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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첫 챔스 진출' 호펜하임 원동력 3가지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호펜하임이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분데스리가 4위 이내 진입을 확정지으며 구단 역사상 첫 유럽 대항전을 넘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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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펜하임이 지난 주말,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분데스리가 31라운드 홈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져나온 중앙 수비수 벤야민 휘브너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호펜하임은 시즌 종료까지 단 3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5위 헤르타 베를린과의 승점 차를 12점으로 벌리며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같은 31라운드에 열린 쾰른과의 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승점 1점 차로 제치며 3위로 올라섰다(3위는 챔피언스 리그 본선 조별 리그에 직행하고, 4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호펜하임의 챔피언스 리그 진출은 이래저래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다. 이전까지는 챔피언스 리그는 고사하고 유로파 리그조차 진출한 적이 없었던 호펜하임이다. 이에 더해 호펜하임은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잔류 마지노선인 15위에 그치며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으나 이번 시즌엔 최소 4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1년 만에 기적적인 반전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 호펜하임의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 리그 진출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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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재 감독 나겔스만

먼저 분데스리가 역대 최연소 정식 감독(임시 감독까지 포함하면 1976년 만 24세에 자브뤼켄에 부임한 베른트 슈퇴버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에 부임한 율리안 나겔스만을 꼽을 수 있다.

나겔스만이 부임하기 전만 하더라도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0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호펜하임은 강등권인 17위에 그치고 있었다. 승강 플레이오프권과의 승점 차는 5점이었고, 잔류 마지노선인 15위와의 승점 차는 무려 7점이나 벌어진 상태였다. 사실상 잔류가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나겔스만 부임 후 호펜하임은 7승 2무 5패의 호성적을 올리며 잔류에 성공했다. 이어서 이번 시즌 15승 13무 3패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 지은 바이에른 뮌헨(2패)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패배를 당하고 있는 호펜하임이다.

호펜하임은 나겔스만 부임 후 분데스리가 45경기에서 22승 15무 8패 승점 81점을 올리고 있다. 나겔스만 부임 시점을 기준으로 할 시 분데스리가에서 호펜하임보다 더 많은 승점을 기록한 팀은 바이에른(108점)과 도르트문트(90점) 밖에 없다. 게다가 동기간에 나겔스만보다 더 많은 승점을 올린 감독 역시 토마스 투헬(도르트문트)이 유일하다(바이에른은 펩 과르디올라에서 카를로 안첼로티로 감독 교체가 있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나겔스만은 2017년 역대 최연소로 독일 올해의 감독에 당당히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만 20세의 어린 나이에 선수 은퇴 수순을 밟은 나겔스만은 당시 아우크스부르크 2군팀 감독이었던 투헬 아래에서 비디오 분석관 일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1860 뮌헨 17세 이하 팀 수석 코치와 호펜하임 17세 이하 팀 수석 코치를 거쳐 호펜하임 17세 이하 팀 감독과 19세 이하 팀 감독을 수행하며 2013/14 시즌 19세 이하 독일 선수권 우승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비디오 분석관 출신답게 상대팀 전력 및 전술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하이테크 기기를 활용해 최첨단식 훈련 방식을 호펜하임에 도입하고 있다. 특히 드론을 활용한 비디오 촬영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움직임을 분석해 나갔다.

전술 역시 현대적이면서도 유연성이 있다. 원래 그는 4-2-3-1과 4-3-3을 즐겨 활용하는 감독이지만 현재 호펜하임에선 3-1-4-2를 즐겨 활용하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스리백이 실질적으로 수비수 5명을 배치한 수비적인 스리백이 아니다. 후방 빌드업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스리백이다. 3명의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은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인 케빈 폭트이고, 좌우 측면에 배치된 선수 중 한 명은 측면 미드필더 출신인 스티븐 주베르이다.

선수 육성에 있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장 제바스티안 루디와 핵심 수비수 니클라스 쥘레는 능력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바이에른 이적을 확정지었다(다음 시즌부터 바이에른에서 뛸 예정이다). 나겔스만의 애제자인 만 20세의 중앙 미드필더 나디엠 아미리는 도르트문트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함부르크 유망주였으나 2부 리가 임대를 전전했던 케렘 데미르바이는 이번 시즌 6골 8도움을 올리며 호펜하임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레스터 시티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안드레이 크라마리치는 나겔스만 아래에서 분데스리가 43경기에 출전해 17골 12도움을 올리며 주축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 다소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호펜하임 타겟형 공격수 산드로 바그너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28경기에 출전해 11골 3도움을 기록하며 독일 대표팀 공격수 후보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외 선수 경력 내내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폭트는 중앙 수비수로 변신에 성공했고, 호펜하임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주베르는 윙백 전환과 함께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나겔스만은 승부처에서 교체 선수 활용에 있어서도 상당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호펜하임은 이번 시즌 교체 선수가 총 13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 팀들 중 가장 많은 조커골(교체 선수 골)을 기록 중에 있다. 이는 호펜하임이 주전에만 의존하는 팀이 절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준주전급 공격 자원 마크 우트는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면서 7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잦은 부상으로 인해 이제는 한물 갔다는 평가를 들었던 아담 살라이는 19경기에 출전해 7골을 넣으며 백업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한 때 호펜하임이 애지중지 키우던 유망주였으나 하부 리가를 전전하면서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마르코 테라치노(마인츠전에 교체 투입되어 1골 1도움을 올리자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는 SNS를 통해 "너네 테라치노가 누구인지 알아?"라고 반문했을 정도다) 역시 후반기 들어 나겔스만의 부름을 받아 쏠쏠한 백업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체 선수들이 제몫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펜하임은 경기 막판 골을 통해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기는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다. 호펜하임이 이번 시즌 기록한 58골 중 무려 13골이 80분 이후에 나온 것이다. 이는 바이에른과 함께 분데스리가 팀들 중 최다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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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완 좋은 단장 로젠

비단 나겔스만만이 호펜하임 호성적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없다. 만 38세의 젊은 단장 알렉산더 로젠은 2013년 4월, 호펜하임에 부임한 이래로 이적 시장에서 좋은 성과들을 올리며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 호펜하임 주전 선수들 중 2010년에 입단한 루디와 유스 출신 선수들인 쥘레와 아미리를 제외하면 그 외 8명은 모두 로젠이 영입한 선수들이다. 게다가 현 호펜하임 주전 선수들의 총 이적료는 3520만 유로에 불과하다. 그 외 이번 시즌 절반 이상 경기에 출전한 우트와 살라이, 비카크치치 역시 로젠이 영입했다(18경기에 출전한 제레미 톨얀은 유스 출신).

무엇보다도 로젠은 호펜하임이 하위권을 전전하던 당시 고액 주급자인 팀 비제와 에렌 데르디요크, 에드손 브라이하이트 같은 처치 곤란한 베테랑 선수들을 이적시키면서 주급 안정화에 성공했다. 

게다가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 4100만 유로)와 케빈 폴란트(2000만 유로) 같은 선수들을 거액에 이적시키면서 재정을 확충해 나갔다. 로젠 단장이 부임한 이래로 호펜하임은 넷 스펜딩(이적료 지출 - 이적료 수익)에서 약 3500만 유로의 흑자를 기록했다. 로젠의 수완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

이에 영국 일간지 '미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명문 아스널이 도르트문트 단장 미하엘 초어크와 로젠을 새 단장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단 독일 현지를 넘어 유럽 전역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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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펜하임의 소유주 호프

디트마르 호프 회장의 재정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총 인구 3만 5천명 정도에 불과한 소도시 진스하임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호펜하임이 분데스리가에 승격할 수 있었던 것도 호프의 재정 지원 덕에 있었다. 호프가 없었다면 현재의 호펜하임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하기에 타팀 팬들은 호펜하임 구단 정식 명칭인 TSG 1899 Hoffenheim에 빗대어 'TSG 18.99€Hoppenheim'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Hopp'는 호프 회장의 이름이고, 'Heim'은 독일어로 '고향'이다. 즉 '18.99 유로짜리 호프의 구단'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호프는 세계적인 소프트 회사 SAP의 창업주이다. SAP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독일 대표팀의 우승에 일조한 축구 분석 데이터 플랫폼을 겸비하고 있다. 축구 데이터 분석에 있어선 OPTA와 함께 업계 1, 2위를 경쟁하고 있다. 나겔스만이 각종 다양한 하이테크를 축구에 접목할 수 있는 것도 바로 SAP의 지원에 기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당초 유스팀 감독 경력이 전부였던 나겔스만을 호펜하임 정식 감독으로 적극 밀어준 인물이 다름 아닌 호프이다. 이미 호프는 2015년 10월 26일,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을 경질하면서 2016/17 시즌부터 나겔스만이 호펜하임 정식 감독에 부임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단지 후임이었던 후프 스티븐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2016년 2월 11일, 감독직 은퇴를 선언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4개월 먼저 1군 감독에 오른 것이다. 호프가 없었다면 나겔스만의 파격적인 감독 부임도 불가능했다.

호프는 호펜하임의 챔피언스 리그 진출과 관련해 선수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과거 요아힘 뢰브 아래에서 독일 대표팀 수석 코치직(2006 - 2014)과 단장직(2014 - 2017)을 수행했던 한지 플릭과 접촉 중에 있다. 만약 플릭마저 합류한다면 호펜하임은 한층 더 경쟁력 있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챔피언스 리그까지 병행할 경우 호펜하임은 이번 시즌 같은 호성적을 다음 시즌에도 재연하기는 힘들 가능성이 제법 높은 편에 속한다. 게다가 쥘레와 루디가 떠나는 빈 자리 역시 메울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재능 있는 감독과 능력 있는 단장, 그리고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구단주가 있는 만큼 분명 다음 시즌에도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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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데스리가 조커 골 TOP 5

1위 호펜하임: 13골
2위 프라이부르크: 10골
3위 도르트문트: 9골
3위 라이프치히: 9골
5위 바이에른: 8골


# 분데스리가 80분 이후 팀 득점 TOP 5

1위 호펜하임 13골 
1위 바이에른 13골 
3위 도르트문트 12골 
4위 라이프치히 9골 
4위 브레멘 9골 


# 호펜하임 주전 선수들 이적료 총액(3520만 유로)

Hoffenheimhttp://sharemytact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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