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두 얼굴을 드러냈다. 앞으로는 화해의 악수를 건네는 척 하면서 뒤로는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유의 심리전으로 한국의 평정심을 흔들기 시작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27일 14명의 선수와 함께 입국했다. 28일 인천 남동구장에서 첫 훈련을 가진 그는 당초 인터뷰는 없다던 이란축구협회의 입장과 달리 자청해서 한국 미디어 앞에 섰다. 그라운드 상태에 대한 불만을 토하기 위해서였다.
남동구장은 그라운드 일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여름 폭염과 폭우로 인해 국내 대부분의 천연잔디 구장의 상태가 그렇다. 경기 사흘 전이 아니면 훈련장 제공에 대한 의무가 없는 대한축구협회지만 이란 대표팀의 숙소로부터 30분 거리 이내에 있는 남동구장과 파주스타디움을 물색했다. 남동구장은 이란 측이 선택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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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케이로스 감독은 “이게 한국이 해줄 수 있는 최상인가? 한국 축구팬들이 부끄러워 할 것이다”라며 예고 없이 시작한 인터뷰에서 공세를 퍼부었다. 지난 5년 사이 세 차례 이란 원정에서 돌이 굴러다니고 야간조명탑이 없는 시설을 제공했던 이란축구협회의 태도를 잊은 모습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 이란이 그런 식으로 했지만 우리는 최선의 선택지를 줬다”라고 말했다.
29일 두번째 훈련 때 케이로스 감독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파주스타디움의 그라운드 상태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제야 한국에 온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는 “신태용 감독이 아주 좋은 지도자라고 들었다. 한수 배워가겠다”라고 한국의 반발을 잠재우려고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는 모습이었다.
몇시간 뒤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 언론 앞에서 한 말과 행동은 실제 속마음이 아니었음이 확인됐다. 그는 자신의 SNS 계정에 첫날 남동구장 잔디와 둘째날 파주스타디움의 트랙 사진을 올리고는 “조건이 어떻든 우리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틀 째에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라며 자신의 불만이 상황을 바꿔놓은 것처럼 해석해 놨다.

케이로스 감독의 게시물에 이란 팬들의 분노가 빗발쳤다. “한국은 창피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를 이기기 위해 한국은 발악하고 있다”라는 댓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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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한 여론몰이는 케이로스 감독의 특기다. 그는 대중선동형 리더십을 지녔다. 전세계적으로 SNS를 통해 수시로 자기 의견을 밝히는 축구 감독은 드물다.
그는 상대 뿐만 아니라 이란축구협회도 SNS를 통해 압박을 가한다. 지난해 초에는 대표팀 합숙과 전지훈련이 어려워지자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사임 의사를 밝혀 이란 축구팬들을 들끓게 했다. 결국 이란축구협회가 백기 투항을 했고 케이로스 감독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줬다. 이란 대표팀은 이번 최종예선 내내 FIFA 규정을 무시하고 조기소집과 장기 합숙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에도 상황이 어려운 쪽으로 변하자 케이로스 감독의 특기가 발휘됐다. 적성국가인 이스라엘과의 클럽 대항전에 출전한 주장 쇼자에이가 징계를 받아 선발되지 못한 상황이다. 간판 공격수 아즈문도 경고 누적으로 빠졌다. 본선에 통과한 선수들의 동기부여 문제도 존재한다. 한국을 공공의 적으로 돌려서 이란 내부의 새로운 결집을 추구한 것이다.
케이로스 감독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와 심리전에 최강희 감독과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걸려 들었다. 신태용 감독의 반응은 어떨까? 그는 “말려들지 않겠다. 이곳에 와서 대접을 잘 받고 있는 걸로 안다. 감사히 잘 있다가 돌아가길 바란다”라며 무대응이 최선임을 말과 행동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