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역사상 많은 쌍둥이 축구 선수들이 있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건 네덜란드 수비의 전설 프랑크 데부르와 멀티 플레이어였던 로날드 데부르 형제를 꼽을 수 있다. 박지성과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하파엘과 파비우 다 실바 형제도 국내에선 유명세를 탔다.
그 외 러시아 대표팀의 수비를 오랜 기간 책임졌던 바실리와 알렉세이 베레주츠키 형제를 비롯해 터키의 전설 하밋과 하릴 알틴톱 형제, 폴란드의 마르친과 미할 제브라코프 형제, 스위스 대표팀의 필립과 다비드 데겐 형제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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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쌍둥이 형제라고 하면 라스와 스벤 벤더 형제가 있다. 둘은 이미 유망주 시절부터 독일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둘은 사이좋게 독일 축구 유망주에게 수여하는 프린츠 발터상 17세 이하 부문 금메달(라스)과 은메달(스벤)을 나눠가졌다. 이어서 2008년엔 독일의 19세 이하 유럽 선수권 우승을 견인하며 장래성을 인정받았다.
둘은 독일 바이에른 주에 위치한 로젠하임시에서 1989년 4월 27일에 출생했다. 이후 4살부터 10살 때까지 동네 축구팀 브란넨부르크 유스팀에서 있다가 1999년 SpVgg 운터하힝을 거쳐 2002년부터 1860 뮌헨 유스팀에서 축구 선수로의 꿈을 키워나갔다.
만 17세였던 2006년에 1860 뮌헨에서 프로 데뷔한 벤더 형제는 2009년 여름 들어 라스는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스벤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떠나면서 작별을 고했으나 독일 성인 대표팀에서 함께 했고, 특히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형제가 동시에 참가해 독일에 은메달을 선사했다. 2017년 여름엔 스벤이 레버쿠젠으로 이적하면서 8년 만에 같은 팀에서 함께 뛰기에 이르렀다.
기쁨은 오래 가진 않았다. 두 형제 모두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특히 팀의 주장이었던 라스는 2019/20 시즌 분데스리가 24라운드에 심각한 발부상을 당했다. 이어서 2020/21 시즌에 스벤이 먼저 8라운드에 발목 부상을 당한 데 이어 라스마저 11라운드에 발부상이 재발하자 형제는 2020년 12월 21일, 시즌 종료 후 축구 선수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만 32세의 아직 창창한 나이에 미련없이 프로 무대와 작별을 고한 벤더 형제였다.
하지만 벤더 형제가 다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들은 9부 리그에 있는 고향팀 브란넨부르크에서 아마추어 축구 데뷔전을 치렀다. 등번호 7번(스벤)과 8번(라스)을 달고 경기에 나선 벤더 형제는 플린츠바흐 상대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5-2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 바이엘 레버쿠젠 구단 공식 트위터는 물론 UEFA 독일어 트위터까지 이들의 복귀를 환영했다. 비록 프로 무대 복귀는 아니었으나 건강하게 그라운드를 밟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이 언제까지 고향에서 뛸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아직 부상만 아니면 분데스리가 정상급 기량을 갖춘 쌍둥이 형제이기에 둘이 9부 리그에서 플레이하는 건 그리 의미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벤더 형제와 같은 그라운드 위에서 함께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9부 리그 선수들에겐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