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오스트리아 빈 미드필더 이진현(20)이 명문구단 AC밀란을 상대로 선발 출전한 유럽클럽대항전 데뷔전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면서도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진현은 15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빈의 홈구장 에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 D조 1차전 경기에 선발 출전해 74분간 활약했다. 경기 결과는 오스트리아 빈의 1-5 참패. 지난 13년 전 마지막으로 유로파 리그(당시 UEFA컵) 조별라운드를 통과한 오스트리아 빈은 올 시즌 본선 첫 경기부터 강적 밀란에 다섯 골이나 헌납하며 또 유럽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이진현에게는 유로파 리그에서 전통의 명문 밀란을 상대로 선발 출전해 하칸 찰하노글루(23), 루카스 비글리아(31), 레오나르도 보누치(30) 등과 어깨를 부딪친 사실만으로도 자산이 될 만한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애초에 체급이 다른 두 팀의 맞대결이었다. 오스트리아 빈은 선발로 나선 선수 중 중앙 수비수 하이코 베스터만(34), 오른쪽 측면 수비수 플로리안 클라인(30)을 제외하면 나머지 아홉 명의 연령대가 20~24세였을 정도로 어린 팀이다. 반면 밀란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만 무려 1억9천4백만 유로(한화 약 2천6백억 원)를 투자해 정상급 선수를 다수 영입했다.
주요 뉴스 | "[영상] 음바페 데뷔골, PSG 5-1 대승 H/L"
이진현은 단 두 달 전 성균관대 소속으로 대학 무대를 누빈 선수. 그러나 그는 올여름 빈으로 이적한 후 최근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두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고, 유로파 리그에도 출전해 밀란을 상대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밀란은 이날 90분 동안 패스 성공률 90%를 기록하며 상대 압박에 막혀 공을 빼앗긴 횟수는 단 세 차례에 불과했을 정도로 무결점에 가까운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반대로 빈은 0-3으로 뒤진 전반전 내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중책을 맡은 이진현이 공격 진영에서 사실상 단 한 차례도 패스를 공급받지 못했을 정도로 졸전을 펼쳤다.
그런 가운데 이진현은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다. 그는 경기 시작 6분 만에 중원에서 공을 잡아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라파엘 홀츠하우저(24)에게 간결한 패스를 연결했다. 이진현의 패스를 받은 홀츠하우저는 바로 중거리 슛을 시도했으나 공은 아쉽게 오른쪽 골 포스트를 비켜갔다. 그러나 이진현의 키패스로 한 차례 기회를 만든 빈은 단 1분 후 찰하노글루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후 이진현은 하프라인을 넘어선 지역에서 14분과 16분 연속으로 골문을 등진 채 패스를 받았으나 3-5-2 포메이션으로 중앙을 촘촘하게 메운 밀란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돌아서는 데 실패하며 공을 빼앗겼다.
빈은 전반 중반부터 이진현의 활동 구역이 상대 압박에 완전히 틀어막히자 빼어난 발재간을 자랑하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도미니크 프로콥(20)을 통해 공격을 펼쳤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WhoScored그림: AC밀란전 이진현의 활동 영역을 보여주는 히트맵. 그는 밀란의 강한 중원 압박에 밀려 공격 진영 중앙에서 밀려나 측면과 후방에서 겉돌았다(출처: 후스코어드)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10번'의 역할을 부여받은 이진현은 전반 45분간 고전하는 동안 밀란이 같은 포지션에 세운 찰하노글루에게 한 수 배웠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압도당했다. 찰하노글루는 7분 중원에서 강력한 압박으로 빈 수비수 압둘 모하메드(21)로부터 공을 빼앗은 후 니콜라 칼리니치(29)와 유기적인 2대1 패스로 문전으로 침투해 각도가 애매했던 페널티 지역 왼쪽 측면에서 반대쪽 포스트를 향해 정확한 슈팅을 성공시키며 골망을 흔들었다. 중원 압박에 이은 영민한 움직임과 연계 패스, 그리고 문전 침투 후 마무리까지. '숙련된 10번'의 진가가 그대로 드러났다.
찰하노글루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선제골을 넣은 그는 3분 후 아크 정면에서 문전 침투하는 안드레 실바(21)를 본 뒤, 오른발 바깥쪽으로 감각적인 스루패스로 연결해 추가골을 도왔다.
이어 20분에는 이진현이 직접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 비글리아가 후방에서 공을 잡자 전방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비글리아는 소위 '크루이프 턴'으로 이진현의 압박을 가볍게 뚫고 찰하노글루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찰하노글루는 빠른 속도로 역습을 이끌면서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침투하는 실바에게 정확한 롱볼을 배달해 세 번째 골에도 직접 관여했다.
WhoScored그림: AC밀란전 이진현의 터치맵 (출처: 후스코어드)
그러나 이진현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힘도 못 쓰고 전반을 마친 그는 후반 초반 잠시나마 밀란에 반격한 빈의 공격을 이끈 선봉장이었다. 이진현은 47분 상대 페널티 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골문을 등진 채 공을 잡은 후 순간적으로 돌아서며 칼리니치와 비글리아를 제치고 문전까지 돌진해 니어포스트 쪽으로 강한 슛을 시도했으나 밀란 수문장 지안루이지 돈나룸마가 가까스로 이를 골라인 바깥으로 쳐냈다. 이날 빈이 이처럼 보누치, 크리스티안 사파타(30), 알레시오 로마놀리(22)가 지킨 밀란 수비를 앞두고 위협적인 공격을 펼친 건 이진현이 개인 전술로 만든 이 장면이 유일했다.
주요 뉴스 | "[영상] PSG 데뷔전, 음바페 활약상 모음 ”
빈은 이진현이 만들어낸 코너킥 상황에서 홀츠하우저가 정확한 패스에 이어 알렌산다르 보르코비치가 득점하며 추격골을 뽑아냈다.
다만 이후 힘에 부친 빈은 끝내 56분 실바, 63분 수소에게 추가로 연속골을 내주며 대패를 당했다. 토어스텐 핑크 빈 감독은 밀란 쪽으로 승부가 크게 기울자 최근 팀 전술의 핵으로 떠오른 이진현을 빼고 다비드 데 폴라(33)를 교체 투입했다.
그러나 이진현의 유로파 리그 데뷔전 개인 성적표는 패스 성공률 81.5%, 드리블 돌파 2회, 그리고 가로채기 1회. 그는 파울 유도 횟수도 팀 내 최다인 4회를 기록했다. 빈은 밀란전 대패를 당했지만, 유로파 리그 D조에서 상대할 나머지 두 팀은 AEK 아테네(그리스)와 HNK 리예카(크로아티아)다. 두 팀 모두 빈에는 해볼 만한 상대다. 빈이 밀란전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 분위기를 추스를 수만 있다면, 2004-05 시즌 이후 처음으로 유럽클럽대항전 조별 리그를 통과할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 빈이 이 도전에 성공하려면 공격형 미드필더 이진현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