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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명수' 크로아티아, 월드컵 역사 새로 쓰다

AM 9:20 GMT+9 18. 7. 12.
Luka Modric & Mario Mandzukic
크로아티아, 잉글랜드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결승 진출.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3경기 연속 선제 실점 허용하고 결승 진출+3경기 연속 연장전 치르고 결승전 진출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크로아티아가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토너먼트 3경기 연속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도 연장 접전 끝에 결승에 진출한 팀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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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가 루즈키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된 이후 처음으로 참가했던 1998년 월드컵 준결승(3위)을 넘어 최초로 월드컵 결승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더 놀라운 건 크로아티아가 월드컵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토너먼트 3경기에서 모두 연장전을 치르면서 결승에 진출했다는 데에 있다. 88년 월드컵 역대를 통틀어 3번의 연장전을 치른 팀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잉글랜드와 이번 월드컵 크로아티아, 단 둘 밖에 없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당시 준결승전에서 서독에게 승부차기 접전 끝에 탈락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즉 크로아티아가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3번의 연장전을 이겨내고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심지어 크로아티아는 평균 연령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실제 크로아티아 선수단 평균 연령은 만 27.9세로 만 26세의 잉글랜드보다 2세 가량 더 많다. 게다가 선발 라인업으로 국한지어놓고 보면 크로아티아 평균 연령은 만 29세로 만 25.7세의 잉글랜드보다 3세 이상 많았다.

그럼에도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 참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604분)을 기록 중인 주장이자 플레이메이커 루카 모드리치는 평소와 달리 킥 미스를 범하는 등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연신 양질의 패스를 전방에 공급해 주었다. 출전 시간 6위(542분)인 이반 페리시치는 시종일관 쉬지 않고 달리며(전력질주 78회로 최다) 1골 1도움으로 팀의 2골을 모두 책임졌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는 다리가 풀리면서도 연장 후반 3분경에 천금 같은 결승골을 넣었다. 

그 외 수비형 미드필더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는 무려 16.4km의 활동량(출전 선수 중 최다)을 기록했고, 왼쪽 측면 수비수 이반 스트리니치는 연장 전반 4분경 부상으로 사타구니 부상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성실하게 뛰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시메 브르살리코는 연장 전반 8분경 잉글랜드 수비수 존 스톤스의 헤딩 슈팅을 골 라인 바로 앞에서 헤딩으로 걷어내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펼쳐보였다.

크로아티아는 정규 시간이 끝날 때까지 단 한 장의 교체 카드도 쓰지 않으면서 젊은 잉글랜드를 상대로 체력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그들은 정상이 아니다. 앞서 두 경기 연속으로 120분간 경기를 했는데도 대단했다. 아무도 교체되기를 원치 않았다. 심지어 내가 지쳤냐고 물었는데도 전부 다 '나는 아니다!'라고만 대답했다"라며 선수들의 투지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크로아티아는 3경기 모두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 결승에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월드컵 토너먼트 3경기에서 모두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도 결승에 진출한 것 역시 월드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먼저 덴마크와의 16강전에선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이른 시간인 57초 만에 상대 수비수 마티아스 외르겐센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했으나 3분 40초 만에 만주키치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결국 승부차기 접전 끝에 크로아티아는 8강에 올랐다.

이어진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는 31분경 상대 측면 미드필더 데니스 체리셰프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했으나 8분 뒤에 곧바로 안드레이 크라마리치의 동점골로 1-1을 만들었다. 연장 전반 10분경 수비수 도마고이 비다의 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경기 종료 6분을 남기고 러시아 오른쪽 측면 수비수 마리오 페르난데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2-2 무승부로 120분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또다시 승부차기 끝에 준결승에 진출했다.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는 경기 시작 5분 만에 상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케빈 트리피어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내주었으나 후반 23분경 페리시치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연장 후반 3분경 만주키치의 골로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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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가 역전의 명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베테랑들의 경험이 크게 좌우했다고 볼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핵심 자원인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 만주키치는 모두 소속 클럽에서 풍부한 우승 경험을 자랑하고 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선수들이 중심축을 잡고 있는 만큼 위기 국면에서도 절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플레이를 펼치며 승부를 뒤집어내는 것이다.

감독의 경험 면에서도 미들스브러와 21세 이하 잉글랜드 대표팀 경력이 전부인 가레스 사우스게이트보다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 사우디 아라비아, 그리고 아랍 에미레이츠 등 다양한 국가에서 클럽 감독 경력을 이어온 달리치 감독이 더 앞서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의 차이는 승부처에서 기민한 전술 변화로 증명되었다. 달리치는 기존 4-2-3-1 포메이션으로 잉글랜드전에 나섰다. 하지만 전반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자 후반 시작과 동시에 브로조비치를 수비형 미드필더에 홀로 배치하면서 라키티치와 모드리치를 전진 배치하는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는 강수를 던졌다. 반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역전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이렇다할 전술 변화를 가져오지 않은 채 동일 포지션의 선수들을 교체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술 변화는 주효했다. 전반 내내 크로아티아는 소극적인 중거리 슈팅에 의존하면서 이렇다할 득점 기회조차 만들어내지 못했으나 모드리치와 라키티치가 동시에 압박을 펼치면서 잉글랜드 수비진과 수비형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의 빌드업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이전까지 단단함을 자랑하던 잉글랜드는 후방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를 공략한 크로아티아는 2-1 역전승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실제 후반 26분경 페리시치의 골대를 맞춘 슈팅은 잉글랜드 수비수 스톤스의 패스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역전골 역시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잉글랜드 수비수 카일 워커가 걷어낸 걸 페리시치가 키어런 트리피어와의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백헤딩으로 연결한 걸 만주키치가 골로 성공시킨 것이었다.

전반전과 그 이후 크로아티아의 경기력 차이는 xG 스탯(기대 득점. Expected Goals의 약자로 슈팅 지점과 상황을 통해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전에 크로아티아는 xG 스탯에서 잉글랜드에 0.1대0.4로 열세를 보였으나 경기 종료 시점에서 1.5대0.7로 앞섰다. 즉 전반전을 제외하면 xG에서 1.4대0.3을 기록한 크로아티아이다.

이렇듯 크로아티아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투지에 더해 경험과 노련미는 물론 전술 싸움에서도 완승을 거두며 월드컵 역사를 새로 썼다. 선수들의 체력이 현재 한계에 부딪힌 만큼 우승후보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고전이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들을 결승전에서도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기적을 연출할 수 있다. 모드리치-라키티치-만주키치-페리시치 등으로 이어지는 황금세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저력에 박수를 보낸다.


# 러시아 월드컵 출전 시간 TOP 10

1위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604분
2위 데얀 로프렌(크로아티아): 560분
3위 존 스톤스(잉글랜드): 555분
4위 해리 매과이어(잉글랜드): 555분
5위 이반 라키티치(크로아티아): 549분
6위 이반 페리시치(크로아티아): 542분
7위 다니엘 수바시치(크로아티아): 540분
7위 도마고이 비다(크로아티아): 540분
7위 라파엘 바란(프랑스): 540분
7위 은골로 캉테(프랑스): 5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