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ne Rooney Bobby Charlton

아쉬움으로 끝난 루니의 ‘삼사자군단’ 여정

[골닷컴] 서호정 기자 = 웨인 루니가 23일 잉글랜드 국가대표 은퇴를 발표했다. 에버턴 이적 후 잃어버린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은 그는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언급되던 터였다. 월드컵 예선에 참가할 명단 발표를 앞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체크하는 모습도 지난 주말 확인됐다.
 
만 31세에 이른 국가대표 은퇴를 결심한 루니는 “힘든 결정이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 주장으로 선택받은 것은 대단한 특권이었다. 이제는 물러날 때다. 열정적인 팬으로 영원히 남겠다”라며 고별사를 썼다.
 
만 17세이던 2003년 2월 국가대표로 데뷔한 루니는 119번의 A매치에 나서 53골을 기록했다. 피터 쉴튼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A매치 출전 기록을 남겼다. 메이저 대회 본선 출전은 21경기로 스티븐 제라드와 함께 역대 잉글랜드 선수 중 두번째로 많다.(1위는 22경기의 애슐리 콜, 데이비드 베컴은 20경기)
 
2014년에는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가 은퇴한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으로 임명됐다. ‘삼사자군단’에서 루니가 가장 빛난 순간은 2015년 9월 8일 스위스와의 유로 2016년 예선이었다. 이날 자신의 A매치 50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보비 찰튼이 보유한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45년 만에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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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만 보면 루니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대표팀의 레전드다. 보비 찰튼(106경기 49골), 게리 리네커(80경기 48골), 마이클 오언(89경기 40골), 앨런 시어러(63경기 30골) 등 쟁쟁한 선배 공격수들 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큰 대회 앞에서 루니는 작은 선수였다. 불과 18세의 나이로 참가한 유로 2004에서 4골을 넣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그 뒤 다섯 차례의 메이저 대회(월드컵, 유로)에서 그가 17경기를 뛰며 만든 득점은 3골에 불과하다.
 
옵타(OPTA) 데이터에 따르면 4골을 넣은 유로 2004에서 루니가 뛴 시간은 258분에 불과했다. 6번의 슛을 시도해서 4골을 넣었고 6번의 기회를 창출하며 1도움도 올렸다. 단일 대회의 성과만 놓고 보면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그 뒤의 대회들인데 17경기, 출전 시간 1283분을 받고도 3골에 불과했다. 슈팅은 47회나 기록했지만 결정력이 떨어졌다. 특히 월드컵에 3차례 출전해 단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루니의 마지막 월드컵으로 남게 된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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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ne Rooney Bobby Charlton

루니와 함께 한 시대에 잉글랜드 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은 실망스럽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16강, 브라질 월드컵은 루니가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골을 터트렸음에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유로 2004와 유로 2012는 8강, 유로 2016년은 16강에서 끝났다.
 
신동의 등장과 함께 잉글랜드 축구계가 기대했던 건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정상에 등극한 것이 유일한 메이저 대회 우승인 잉글랜드의 염원이었다. 하지만 결국 루니는 우승 가까이에도 가지 못한 채 국가대표 커리어에 종지부를 찍었다. 루니 자신도 은퇴를 밝히는 글에서 “토너먼트 대회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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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루니는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발등뼈 골절로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서 집중 관리와 산소 텐트 활용 등으로 극적인 회복에 성공했다. 그러나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상대 수비수인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급소를 밟는 파울로 퇴장을 당했다. 당시 루니의 파울을 어필했던 팀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갈등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둘이 훈련하며 웃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잉글랜드 언론들의 최대 이슈였다.
 
가장 큰 비판을 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스코틀랜드와의 러시아 월드컵 예선이 끝나고서였다. 웸블리에서 3-0 완승을 거뒀지만 경기 후 호텔에서 승리를 축하하며 과도한 음주로 고주망태가 된 모습을 보인 것을 언론이 폭로했다. 당시 루니는 대표팀의 주장이었고, 나흘 뒤 스페인과의 평가전이 열리는 시점에 자기 절제를 못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고 대변인을 통해 사과를 해야 했다. 결국 그 경기가 루니의 마지막 A매치가 됐다.
 
기록으로는 자신의 롤모델인 보비 찰튼을 넘어 섰지만 루니는 제2의 찰튼에 도달하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길이 남을 성과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주장이라는 명예로운 위치에서도 모범이 되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삼사자군단’의 루니는 불완전한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픽=박성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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