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서호정 기자 = 4일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놓고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이 최후의 일전을 펼치기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오묘했다. 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우즈베키스탄의 삼벨 바바얀 감독과 자국 취재진 사이로 총성 없는 말의 전쟁이 오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즈베키스탄 기자들의 어조는 공격적이었다. 노골적으로 “팬들의 비판이 거세다. 대표팀 감독의 역할은 뭔가?”라고 물었다. 경기 막판의 실점이 반복되는 부분 같은 팀의 약점, 공격수 기용처럼 감독의 권한에 대한 불만까지 질문 공세는 끊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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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못한 바바얀 감독은 얼굴을 붉히며 “질문이 불편하다. 세번이나 기자회견에서 대답했는데 여기서 또 답해야 하는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기자들은 수근거리거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긍 못한다는 표시였다.
일반적으로 팀이 부진해도 중요한 경기를 앞두면 최대한 정제된 말로 문제를 지적하는 게 기자회견의 분위기다. 우즈베키스탄은 A조 4위지만 홈에서 열리는 최종전에서 한국을 꺾으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재진 분위기만 보면 감독에 대한 믿음은 없고,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땅에 떨어진 모습이었다.
유명 선수 출신이 아닌 탓에 바바얀 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인기가 없었다. 특히 최종예선 막판 4경기에서 1승 3패에 그치며 같은 시기에 1승 1무 2패로 부진했던 2위 한국을 추월하는 데 실패했다. 최근엔 시리아, 중국에 2연패를 당하며 비난은 한층 거세졌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막바지를 보는 듯 했다.
KFA공식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너무 공격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즈베키스탄 기자들은 “예의를 차리고 싶지만 개별 인터뷰를 피하고, 그런 질문에는 답도 제대로 안 한다. 그러니 기회는 이때 뿐이다”라며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래도 한국은 방심할 수 없다. 바바얀 감독의 의지만큼은 결연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일은 우즈베키스탄 축구 역사에 가장 중요한 경기다. 경기장 모든 영역에서 지지 않겠다”라며 의지를 보였다. 자국 언론과 팬들의 비난 여론이 그의 자존심을 자극해 한국전 필승 각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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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알제리와의 지난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분위기와 흡사하다. 당시 알제리를 이끌던 바히드 할리호지치 현 일본 대표팀 감독은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의 수비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가 자국 언론과 한국전 전날 기자회견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웠다. 그런 분위기를 보며 내심 웃었던 한국이지만 경기 당일 알제리는 한국을 집어삼킬 듯한 무서운 플레이로 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할리호지치 감독이 알제리 언론과의 싸움으로 선수들을 자극하며 팀을 뭉치게 한 덕분이었다. 경기 후 알제리 기자들은 하루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기립박수로 할리호지치 감독을 맞았다. 바바얀 감독도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돌리기 위해 한국전 필승의 각오를 선수단에 주입시킬 가능성이 높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우즈베키스탄의 자중지란에 신경을 끄고 승리를 위해 준비한 것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