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Getty Images

'어서옵쇼' 아스널의 무저항 축구, 결과는 0-5 참사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무기력한 축구를 반복하면서 졸전 끝에 0-5로 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아스널이 이티하드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3라운드에서 0-5 대패를 당했다.

아스널 선발 라인업 vs 맨시티https://www.buildlineup.com/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5-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상단 포메이션 도판).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홀로 최전방 원톱으로 위치했고, 그라니트 자카와 마르틴 외데고르를 중원에 배치한 가운데 에밀 스미스 로우와 부카요 사카를 좌우에 세우면서 중원 싸움에 가세시켰다. 롭 홀딩을 중심으로 세야드 콜라시냑과 칼럼 체임버스가 좌우에 서면서 3명의 센터백을 포진시켰고, 키어런 티어니와 세드릭 소아레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골문은 베른트 레노 골키퍼가 지켰다. 맨시티의 강력한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평소 쓰지 않았던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들고 나온 아스널이었다.

반면 맨시티는 평소 즐겨 사용하는 4-3-3 포메이션을 고수했다(하단 포메이션 도판). 페란 토레스가 '가짜 9번(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 선수가 최전방에 위치하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에 위치했고, 잭 그릴리시와 가브리엘 제수스가 좌우에 서면서 공격 스리톱을 형성했다. 로드리를 중심으로 일카이 귄도안과 베르나르두 실바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주앙 칸셀루와 카일 워커가 좌우 수비를 책임졌고, 아이메릭 라포르트와 후벵 디아스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에데르송 골키퍼가 지켰다. 지난 2라운드에서 5-0 대승을 거두었던 노리치 시티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과 포메이션을 가동한 맨시티였다.

맨시티 선발 라인업 vs 노리치https://www.buildlineup.com/

먼저 슈팅을 시도한 건 아스널이었다. 5분경, 외데고르가 측면으로 패스를 내준 걸 티어니가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먼포스트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사카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대를 벗어났다. 사카가 슈팅하는 과정에서 맨시티 왼쪽 측면 수비수 주앙 칸셀루와의 경합에서 밀리면서 무게 중심이 무너졌기에 정교한 슈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경기는 일방적인 맨시티의 주도 속에서 이루어졌다. 맨시티는 첫 슈팅을 허용하고 곧바로 1분 뒤(6분) 제수스의 크로스에 이은 귄도안의 헤딩골로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곧바로 11분경에 실바의 대각선 크로스를 토레스가 논스톱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나간 맨시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카가 퇴장을 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칸셀루가 볼을 받는장면에서 자카가 위험한 양발 태클을 가한 것. 이에 심판은 지체없이 레드 카드를 꺼내들면서 퇴장을 선언했다.

안 그래도 11대11로 붙었을 때도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였는데 자카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빠지자 이후는 사실상 맨시티 혼자 축구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결국 맨시티가 전반 종료 3분을 남기고 그릴리시의 돌파에 이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을 제수스가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넣으며 3-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후반전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도리어 맨시티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워커를 빼고 올렉산드르 진첸코를 교체 출전시키는 여유를 보였다. 이어서 후반 13분경엔 실바 대신 스털링을, 후반 16분엔 제수스 대신 리야드 마레즈를 차례대로 투입하면서 체력 안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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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는 후반 7분경, 제수스의 전진 패스를 토레스가 뒤로 내주었고, 이를 로드리가 골대 구석으로 향하는 정교한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후반 39분경엔 마레즈의 대각선 크로스를 토레스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5-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아스널 입장에서 결과도 결과였으나 내용은 더 끔찍한 수준이었다. 점유율에서 19대81로 맨시티에게 지배당하다시피 했고, 슈팅 숫자에선 1대25로 비교하기 힘든 수치였다. 5분경 사카의 첫 슈팅 이후 단 한 번의 슈팅조차 시도해보지 못한 채 무기력한 대패를 당한 아스널이다.

실점 과정도 심각했다. 먼저 첫 실점 장면부터 복기해보도록 하겠다. 제수스와 실바가 측면에서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스위칭하는 상황에서 제수스를 막고 있었던 티어니가 실바로 전환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시점에서 원래 실바를 막고 있었던 스미스 로우는 제수스를 수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스미스 로우는 제수스를 막지 않았고, 이에 제수스는 노마크 상태에서 편하게 크로스를 올렸다. 게다가 귄도안 앞에는 체임버스가 있었으나 공중볼을 놓치면서 헤딩 슈팅을 헌납하고 말았다.

두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실바의 크로스가 소아레스를 시작으로 자카와 홀딩까지 3명의 선수를 스쳐지나갔으나 아무도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특히 가장 먼저 실바의 크로스를 차단할 수 있었던 소아레스는 허공에 헤딩을 하는 우를 범하며 실점의 가장 큰 빌미를 제공했다.

3번째 실점 장면에서는 토레스가 수비 진영에서부터 공격 진영까지 상당히 먼거리를 드리블로 치고 나갔음에도 그 어떤 아스널 선수들도 저지하지 않았다. 결국 토레스가 측면으로 패스를 내준 걸 그릴리시가 받아선 드리블 돌파에 이은 컷백으로 제수스의 골을 어시스트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스널 선수들의 방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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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실점 장면 역시도 토레스가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상황에서 마크맨이었던 홀딩이 침투를 그냥 허용하는 우를 범했다. 이 덕에 토레스는 너무 편하게 헤딩 슈팅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귄도안이나 토레스나 헤딩과는 원래 인연이 없는 선수들이다. 특히 토레스는 이번 골이 생애 첫 헤딩 골이었다. 하지만 홀딩과 체임버스 같은 수비수들이 경합을 해주지 않았기에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귄도안과 토레스였다.

실제 이 경기에서 체임버스와 홀딩, 티어니, 소아레스 같은 수비수들의 공중볼 경합 승률은 0%였다. 애당초 아스널 선수들의 공중볼 획득 횟수는 9회가 전부였고, 이 중 4회를 공격수인 오바메양이, 2회를 교체 출전한 공격수 알렉상다르 라카제트가 획득한 것이었다(나머지 2회는 외데고르가, 1회는 레노가 기록했다). 아스널 수비 쪽 자원들이 획득한 공중볼은 전무했다.

그렇다고 해서 볼 경합이라도 제대로 해준 것도 아니었다. 체임버스와 홀딩은 수비수임에도 볼 경합 승률은 50%로 반타작이었고, 티어니의 볼 경합 승률은 40%에 불과했다. 특히 소아레스는 8번의 볼 경합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는 문제(0%)를 노출했다.

무엇보다도 수비 진영에서의 패스 성공률이 저조하면서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추구하는 후방 빌드업 축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비수들은 안정적인 패스를 추구하는 만큼 패스 성공률이 80% 후반대에서 90% 이상이 나와줘야 함에도 체임버스의 패스 성공률은 79.2%였고, 홀딩은 77.8%에 불과했으며, 티어니의 패스 성공률 역시 50%로 저조했다. 특히 소아레스는 패스 성공률 43.8%에 그치며 위기를 자초하는 모양새였다.

이렇듯 아스널은 공격도 슈팅 1회 그치는 부진을 보이긴 했으나 수비에서부터 너무 일찍 무너지면서 0-5 무기력한 대패를 당했다. 그마저도 레노 골키퍼의 선방쇼가 아니었더라면 더 큰 점수 차로 패할 수 있었다. 실제 레노가 5회의 슈팅을 선방해준 덕에 총 실점을 5골로 제어할 수 있었던 아스널이었다.

아스널은 맨시티전에 0-5 대패를 당하면서 이번 시즌 PL 3전 전패에 무득점 9실점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PL 역사상 3라운드 기준 3전 전패 골득실 -9로 시즌을 시작한 건 2003/04 시즌 울버햄튼 원더러스에 이어 2번째 있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2003/04 시즌 당시의 울버햄튼은 최하위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고 하더라도 아스널이 반등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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