의기투합하고 있는 모습을 재현한 전시물을 중심으로 좌우에 해당 월드컵 참가국들의 유니폼, 주요 선수들, 또 주요 경기 결과 등을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중에 32개국이 사용했던 포메이션까지 그림으로 표현해놓은 모습은 충분히 섬세하다고 할만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 개장한 박물관 답게 이 박물관에는 상당히 많은 월드컵 관련 전시물이 있었는데, 특히 이 박물관 지하 층의 중앙 부근에는 일본 축구 박물관 역시 '한일월드컵(Korea-Japan)'이라는 표기를 사용한 전시물도 분명 전시되어있었다. 이 명칭은 주로 2002 한일 월드컵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를 게재한 게시물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2002 한일 월드컵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가 되어있는 박물관 중앙 부분을 지나서 일본 축구의 월드컵 도전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하자 이 칼럼에서 사진으로 소개하는 '일한 월드컵' 표기가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전시물(사진 참조) 제일 좌측 상단에 사용된 월드컵 공식로고는 한일 월드컵이라고 제대로 표기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공식 포스터이므로 임의로 변경이 불가능하다), 그 바로 옆에는 '일한 월드컵'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혹시 이 전시물 1개에 해당하는 단순한 실수였을까? 추가적으로 취재해본 결과 '일한월드컵'의 표기는 다른 곳에서도 더 찾아볼 수 있었다. 

기사는 아래에 이어집니다

2. 일본 축구 박물관 온라인 상의 2002 월드컵 표기 

일본 축구 박물관은 온라인에도 공식 사이트를 열고 오프라인 박물관에 어떤 전시물이 있는지 등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박물관의 공식 사이트는 일본 축구 협회 홈페이지 내에 존재한다. 이는 곧 이 박물관이 일본 축구 협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기 전시물'(Regular Exhibitions) 게시판을 확인하면 박물관 안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들을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한일월드컵을 '일한월드컵'(사진참조)라고 부르며 소개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앞서 소개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일본 선수들의 모습을 형상화해놓은 전시물 위에도 '일한월드컵'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었고,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일본 대표팀 주장이었던 미야모토 츠네야스가 사용한 얼굴 보호 마스크 전시물 제목과 본문에도 마찬가지로 '일한월드컵'이라는 표기가 적혀있었다. 

이것까지 확인하고나면, 누구도 앞서 소개한 박물관 내부 전시물의 '일한월드컵' 표기를 단순한 실수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위의 두 표기가 '웹사이트'상에 사용되고 있다고 그 심각성이 박물관 내부 실제 전시물보다 덜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이 웹사이트는 일본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어떤 외국인도 온라인상에서 쉽게 접근이 가능한 곳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3. 일본 축구 박물관의 이런 표기에 대한 한국 축구팬, 축구인들의 생각은? 

이 칼럼에서 지적한 일본 축구 박물관 내의 '일한월드컵' 표기의 문제는 이미 2002 한일월드컵이 개최되기 전부터 불거졌던 문제다. 

당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공동 개최되는 월드컵이었던 만큼 양국가간에 양보가 쉽지 않은 첨예한 사안들이 많이 존재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이었던 것이 대회 공식 명칭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한일월드컵인가 일한월드컵인가) 그리고 대회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결승전은 어디에서 치를 것인가 등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가 축구협회 및 FIFA의 협의에 따라 한국은 공식 명칭을 '한일월드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권리를 얻었고 일본은 결승전을 일본에서 개최하게 됐다. 

그러나, 월드컵 개막이 임박하자 이미 2000년, 2001년부터 일본은 '자국내에서의(일본) 명칭 사용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했고 이로 인해 한국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또 일본 내부에서도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아래는 해당 이슈가 불거졌던 2001년 당시 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 장 루피넨 국제축구연맹(FIFA) 사무총장은 29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한일월드컵조직위원회 사무총장들과의 연석회의에서 “(일본) 국내용은 물론 어떤 경우에도 대회 명칭은 바뀔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동아일보 2001년 1월 30일 '일한월드컵' 표기 논란에 대한 기사 중) 

- 루피넨 사무총장은 "월드컵 공식 명칭은 2002 FIFA World Cup Korea/Japan"이라고 주지시키고 "자국내에서 쓰이는 국명 표기는 바뀔 수 있다고 일본측이 주장하지만 명칭 변경은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함을 보였다.(연합뉴스 2001년 1월 30일자 같은 주제에 대한 기사 보도 중)

위에서 보듯, 이미 지난 2001년에 일본 내에서도 '명칭 변경은 있을 수 없다'라는 FIFA 측의 중재안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2003년에 문을 열고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일본의 일본 축구 박물관은 오프라인/온라인 상에서 '일한월드컵'이라는 명칭을 분명히 사용하고 있다.

일본 축구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들 중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직접 보지 못한 어린이들, 또 해외에서 일본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 여행객들도 있다. 이 잘못된 명칭이 그들에게 계속해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이 칼럼을 통해 소개하는 일본 축구 박물관의 '일한월드컵' 표기에 대해 기자가 직접 가치 판단을 하기에 앞서, 한국의 축구팬 또 축구인들의 의견을 먼저 묻고 싶다. 

이것은 과연 '일본 자국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지'의 수준이 문제인 것일까? 혹은 '원칙과 약속에 반하는 것이고 반드시 정정해야 되는 것'일까. 

만약 대다수 한국 축구팬, 축구인들의 생각이 후자와 같다면, 이는 우리가 그저 묵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일본 축구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주체에 정정을 요구해야 할 사항일 것이다. 

일본 도쿄 = 골닷컴 이성모 기자

* 안녕하세요 축구팬 여러분, 골닷컴 이성모 기자입니다. 

약 1개월 전에 여러분께 소개했던 영국 출판사의 '2002 일본 월드컵' 표기에 대한 칼럼 이후 많은 분들께 연락을 받았고 그 중에는 여러가지 제보들도 있었습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제보는 앞으로도 모두 직접 확인해서 실제로 문제가 확인이 될 경우 여러분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세계 각지에서 '2002 한일월드컵' 표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우를 보시면 저에게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이메일/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여러분께서 편하신 방법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이외에도 여러분께서 궁금하신 사안에 대해 의견 주시면 늘 취재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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