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울월드컵경기장] 서호정 기자 = 우루과이 축구가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남미의 빅3이자 FIFA랭킹 5위의 세계적 강호로 올라선 가장 큰 원동력은 수비다. 현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명인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중심으로 한 조직력과 간격 유지는 정평이 나 있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압도적 공격력을 자랑하며 챔피언에 오른 프랑스가 가장 애를 먹었던 수비도 우루과이가 보여줬다.
기복이란 표현과 가장 거리가 먼 우루과이의 단단한 월드클래스 수비를 뚫는 건 벤투호에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친선전에서 벤투 감독은 황의조, 손흥민, 황희찬으로 구성된 공격진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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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도 수비라인에 정예멤버를 투입했다. 부상으로 오지 못한 히메네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대신 코아테스(스포르팅)가 섰고, 좌우 측면에 락살트(AC밀란)와 카세레스(라치오)가 배치됐다. 모두 유럽 명문팀에서 뛰는 선수들이었다.
전반 초반 흐름은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 간 한국의 것이었다. 저돌적인 공격으로 우루과이 수비가 자리를 잡기 전 몇 차례 흔들었다. 전반 3분 황의조가 페널티박스에서 기술적인 볼 터치로 우루과이 수비를 흔든 것이 시작이었다.
2분 뒤 정우영이 왼쪽 측면으로 열어준 공을 남태희가 크로스로 올리고 황희찬이 가까운 포스트에서 헤딩 연결했고, 황의조가 달려들며 공에 발을 맞추려 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전반 12분에는 손흥민이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장현수가 솟구쳐 헤딩으로 연결하며 방향을 틀었지만 공은 골대를 벗어났다.
한국의 초반 기세는 거기까지였다. 우루과이는 카바니의 저돌적인 돌파와 빠른 연결로 반격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특히 전방에서의 빠른 압박과 몸싸움, 반응으로 한국의 횡패스를 끊고는 바로 공격 전환하며 위협했다.
고딘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는 우루과이는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9월 A매치 때처럼 측면으로 올라가거나, 배후를 노리고 들어가는 빠른 공격이 쉽게 나오지 않은 이유다.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는 탓에 중거리슛을 위한 공간을 얻기도 쉽지 않았다. 기성용이 후방에서 보내주는 볼의 줄기도 우루과이 선수들이 미리 파악하고 끊는 전략적 대응도 돋보였다.
전반 33분 손흥민의 창의적 플레이가 마지막으로 찬스를 만들었다. 슛을 할 것처럼 하다가 빠르게 찔러준 손흥민의 패스를 황의조가 박스 안에서 뒤로 다시 내주고, 남태희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슛을 시도했지만 공이 너무 정직하게 날아가 실패했다.
아쉬운 대목은 돌파였다. 전반 5분과 33분의 좋은 장면은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의 움직임과 공을 가진 선수의 돌파가 잘 섞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을 제외하면 우루과이 수비를 효과적으로 흔드는 돌파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황희찬의 직선적인 돌파는 락살트를 비롯한 풀백들에게 읽혔다. 남태희도 돌파 능력을 지닌 대표적인 선수지만 우루과이의 수비 앞에서는 머뭇거렸다. 황의조에게 기성용의 패스가 날아갔지만 고딘, 코아테스 두 센터백이 어렵지 않게 대응했다.
후반 들어 벤투 감독은 전반에 전진을 어려워하던 풀백들에게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할 것을 주문했다. 이용과 홍철이 손흥민, 기성용 등과 공을 주고받았고 우루과이 수비도 옆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과 황희찬은 보다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를 하며 황의조에게 자유를 줬다.
우루과이 수비가 스스로 무너지며 한국은 공격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후반 4분 전진해 있던 센터백 코아테스가 미스를 범하며 황희찬이 그대로 잡고 치고 들어가 황의조에게 연결했다. 황의조는 빠른 상체 페인팅으로 고딘을 제치며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무슬레라에게 막혔다. 한국이 만든 가장 좋은 장면이었다.
후반 15분 우루과이는 코너킥에서 흘러나온 공을 벤탄쿠르가 중거리슛으로 연결했고, 공은 한국의 골대를 맞고 나갔다. 하지만 위기 뒤에 기회가 왔다. 후반 17분 손흥민을 거쳐 남태희가 침투하는 황의조를 보고 패스했고, 황의조가 페널티박스에서 코아테스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손흥민이 왼쪽을 노리고 찬 페널티킥은 골키퍼 무슬레라에게 막혔지만, 황의조가 빠르게 쇄도하며 다이렉트 슛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나왔던 장면과 흡사했다.
역대 한국전에서 6승 1무를 기록했던 우루과이는 처음으로 리드를 내주자 맹렬히 공격해 왔다. 한국이 선제골 이후 곧바로 황의조를 석현준으로 교체한 사이 우루과이는 저돌적인 플레이로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결국 우루과이는 후반 26분 동점골을 만들었다. 페널티박스 안 왼쪽에서 수비수 김영권이 잔디에 미끄러지며 돌파를 허용했다. 김승규가 각도를 좁히며 나갔지만 뒤로 열어 준 패스를 미드필더 베시노가 밀어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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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공격적인 자세를 놓지 않았다. 이번 소집 후 벤투 감독이 공들여 다듬은 세트피스에서 다시 리그를 이끄는 골이 나왔다. 손흥민이 직접 얻어 내 올린 코너킥을 석현준이 골문 정면에서 헤딩으로 연결했다. 우루과이 수비를 맞고 나오자 정우영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이 우루과이를 상대로 2골을 터트린 것은 통산 첫 A매치였던 1982년 이후 36년 만이었다.
한국은 리드를 잡은 뒤에도 공격 자세를 놓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추가 득점을 위해 석현준, 문선민 등이 우루과이 골문을 돌진했다. 세계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우루과의 골망을 두 차례나 흔든 자신감은 향후 벤투 감독과 대표팀이 아시안컵 등의 험로를 돌파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