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os QueirozKFA

여유만만 케이로스가 평정심을 잃은 유일한 순간은?

[골닷컴, 파주] 서호정 기자 =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은 변함 없는 여우였다. 한국과의 결전을 하루 앞둔 30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어떻게든 그를 흔들어보려는 기자들의 공세를 여유 있게 피해갔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의 팀이다. 한 수 배우겠다”라며 그럴듯한 존중을 보였던 그다.

그런 케이로스 감독의 평정심과 여유가 유일하게 무너진 순간이 있었다. 전 주장 마수드 쇼자에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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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표팀 중원의 핵인 쇼자에이는 이번 한국과의 경기에 제외됐다. 이유가 석연치 않다. 그리스 슈퍼리그의 파니오니오스에서 뛰는 그는 지난 4일 마카비 텔아비브와의 유로파리그 예선에 출전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이란은 이슬람혁명 후 이스라엘을 적성국가로 규정하고 모든 영역에서 교류를 끊었다. 체육 분야에서도 1974년 아시안게임 이후 경기를 치르지 않고 있다. 비록 소속팀 경기였지만 적성국가를 상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쇼자에이의 대표팀 박탈이 거론된 것. 이란 체육-청소년부는 “이란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다. 적절한 징계를 검토하겠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케이로스 감독도 1차 발표 명단에서 쇼자에이를 제외해야 했다. 그와 함께 경기에 나섰던 또 다른 이란 국가대표 에산 하사이피도 마찬가지였다. 쇼자에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잘못을 시인하며 대표팀에 뽑아달라는 호소를 했다. 케이로스 감독도 징계 해제를 언론을 통해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종 명단 발표에는 하사이피만 들어갔다. 케이로스 감독이 파급력이 컸던 주장 쇼자에이만 제외하는 쪽으로 정부와 타협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논란이 빚어지자 케이로스 감독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내게 정치적인 답변은 기대하지 말라”며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런 케이로스 감독의 역린을 건드리는 질문이 나온 건 기자회견 말미였다. 외신 기자가 “쇼자에이의 제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사이피만 뽑힌 것은 불공평하지 않느냐”고 하자 케이로스 감독의 답변에는 신경질이 잔뜩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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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하고 명확한 답이 언론을 통해 나갔다”라고 말한 그는 “되묻고 싶다. 내가 외부적인 영향으로 팀 내의 결정을 뒤집을 것 같나?”라며 질문에 대해 역공을 취했다. 이어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지금까지 나를 모른다면 이제부터 나를 알게 될 것이다’라는 가사가 있다”라고 답한 그는 남은 질문을 무시하고 자리를 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협회의 행정을 비롯한 결정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만일 쇼자에이의 대표팀 제외가 정치적 지시에 의한 것이라면 이란축구협회는 국제대회 참가 금지 등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이미 거머쥔 케이로스 감독이 가장 불안해 하는 부분은 그 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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