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런던] 이성모 기자 = 위르겐 클롭(Klopp) 감독이 콥(Kop)을 춤추게 하고 있다.
리버풀의 유명한 '스파이온 콥' 스탠드 이름에서 유래한 리버풀 팬들의 애칭이자 혹은 더 넓은 의미에서 리버풀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는 '콥'이라는 단어와 이름마저 유사한 감독. 덥수룩한 얼굴 위에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데 또 웃을 때는 축구계의 그 누구보다 호탕한 남자. 그리고 리버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자기 자신이 골을 넣은 것보다도 더 좋아하는 옆집 아저씨 같이 푸근한 사람.
그런 감독의 지도 속에 리버풀은 경기장 위에서도 밖에서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짧게는 10여년 전의 베니테즈 감독 시절 이후, 더 넓게 보면 30여년 전 페이슬리, 달글리쉬가 이끌었던 시절의 리버풀 이후 가장 긍정적인 리버풀의 모습이다.
1. '57년 만'에 기록한 시즌 개막 후 6연승
지난 19일(현지시간)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피르미누의 골로 PSG에 3-2 승리를 거두면서 리버풀은 2018/19시즌이 개막된 후 모든 대회를 통틀어 6전 6승, 6연승을 기록하게 됐다. 영국의 스포츠 데이터 회사 '옵타'에 의하면, 이는 57년 만의 기록인데, 그 57년 전이었던 1961/62시즌이 리버풀의 역사에 어떤 시기였는지를 살펴보면 이 6연승은 보다 더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1961/62시즌은 그로부터 2년 전 리버풀 지휘봉을 잡았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의 리빌딩이 마무리된 리버풀이 첫 11경기에서 10승 1무를 기록하며 2부 리그 우승을 차지, 1부 리그로 승격에 성공한 시즌이었다. 이로서 리버풀은 구단 역사의 가장 침체기였던 1950년대의 2부 리그 시절을 청산, 샹클리 감독과 함께 리그 정상의 팀으로 발돋움하게 되고 샹클리 감독의 뒤를 잇는 밥 페이슬리 감독이 이끈 1970년대에 유럽 정상의 클럽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편으로 보자면, 클롭 감독의 리버풀도 그와 비슷한 흐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리버풀은 2004/05시즌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이뤄낸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지금까지 간간이 자국 리그 내 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뿐, 리버풀이라는 구단의 역사와 위상에 걸맞지 않는 긴 침체기를 겪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 클롭 감독이 부임한 이후 리버풀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겪고 있다. 지난 시즌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이번 시즌 개막 후 6연승 등 경기장 위에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 다가 아니다. 최근 리버풀의 축구를 보면 늘 '에너지'가 넘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이고, 팬들과 선수단 감독이 모두 하나가 된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재의 리버풀은 57년 전 샹클리 감독 시절에 그랬듯 클롭 감독이라는 지휘자 아래 완전히 하나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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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클롭과 콥, 하늘이 점지해준 인연"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서 1971년부터 48년 째 지켜보고 있는 스타디움 아나운서 조지 세프턴 씨는 클롭 감독과 리버풀의 인연을 "마치 하늘에서 점지해준 인연"같다고 말한다. 최근 안필드에서 직접 만나 들은 그의 인터뷰 중 클롭 감독에 대한 그의 말이다.
"그가 부임하고 일주일이 안 됐을 때 경기장에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내가 그에게 나의 이름을 말하자 그는 곧바로 나를 알아보고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잠시 후 근처에 있던 스튜어드가 말하길 '클롭 감독은 리버풀에 온지 1주일 만에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다 외웠다. 전에 있던 감독은 몇년이 지나도 내가 누군지도 몰랐는데'라고 말했다."
"리버풀에선 그런 부분도 아주 중요하다. 클롭은 리버풀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감독이다. 그의 이전에는 베니테즈 감독 정도가 그런 부분을 이해한 사람이었다."
"클롭 감독은 마치 에너지 덩어리같다. 리버풀이 골을 넣는 순간 그를 뒤에서 지켜보면 종종 그가 팬들보다 더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다. 그의 이름(클롭)마저 콥과 비슷하다. 흡사 '하늘에서 점지해준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클롭 감독이 리버풀을 성공으로 이끌 거라 믿는다."
세프턴 씨가 들려준 그의 경험과 이야기는 클롭 감독이 리버풀 선수단 내부를 결속시키고 팬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한 아주 중요한 요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위대한 클럽과 위대한 감독이 만났더라도, 서로의 '상성'이 맞지 않아 파탄이 나는 경우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는 축구계에서 감독의 사람으로서의 캐릭터가 클럽의 정체성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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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90년 리그 우승팀 이후 가장 강한 스쿼드"
그러나, 클롭 감독이 잘하고 있는 것은 단지 '내부적인 결속'의 차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결과가 중요한 축구계에서 그는 리버풀의 '결과'도 계속해서 향상시켜나가고 있다.
다음은 최근 토트넘 대 리버풀의 리그 맞대결이 열렸던 웸블리에서 만난 리버풀 지역지 '리버풀에코' 출신의 골닷컴 UK 리버풀 담당기자 닐 존스의 현재 리버풀에 대한 의견이다.
"현재 리버풀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리버풀의 교체명단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지난 몇년 사이에 리버풀의 선수단은 선발라인업은 강했어도 벤치에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리버풀은 교체명단에 있는 선수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의 리버풀은 그런 면을 감안해보면 2005년 이스탄불 이후로, 아니 1990년 리그 우승 당시 이후로 가장 강한 스쿼드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토트넘 원정에서 1-4 대패를 당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우세한 경기 속에 승리를 거뒀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는 맨시티라는 강력한 팀이 있지만, 나는 이번 시즌의 리버풀이 진정한 우승후보라고 생각한다. 만약 리버풀보다 더 많은 승점을 얻을 수 있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할 것이다."
리버풀의 현재 선수단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는 것은 비단 닐 존스 기자의 의견이 아니다. 리버풀이 이번 시즌 진정한 우승후보라고 전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드디어, 과거에 몇차례 그랬듯 '높은 기대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실망으로 끝나는' 침체기 리버풀의 모습에서 탈피해 '위대한' 성과를 거머쥘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위르겐 클롭이라는 한 남자의 등장에서 시작됐다.
다시 한 번, 위르겐 클롭 감독이, '콥'을 춤추게 하고 있다.
런던 = 골닷컴 이성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