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Moon Ryu 류재문Kleague

얼떨결에 GK 데뷔한 류재문, “다 막지 못해 아쉽다”

[골닷컴, 울산] 서호정 기자 = “류재문 슈퍼세이브!”

2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대구FC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9라운드. 후반 막판 대구 골문 앞에는 조현우가 아닌 낯선 골키퍼가 서 있었다. 그는 골키퍼답지 않은 엉성한 폼으로 울산의 브라질 공격수 주니오가 찬 예리한 프리킥을 쳐냈다. 

골키퍼답지 않은 게 아니라 실제 골키퍼가 아니었다. 대구의 미드필더 류재문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골문을 지키고 있었다. 후반 38분 조현우의 퇴장을 빚은 웃지 못할 장면이었다. 조현우는 대구 수비 배후로 단숨에 돌파한 주니오의 득점 찬스를 막기 위해 페널티박스 밖으로 나왔다. 주니오는 조현우가 나온 것을 보고 슛을 했는데, 공이 조현우의 왼팔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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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오의 플레이가 영리했다. 조현우가 페널티박스 밖에서 무리해 막은 게 아니라 맞은 것이었다. 경기 후 조현우는 “손을 쓸 생각은 없었고, 어떻게든 몸으로 방해하며 저지하려고 나간 거였다. 의도한 핸드볼 파울이 아니라 경고라 생각했는데 바로 퇴장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0-1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수적 열세까지 안아야 했던 대구의 더 큰 문제는 이미 교체카드 3장을 다 썼던 상태라는 점이다. 백업 골키퍼 최영은이 벤치에 있었도 투입할 수가 없었다. 결국 필드 플레이어 중 한명이 골키퍼 장갑을 껴야 했다. 안드레 감독과 코치들의 선택은 수비형 미드필더 류재문이었다.

류재문은 최영은의 붉은색 골키퍼 유니폼을 입고 장갑을 꼈다. 얼떨결에 골키퍼로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1993년생으로 만 25세인 류재문은 2015년 프로 데뷔 후 69경기를 뛰었다. 주로 미드필더를 소화했던 그가 69번째 경기에서는 미드필더이자 골키퍼로 뛰게 됐다. 

왜 류재문이었을까? 184cm로 비교적 신장이 컸다. 체형도 호리호리해 빠른 반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류재문은 골키퍼를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 축구에서 골키퍼를 본 게 마지막이라고 얘기했다.

“처음엔 주변 선수들, 그리고 (정)선호 형이 할 수 있겠냐고 얘기했다. 감독님이 뛰어오라는 신호를 했다. 골키퍼를 볼 수 있겠냐고 해서 일단 하겠다고 했다. 팀을 위해서면 뭐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운 날씨에 많이 뛰어 지쳐 보인 것도 감독님이 골키퍼를 보라고 한 이유 같다.”

첫번째 위기에서 류재문은 놀라운 장면을 보여줬다. 주니오의 프리킥을 몸을 날려 막아낸 것이다. 

“원래 코치님들이 가운데만 서 있으라고 했다. 막을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공격수인 조세가 골라인까지 내려와 내 왼쪽서 수비를 봤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조금 이동했는데 공이 그 코스로 와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두번째 위기에서 완벽한 방어는 해 내지 못했다. 황일수가 아크 왼쪽에서 때린 강력한 중거리슛이었다. 류재문은 이번에도 위치를 잡고 잡아내는 듯 했지만, 공은 이내 그의 손에서 빠져 나왔다. 쇄도한 주니오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류재문은 정식 골키퍼는 아니지만 그 장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우 형의 부담감을 알 것 같았다. 골키퍼가 어려운 포지션이라는 걸 느꼈다. 아무 것도 아닌 장면인데도 실수를 했다. 막지 못해 아쉽다.”

오히려 조현우는 경기 후 "재문이가 최선을 다 했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가 재문이에게 미안하다"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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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문은 프로 커리어에서 69경기 출전, 7골 6도움, 그리고 1실점을 남기게 됐다. 아마 다시는 골키퍼를 볼 일은 없겠지만, 그에게 특별한 경험이었고 팬들 사이에서 꽤 오래 회자될 장면이었다.

다음 경기부터 다시 미드필더로 돌아가게 될 류재문은 ‘슈퍼 세이브’라는 칭찬 앞에서 쑥스러워 했다. 그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앞으로는 내 포지션에서 받아야 할 칭찬을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경기가 이어지니까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했다. 다음 경기엔 꼭 이기겠다”라며 1부 리그 잔류를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 중인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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