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어시스트+] 이니에스타? J리그는 ‘엔터테인먼트’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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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도쿄 현장
축구를 ‘스포츠’로서만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접근하는 J리그. 그 현장 취재기.

(5일 펼쳐진 FC 도쿄 대 비셀 고베의 경기 현장. 아빠와 딸이 손을 잡고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 입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4만 4천 여명의 관중 중에는 가족 단위의 팬들이 상당수였다. 사진=골닷컴 이성모 기자) 

4만 4천 명 입장한 FC 도쿄 vs 비셀 고베 현장의 풍경. 
축구를 ‘스포츠’로서만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접근하는 J리그.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민 많은 J리그에 대한 현장기자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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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도쿄] 이성모 기자 = “J리그는 외부에서 볼 때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하락세다. 가장 큰 문제는 리그의 평균관중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관중의 유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EPL 등 유럽 축구와 비교할 때 퀄리티로 승부할 수 없다는 고민도 안고 있다. 그러므로 J리그에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타스쿠 오카와 ‘골닷컴 저팬’ 편집장) 

일본은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발전한 나라다.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아이돌 문화’ 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망가’(만화) 혹은 ‘애니메이션’ 등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상업적 매출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 일본의 코미디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세계 어느 국가에서 그런 것보다 높은 인정을 받으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나라 전체의 이슈가 되기도 한다. 여러모로, 일본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것을 본질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다. 혹은, 그렇게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그들의 계획적인 목표이기 이전에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의 성향인지도 모른다.

지난 5일, 4만 4천 여명이 입장한 FC 도쿄와 빗셀 고베의 현장에서도 그런 그들의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고 또 즐기는 성향을 곳곳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J리그 현장은 ‘스포츠’이기만 한 것이 아닌, 철저히 준비된 ‘엔터테인먼트’의 장이었다. 

1. 이니에스타 결장하자 ‘코미디언’ 기용한 J리그 

FC 도쿄 대 비셀 고베의 맞대결을 앞두고 일본 뿐 해외에서도 가장 큰 관심거리였던 것은 이니에스타의 결장 소식이었다. 지난 7월 고베에 입단해 가는 곳마다 ‘매진 행렬’을 일으키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던 이니에스타가 가족의 문제로 시즌 중에 스페인으로 잠시 돌아갔는데, 하필이면 그 기간이 일본 최대 도시인 오사카와 도쿄 두 도시 원정 경기기간과 겹쳤던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외신에서 이니에스타의 결장에 대한 일본 축구팬들의 불만이 높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FC 도쿄 측은 일본 외의 국가에서 보기에는 상당히 ‘황당한’, 그러나 서두에 언급한대로 코미디언이 어느 나라보다 높은 인정을 받는 일본에서는 지극히 그들다운 ‘해결책’을 꺼내들었는데, 이니에스타와 외모가 유사한 코미디언을 기용해 그로 하여금 두 팀의 경기에 입장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두 팀의 경기 현장에서 지켜본 바, 그렇게 해서 투입된 이니에스타를 닮은 코미디언 노다 유스케 씨는 실제로 양팀의 경기 중 경기장 안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FC 도쿄 팬들과 활발한 소통을 했다. 그를 알아보는 팬들은 모두 반가워하는 얼굴로 그를 맞이했고 더러는 경기 중에 그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팬들도 있었다. 특히 후반전 홈팀 FC 도쿄가 골을 기록하자 이 코미디언이 가는 곳곳마다 홈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양팀의 경기 내내 관중석의 팬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바, 이날 FC 도쿄 홈구장에 이니에스타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FC 도쿄 측에서 꺼내든 ‘코미디언’ 카드는 ‘스포츠’의 측면 대신 ‘엔터테인먼트’의 측면에서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2. 경기장 이동시부터 경기중까지, 서포터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앞서 소개한 이니에스타와 코미디언의 건을 떠나 이 경기장을 방문하고 귀가할 때까지 서포터들이 겪는 전체적인 흐름을 돌아보면 더더욱 J리그가 얼마나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 또는 서포터 친화적인 측면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도쿄의 최고 번화가인 신주쿠 역에서 FC 도쿄 홈구장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도비다큐 역으로 한번에 가는 게이오선(Keio Line)을 타고 이동하는 사이, 지하철 내에는 거의 모든 역에 정차할 때마다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으로 이동하시는 분들은 ‘도비다큐 역’에서 내리면 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덕분에 이 경기장에 처음 방문하는 팬들도 어려움 없이 경기장을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다.

도비다큐 역에서 내려 출구를 벗어나는 순간, 홍보회사에서 고용한 직원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부채’를 나눠주며 마케팅 활동을 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특정 회사의 마케팅 활동이지만(그러므로 클럽 측의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이날의 날씨가 35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참으로 적절하고 서포터들에게 도움이 되는 홍보 활동이기도 했다. 실제로 양팀의 경기 중에 4만 여 명의 팬들 중 대부분이 이 부채를 흔들며 경기를 관전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기장 안에서 홍보를 한 회사도, 덕분에 더위를 견디는데 도움을 받은 서포터들도 서로가 좋은 ‘윈윈’(win-win)이다. 

경기장 입구에서는 클럽 측에서 고용한 스태프들이 홈팀 FC 도쿄에 대한 소식이 담긴 무료 신문을 원하는 서포터들에게 나눠준다. 신문은 총 4면으로 긴 분량이 아니지만 전면 컬러와 큼직큼직한 사진과 글자로 제작해 경기가 시작되기 전 팬들이 시간 때우기로 쓰기에 적당하다. 물론, 이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서포터들을 위한 콘텐츠가 아닌 신문 및 인쇄매체를 선호하는 중장년 및 노인 팬들을 위한 콘텐츠로 실제로 이날 경기장에는 60세를 훌쩍 넘긴 것으로 보이는 노인 팬들이 상당수 찾아왔다. 또 그들 중 다수는 부부가 함께 왔거나, 손자, 손녀 등 가족과 함께 찾아온 팬들이었다. 

경기장 내부에서는 경기 시작 약 한 시간 전부터 경기를 앞두고 양팀 서포터들을 위한 안내 방송을 실시하는데, 장내 방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한다.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 팬들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방송이 진행되지 않을 때는 흡사 과거 일본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X-Japan’의 음악과 유사한 록음악을 튼다. 이때부터 장내의 분위기는 흡사 록콘서트장 같은 분위기가 된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클럽 측에서 미리 FC 도쿄의 응원가 중 하나인 ‘You Will Never Walk Alone’(리버풀 팬들의 응원가로 유명한 곡과 같은 곡으로 이 응원가는 리버풀의 응원가가 가장 유명하지만, 그들 뿐 아닌 세계의 수많은 클럽에서 응원가로 활용하고 있다)를 마치 가라오케(노래방)에서 그렇듯 대형 스크린에 ‘가사’와 함께 틀어준다. 홈팬들의 응원가 제창이 끝나고 나면 마치 잠시라도 ‘루즈’해진 분위기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듯 경쾌한 음악이 다시 울려퍼지며 양팀 선수들이 입장한다. 

경기 중에도 특이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여고생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많은 나이로 보이는 여자직원들이 관중석 곳곳을 돌아다니며 맥주나 음료를 파는 모습이다. 더운 날씨 덕분인지 많은 서포터들이 이들을 찾아 대단히 분주한 모습이었는데, 특히 많은 노년, 장년의 서포터들이 자신의 딸 정도의 나이 되는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음료를 사는 모습이었다. 이들로부터 맥주, 음료를 산 팬들은 그 자리에서 아무 문제 없이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장에 동행한 ‘골닷컴 저팬’의 타수쿠 오카와 편집장은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경기장 안에서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팬이 없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하고 실제로 FC 도쿄 홈구장만이 아닌 다른 많은 J리그 경기장에서 저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J리그의 고민과 노력 

위에 소개한 모든 장면들을 통틀어서 이날 양팀의 경기 현장에서 몇차례 절감한 바는 J리그 현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잘 짜여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와 같다는 점이었다. J리그라고 해서 승부(즉, ‘스포츠적’ 측면)룰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J리그 현장에서 관찰한 서포터들은 경기 결과나 내용 외에도 그 외의 많은 콘텐츠들을 즐기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온 것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과연 이것이 기자 개인의 느낌이었을까. 양팀의 경기가 끝난 후 10년차 J리그 현장기자이자 현재는 ‘골닷컴 저팬’의 타수쿠 오카와 편집장과 만나 J리그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과 그에 대한 노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그의 말이다.

“J리그는 젊은 팬들 뿐 아니라, 어린이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을 경기장에 찾아오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축구는 물론 스포츠지만,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J리그는 어떻게 하면 더 리그를 흥미롭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 프로야구(MLB) 등에서 많은 점을 배워 적용하기도 했다. 그 한 가지의 예로, 오늘 경기장에서도 그랬듯 J리그는 일본의 야구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팬들이 경기장 안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J리그가 언제부터 그런 노력을 했는지 정확히 한 시점을 꼬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미국은 야구 축구 등 스포츠에 대해 미국 스포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단지 스포츠적인 부분 뿐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선수 시절 미국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 요한 크루이프 역시 자신의 자서전에서 미국 시절 그가 느낀 바 중 하나로 스포츠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J리그는 외부에서 볼 때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하락세다. 가장 큰 문제는 리그의 평균 관중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관중의 유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EPL 등 유럽 축구와 비교할 때 퀄리티로 승부할 수 없다는 고민도 안고 있다. 그러므로 J리그에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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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그가 그런 ‘다른 접근’의 연장선상에서 찾은 것이 다름 아닌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리고 이날 경기장에 찾아온 4만 4천 명의 팬들이 “왜 이니에스타가 없느냐”고 항의하는 대신 그를 닮은 코미디언을 보며 웃고 즐기는 모습은 그런 그들의 엔터테인먼트 지향적 노력이 분명히 일정 수준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골닷컴 저팬’의 오카와 편집장은 “이날은 이니에스타가 출전할 거라는 기대감에 평소보다 많은 팬들이 찾아온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J리그의 평소 입장 관중이 적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J리그는 최근 퍼폼그룹의 투자와 ‘DAZN’의 활성화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앞서 말한 것 같은 문제점과 고민을 안고 있고, 이들의 투자가 끝난 후에는 과연 J리그가 괜찮을지에 대해 이미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리그는 이와 같이 축구계를 떠나 일본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사랑 받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을 축구장 위에 고스란히 접목해 축구를 ‘남녀노소’를 불문한 가족 단위의 팬들이 함께 찾아오는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의 장으로 구현하고 있었다. 

일본 도쿄 = 골닷컴 이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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