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구단 역대 최고액의 이적료를 투자해 올림피크 리옹 간판 공격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과연 아스널 원톱의 적임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주요 뉴스 | "[단독 인터뷰] 박지성 "공부? 축구가 쉬웠어요" "
# 원톱이 아쉬웠던 아스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로빈 판 페르시가 2012년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이래로 아스널은 줄곧 최전방 원톱 공격수에 있어 다소간의 아쉬움이 따랐다. 판 페르시를 대신해 올리비에 지루를 영입했고, 활약상 자체도 나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안 라이트와 데니스 베르캄프, 티에리 앙리,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그리고 판 페르시로 이어지는 선배 공격수들과 비교하면 중량감이 떨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지루는 아스널의 장기인 트랜지션 게임(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역습)과 패스 플레이에 어울리는 공격수가 아니었다. 발이 느리다 보니 공수 전환 속도에서 다른 동료들을 쫓아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게다가 원터치 패스를 통한 찬스 메이킹은 곧잘 해주었으나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편에 속했다. 실제 지루의 아스널 통산 패스 성공률은 65.7%에 불과했다.
지루의 강점은 바로 지공에 기반한 포스트 플레이에 있으나 아스널의 공격 방식과는 상반된 형태였다. 선발로 출전시킬 때보다 교체로 출전시킬 때 더 위력을 발휘한 지루이다.
이것이 바로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2015/16 시즌엔 티오 월콧을, 2016/17 시즌엔 알렉시스 산체스를 자주 원톱으로 가동한 이유였다. 대니 웰벡이 장기 부상에서 돌아오자 시즌 막판엔 지루가 아닌 웰벡을 원톱으로 활용했다.
주요 뉴스 | "[단독 인터뷰] 박지성이 손흥민, 이승우에게”
문제는 지난 시즌 산체스를 최전방에 배치할 경우엔 측면 자원이 비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산체스와 월콧 혹은 웰벡이 아스널에 이상적인 원톱 공격수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었다. 산체스와 월콧은 원톱보다는 투톱의 처진 공격수 혹은 측면 공격수가 제격인 선수고, 웰벡은 결정력이 절망스러울 정도로 떨어지는 데다가 항상 부상을 달고 있다.
그러하기에 아스널은 거의 매년 루이스 수아레스를 시작으로 카림 벤제마, 곤살로 이과인, 에딘손 카바니와 같은 특급 공격수들과 루머를 뿌렸다. 특히 2013년 여름엔 수아레스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였고, 지난 여름 역시 이과인 영입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즉 라카제트의 영입은 지난 5년 간 아스널의 숙원과도 같았던 최전방 공격수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를 위해 아스널은 기꺼이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5200만 파운드(한화 약 774억)를 투자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 역시 "라카제트가 아스널에 합류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라카제트는 아스널이 새 시즌,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많은 힘이 되어줄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Omar Momani
# 라카제트, 아스널 공격진의 방점 찍을까?
라카제트는 스타일적인 측면에선 지루보다 아스널에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고, (지루가 아스널에 입단한) 2012/13 시즌을 기점으로 라카제트의 통산 패스 성공률은 76.1%로 지루보다 10% 이상 더 높은 편에 속한다. 아스널의 장기인 트랜지션 게임과 패스 플레이에 적합한 공격수라고 할 수 있겠다.
프랑스 대표팀에선 지루가 라카제트보다 주전 경쟁에서 크게 앞서있지만 이 역시 스타일에 기인하고 있다. 프랑스는 처진 공격수인 앙트안 그리즈만을 에이스로 내세우고 있다 보니 그의 파트너로는 제공권에 능하고, 그리즈만을 보호해줄 수 있는 지루가 중용되고 있는 것이다. 즉 프랑스 대표팀엔 지루가, 아스널엔 라카제트가 스타일적인 면에서 더 어울리는 공격수라고 할봐도 무방하다.
아스널과 프랑스의 전설 로베르 피레스 역시 2015년 당시, 인터뷰에서 "라카제트의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은 아스널에 잘 맞는다. 비록 라카제트가 덩치는 크지 않지만 빠른 발과 뛰어난 드리블 능력을 갖췄고, 기술적으로도 훌륭하다. 게다가 많은 골을 넣는 선수다. 아마 미래에 아스널 최고의 영입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게다가 라카제트의 강점은 바로 득점력에 있다. 라카제트는 최근 4시즌 도합 프랑스 리그1에서 91골을 넣고 있다. 이 기간에 라카제트보다 리그1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없다. 특히 라카제트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공격수 장-피에르 파팽에 이어 25년 만에 프랑스 리그1에서 3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넣은 선수로 등극했다(참고로 파팽은 1988/89 시즌부터 1991/92 시즌까지 4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기록했다).
2014/15 시즌 27골을 넣으며 리그1 득점왕과 올해의 선수를 동시에 차지한 라카제트는 지난 시즌 28골을 기록하면서 개인 통산 한 시즌 리그 최다 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록 파리 생제르맹 간판 공격수 카바니(35골)에 밀려 득점왕 등극엔 실패했으나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laying Surface더 놀라운 사실은 분당 득점률 및 순도에 있다. 라카제트는 부상 등으로 인해 2408분의 출전 시간을 소화했으나 28골을 넣으며 86분당 1골을 넣었다. 이는 유럽 5대 리그(UEFA 리그 랭킹 1위부터 5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가 이에 해당한다) 선수들 중 리오넬 메시와 카바니에 이어 3번째로 높은 기록을 올렸다. 유효 슈팅 비율은 65.28%로 리그1 득점왕 카바니(45.83%)를 20% 가까이 크게 상회했고, 슈팅 대비 득점 비율 역시 32.56%로 카바니(24.31%)에 앞섰다. 즉 분당 득점율에서 유럽 최상위권에 해당했고, 득점 순도는 리그1에서도 가장 뛰어난 편에 속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라카제트에게도 우려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라카제트는 175cm로 거친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전방 원톱 공격수를 소화하기엔 다소 작은 편에 속한다. 무엇보다도 라카제트는 고질적인 등부상을 안고 있기에 공중볼 경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제공권을 빼면 몸싸움 자체는 강한 편에 속한다. 게다가 라카제트는 작은 신장으로 인해 프랑스 연령대별 대표팀을 모두 거치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음에도(특히 2010년 19세 이하 유럽 선수권 우승 당시 프랑스 핵심 선수였다) 2012/13 시즌까지는 프로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끝내 이를 극복하면서 리그1 최정상급 공격수로 우뚝 선 전례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라카제트는 프리미어 리그 무대에서도 한 단계 레벨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2016/17 시즌 유럽 5대 리그 분당 득점
1위 리오넬 메시: 76.6분당 1골
2위 에딘손 카바니: 85.1분당 1골
3위 알렉산더 라카제트: 86분당 1골
4위 해리 케인: 87.4분당 1골
5위 피에르 오바메양: 89.7분당 1골
Playing Surface



