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미국 카슨] 한만성 기자 = 요즘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유럽축구 프리시즌 토너먼트로 거듭난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ICC)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올여름 ICC에는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 손흥민(26)과 기대주 정우영(18)이 각자 소속팀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을 따라 미국을 찾았다. 손흥민은 아직 대다수 주축 선수들이 합류하지 않은 토트넘에서 베테랑 선수 역할을 맡으며 어린 선수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반대로 정우영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프랑크 리베리, 아르옌 로벤 등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프로 선수로 첫발을 내디뎠다. 또한, ICC 출전팀은 아니지만 스페인 라 리가 명문 발렌시아의 프리시즌 캠프에 합류한 신예 이강인(17) 또한 최근 친선 경기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르며 기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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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바라보는 손흥민은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정우영, 이강인처럼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건너간 손흥민도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전통의 명문 함부르크 소속으로 프리시즌을 통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존 테리, 프랑크 람파드 등이 버틴 당시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 첼시를 상대로 득점포까지 가동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골닷컴 코리아'는 최근 미국 카슨에서 소속팀 훈련을 마친 후 손흥민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머지않아 대표팀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큰 후배들이 수년 전 자신과 비슷한 경로로 유럽 무대에 정착하기 시작한 현재 해줄 만한 조언이 있느냐고 물었다.
"제가 조언을 할 만한 위치는 아닌 거 같다. 지금 유럽에 나가 있는 어린 선수들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은 팀에서 어린 나이에 1군 선수들과 경기하고, 훈련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 경험을 선수들이 잘 받아들여야 한다. 마치 스펀지처럼 훈련 내용을 흡수해 받아들인다면, 지금 우리보다 충분히 더 좋은 선수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본인이 큰 부담받지 않고, 우리도 주변에서 잘 지켜봐 준다면 충분히 좋은 선수들로 성장할 수 있다. 선수들이 스스로 인지를 잘하고, 지금 상황을 잘 즐기면 된다."
Eric Hong손흥민은 조만간 대다수 자신보다 최소 세 살, 많게는 여덟 살(막내 김정민은 아직 만 18세)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손흥민 또한 지난 2011년 오늘의 이승우, 김정민 등 유망주와 비슷한 나이에 아시안컵에 출전해 박지성, 이영표 등 대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며 빠른 속도로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내달 11일(이하 한국시각) 뉴캐슬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 이후 소속팀을 떠나 2018년 팔렘방-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손흥민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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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은 대회 시작 전부터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조추첨 과정에서 주최 측의 불찰로 일부 출전팀이 누락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입게 됐다. 조추첨에서 누락됐던 중동의 강호 UAE가 뒤늦게 한국이 속한 E조로 편성됐다. 아시안게임은 조별 리그를 시작으로 16강, 8강, 4강, 결승전으로 이어진다. 조별 리그를 통과하는 팀은 16강부터 결승까지 단 이틀 휴식 후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거듭해야 한다. 한 경기가 늘어난 한국은 주축 선수의 체력 고갈, 경고 누적에 대한 위험도가 더 높아졌다.
그러나 손흥민은 "더운 날씨에 한 경기 더 뛰어야 하는 건 선수들에게나 감독님에게나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어차피 우승을 해야 하는 거라면, 당연히 다 이겨내야 한다"며 의연해 했다.
또한, 손흥민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된 이상 목표는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지 병역특례라는 개인의 혜택이 우선시 되는 건 옳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높은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면 개개인이 원하는 바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게 손흥민의 생각이다. 특히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야 최근 월드컵이 끝난 후 늘어난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다며 '책임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ric Hong"그런 정신으로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갔으면 좋겠다. 김학범 감독님과도 연락하고 있다. 늦게 합류하게 됐으니까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 연락을 주고받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동료 선수들한테도 팀을 잘 잡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저도 책임감을 느낀다. 저 또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게 지금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 축구라는 스포츠가 상당히 열이 올랐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대한민국 축구 팬분들이 행복해하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지금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건 손흥민이다. 그는 이달 초 끝난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시점을 기준으로 1년간 토트넘에서만 무려 3379분을 뛰며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태극전사 23인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이어 손흥민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 경기 연속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뒤, 약 2주 만에 런던에서 시작된 토트넘의 프리시즌 캠프에 합류했다. 현재 미국에서 훈련 중인 그는 토트넘의 마지막 캠프지 스페인을 거쳐 잉글랜드로 건너가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에 나선 뒤, 인도네시아로 떠나 약 3주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2018-19 시즌과 아시안게임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앞둔 손흥민이 심각할 정도로 혹사를 당하는 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월드컵이 끝난 후 많이 쉬었다. 충분히 쉬고 일찍 영국으로 가서 훈련도 시작한 상태였다. 이제 미국으로 와서 경기 감각을 올리는 단계다. 선수에게 이동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계속되는 이동은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 그게 힘들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건 핑계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선수라면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Eric Hong그러나 손흥민은 자신이 최대 3~4주가량 자리를 비워야 하는 토트넘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또한 지난 2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AS로마와의 ICC 경기를 마친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에 관한 견해를 물은 기자의 질문에 "보내주기 싫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당연히 손흥민은 우리 팀에 매우 중요한 선수"라고 말했었다.
"당연히 토트넘에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가 팀을 비워야 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동료 선수들이나 감독님한테 되게 미안하다. 제가 비운 자리를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메워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즌 도중 자리를 비우게 돼서 상당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제가 다시 돌아왔을 때 팀을 위해서 더 많은 희생을 할 수 있게 잘 준비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손흥민이 소속팀을 위하는 마음만큼이나 토트넘도 그가 최대한 편안한 환경에서 축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즌 시작 전부터 그와 2023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었다. 자칫 손흥민에게는 현시점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커리어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토트넘은 이에 개의치 않고 그가 만족해 할 만한 제안을 하며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Steve Han이에 손흥민 역시 토트넘에 느끼는 애착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토트넘은 어린 시절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동경하며 프리미어 리그 무대를 꿈꾼 손흥민에게 날개를 달아준 팀이다. 그런만큼 손흥민은 구단에 오랜 기간 남고싶다는 바람을 나타내자 고마움을 전해온 팬들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건 그들이 아닌 자신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토트넘은 저한테 상당히 감사한 팀이다. 토트넘은 제가 프리미어 리그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준 팀이다. 지금 저한테 이렇게 좋은 상황을 만들어줘서 너무 감사하다. 그 상황에서 또 저한테 구단이 좋은 오퍼를 해준 덕분에 이렇게 재계약도 할 수 있었다. 구단히 저를 상당히 존중해준다는 너무나도 감사한 표현을 해줘서 저도 사인하는 데 큰 생각 없이 하게 됐다. 재계약 이후에 많은 팬분들도 저한테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데 반대로 저는 토트넘 구단 관계자분들, 감독님, 선수들한테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하고싶다."
사진=홍종현, 한만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